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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긴장하고, 페이스북에 안도하다

  • 최용성
  • 입력 : 2018.04.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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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alk-106]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방식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다. 계단을 이용해 걸어 올라가는 것보다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가서 올라가는(혹은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됐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안으로 들어가 원하는 층의 버튼을 누르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때만 해도 어떤 엘리베이터를 탈지 결정하는 주체는 사람이었다. 가령 2대의 엘리베이터가 있는 15층짜리 건물 1층에서 10층을 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대는 3층에서 위로 올라가는 중이고 다른 한 대는 9층에 머물러 있다. 한 대의 버튼만 누를 수 있다면 이 사람은 생각할 것도 없이 9층에 멈춰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것이다. 3층 엘리베이터가 더 가까이 있긴 하지만 15층까지 올라갈 수도 있으니 9층 엘리베이터를 부르는 게 더 빠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건물이 커지고 복잡해진 이후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 설치되면서 이 기계를 사용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어떤 엘리베이터를 고르는 게 유리한 지 생각하기 힘들어졌다. 그러자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들이 운영 시스템에 알고리즘이란 것을 집어넣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엘리베이터 전체 운행 상황을 신속하게 체크해 효율적으로 작동하게끔 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어떤 엘리베이터를 탈지 신경 쓰지 않게 됐다. 그저 올라갈지, 혹은 내려갈지만을 생각하면 된다. 표시등이 점멸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문이 열리면 안으로 들어가 원하는 층의 버튼을 누른다. 다만 동시에 많은 이용자들이 버튼을 눌러대는 상황까지 계산하지 못하는 탓에 엘리베이터가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엘리베이터라면서 전혀 지능적이지 않다"는 불만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불만의 바탕에는 기계에 대한 조롱이 깔려 있다.

목적층 선택 시스템을 적용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제공=티센크루프 홈페이지
▲ 목적층 선택 시스템을 적용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제공=티센크루프 홈페이지

요즘 등장한 신형 엘리베이터는 이른바 '목적층 선택 시스템'이란 것을 활용한다.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마치 커다란 전화기 번호판과 같은 패널에 가고자 하는 층의 숫자를 조합해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기계가 어떤 엘리베이터를 탈지 알려준다. 5층으로 가는 사람들은 1번 엘리베이터를, 20층에 가는 사람들은 5번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이 시스템은 엘리베이터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동선을 설계해 사람들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해준다.

처음 이런 엘리베이터를 접한 사람들은 당황스러워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표시되는 디지털 숫자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처음의 이 당황스러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사라지고 만다. 사람들은 원하는 층의 숫자를 입력한 후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혹시 기계가 잘못 안내한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보지만, 실제로 어떤지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거 같다. 의심이 든다고 해도 입증할 도리는 없다. 그저 기계가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

알고리즘 전문가 케빈 슬레이븐이 7년 전 TED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이런 엘리베이터를 얘기했다. 그는 '알고리즘은 어떻게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키는가'라는 강연에서 "우리의 연금, 주택담보대출 등을 갖고 금융거래를 하는 월스트리트에서 5분간 거래액의 9%가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어느 누구도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며 알고리즘이 이미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간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알고리즘은 과연 완벽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엘리베이터를 효율적으로 운행하는 데 쓰는 정도라면야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월스트리트에서 순식간에 증발해버린 수많은 사람들의 연금이 알고리즘 탓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 이런 알고리즘은 어떤가. 미국 법원에서 활용하는 재범예측 알고리즘은 흑인 범죄자 재범 위험성을 백인보다 2배 높게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경찰이 범죄 용의자의 구속 여부를 판단하게 해주는 '하트(HART)'라는 알고리즘은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밖에도 인종, 빈부격차, 성 등에서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 알고리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알고리즘은 아직 불완전하다.

케빈 슬레이븐 The SHED 수석 사이언티스트가 TED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알고리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유튜브 화면 캡처
▲ 케빈 슬레이븐 The SHED 수석 사이언티스트가 TED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알고리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유튜브 화면 캡처

하지만 고효율과 저비용으로 유혹하는 알고리즘에 대한 욕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알고리즘이 일상화하면서 알고리즘으로 운영되는 사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은 더 강화된다. 목적층 선택 시스템을 적용한 엘리베이터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알고리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알고리즘만을 진실로 믿는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 된다면 많은 영역에서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자체를 불필요한 행위로 간주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는 게 더 편하고 빠를 테니 말이다. 알고리즘은 갈수록 진화하는데, 사람의 생각하는 능력은 이러다 퇴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필요한' 생각을 하다가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소식을 하나 들었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빚고 있는 페이스북이 이용자 통화내역까지 수집했다는 뉴스였다. 페이스북이 소개하는 '알 수도 있는 사람'에 깜짝 놀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자들이 만든 알고리즘은 역시 다르구나"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는데, 그게 기술이 아니라 이용자들 연락처와 통화기록을 엿본 결과라고 (제멋대로) 단정 짓고 든 지극히 인간적인 안도감이었다. 어쩌면 사실과 관계없는 어리석은 안도감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최용성 매경닷컴 DM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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