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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언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 박상준
  • 입력 : 2018.04.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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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비글호의 항해. 한국판은 오래 전에 절판되었으나 재출간 예정이다. /사진=서울SF아카이브
▲ 우주선 비글호의 항해. 한국판은 오래 전에 절판되었으나 재출간 예정이다. /사진=서울SF아카이브


[박상준의 사이언스&퓨처-7] 우주선 안에서 탐사대원들이 외계 괴물과 대치 중인 상황. 괴물은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지적으로도 지구인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인간이 보기에는 초능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신출귀몰한 모습을 이미 보여줬다. 금속제 벽을 스르륵 뚫고 지나간 것이다. 이때 지구인 한 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외계 괴물에게 종이쪽지를 건넨다. 그걸 받아본 괴물은 크게 동요한다. 캐나다 작가 A E 밴보트의 SF소설 '우주선 비글호의 항해'(1950)에 나오는 장면이다. 그 지구인은 과연 종이에다 뭘 써서 보여준 걸까? 어쨌든 경솔한 행동 탓에 괴물에게 붙잡혀가고 말지만.

지금 당장 외계문명과 접촉하더라도 그들이 최소한 우리와 같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지녔다면 의사소통을 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설령 조금 뒤떨어진, 그러니까 우리의 20세기 정도 수준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들과 우리는 이 우주의 물리적 속성을 파악하는 방법과 내용에 있어서 이미 공통점을 지녔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 인류는 뉴턴의 운동법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가 이 우주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리임을 알아냈다. 비록 그 원리를 조작하거나 거스르는 방법은 모르지만(과연 가능하기는 한지조차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원리에 따라 천체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거나 우주선을 쏘아 올려 태양계 안의 목적지에 보내거나 하는 데에는 성공했다(물론 외계인들은 이 원리에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아니라 그들의 위대한 과학자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분야, 이 우주의 화학적 속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상당히 알아냈다. 아무리 까마득히 먼 우주 저편일지라도 지구에 있는 것과 똑같은 원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우주 공간에는 수소가 아주 풍부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태양보다도 훨씬 크게 뭉쳤다가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그 과정에서 더 복잡한 원소들이 생겨났다는 것도 안다. 외계인들의 과학 수준이 우리만큼 된다면, 그들의 신체를 이루는 화학 원소들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알 것이다. 칼 세이건의 명저 '코스모스'(1980)에 나오는 "별의 재가 의식을 지녔다"는 말을 참조하자.

처음에 소개한, 외계 괴물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종이쪽지에는 어떤 합금의 원자 구조가 그려져 있었다. 괴물이 뚫고 지나가지 못한 특수합금이 있었는데, 바로 그걸 이용해서 제압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한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들의 구조는 상당한 수준의 과학 지식을 지녔다면 어떤 외계인이라도 알아볼 수 있는 우주 공통 언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산소 원자 1개에 수소 원자 2개가 서로 104.5도쯤의 각도를 이루며 붙어 있는 모습이라면 '물(water)'이라는 것을 이내 알아차릴 것이다(물론 외계인들의 언어로 '물'에 해당하는 것).

외계에서 온 메시지를 포착하고 해독하는 장면이 담긴 '콘택트'(1997) 예고편



한편 물질의 원자 구조와는 다른 또 하나의 우주 언어가 있다. 바로 수학이다. 1997년에 나온 영화 '콘택트'에는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포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외계 전파가 소수(素數, prime number)와 일치하는 횟수만큼 순서대로 삑삑거리는 신호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소수란 1과 그 자신만으로 나누어지는 수로서 2, 3, 5, 7, 11, 13…의 순서로 나타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이러한 소수가 이 우주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즉 이 숫자들을 발신하는 존재는 분명히 지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유념할 것은 외계인들이 아라비아 숫자나 로마 숫자를 알 리가 없는 건 물론이고, 우리처럼 주로 십진법을 쓴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외계인과 수학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려면 먼저 상형문자나 다름없는 가장 간단하고 직관적인 방식을 통해 기본 규칙을 공유해야 한다. 이 부분은 일종의 수식이나 논리식을 통해 기본 기호들을 정의하고 그것을 약속으로 공유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기본 기호들을 먼저 공유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더 복잡한 내용들을 해독할 수 있다.

콘택트 원작. 칼 세이건의 원작 소설
▲ 콘택트 원작. 칼 세이건의 원작 소설 '콘택트' /사진=사이언스북스
콘택트 1997 외계 메시지. 외계에서 온 메시지에 포함된 간단한 논리식으로 해독 키를 찾는 장면 /사진=워너브라더스
▲ 콘택트 1997 외계 메시지. 외계에서 온 메시지에 포함된 간단한 논리식으로 해독 키를 찾는 장면 /사진=워너브라더스
영화 '콘택트'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잘 묘사되며, 그것을 통해서 외계인들이 보낸 신호에 숨어 있는 일종의 우주선 설계도를 찾아낸 다음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지적인 외계인을 만나도 말이 통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과연 그럴까? 사실 우주에 존재하는 외계 문명이 지구 인류와 엇비슷한 수준의 과학기술을 지녔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명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 열등한 쪽이 우월한 쪽의 의도나 생각을 이해는 고사하고 짐작이라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딱정벌레(beetle)가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와 마주치면 자기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친근감을 느낄지는 모르지만, 과연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까? 딱정벌레를 교육시켜 비틀 자동차를 만들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주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고등 문명의 수준을 몇 단계로 나누어 상상해본 척도가 있다. 많은 SF에 등장하는, 지구 인류보다 훨씬 뛰어난 다양한 외계 고등문명들은 모두 이 척도의 어딘가에 해당한다. 다음 글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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