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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움직임, 재계 전체로 확산될수 있을까

  • 박재영
  • 입력 : 2018.04.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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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71] 기업들이 '경영진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사외이사제는 대주주의 경영 전횡을 막고 경영진의 기업 경영활동을 감시·견제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키는 제도다.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진에 속하지 않고 대주주와 관련이 없으면서도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 기업경영 전반에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간 사외이사는 본연의 역할보다는 경영진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들이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회사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4월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사외이사는 총 52명에 달하지만 지난해 이들이 주요 경영 사안에 반대한 것은 한 건도 없었다. 이들이 받아간 연봉은 평균 7085만원에 달한다.

사외이사 구성원의 경력이 특정 분야에 집중돼 기업 경영에 다양한 조언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17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 중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선임(신규·재선임)한 111개사의 사외이사 경력은 특정 직군에 몰려 있었다. 이들 사외이사 중 감독기관(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금융위원회)이나 사법기관(검찰, 법원), 장차관 출신의 비율이 35.4%에 달했다. 이는 2016년 31.8%에 비해 더 확대된 비중이다. 이 보고서는 "사외이사의 출신 직업이 편중된 것은 소송이나 정부를 상대로 한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주요 그룹의 주주총회에서 대관(對官) 업무를 고려한 특정 분야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이 집중되는 것은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결국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보고서는 또 사외이사의 현재 직업 중 가장 높은 39.5%의 비율을 차지한 교수의 경우에도 소속 대학이 일부에 편중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체 교수 중 57.5%가 3개 대학에 소속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는 사외이사가 일종의 '전관예우'로 간주되곤 한다"며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에만 집중하다보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사외이사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일부 기업에서 사외이사 운영 방침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정기 주주총회 후 개최된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의 사외이사 추천 권한을 없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해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 이사회 의장은 경영위원회 등 산하 위원회 소속이 아닌 외부 인사로 임명하도록 했다. 삼성물산도 올해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도입했다. 지난달 29일 SK하이닉스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사외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는 '선임사외이사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효성그룹도 지난해 7월 이사회 사외이사회추천위원회 대표위원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다만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가 반드시 지배구조의 안정성과 효율성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담합한 사외이사진이 '관(官)' 혹은 일부 경영진과 결탁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4년 KB국민은행은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내분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사외이사들은 자신들이 선출한 임영록 전 회장 편에 서서 사태를 4개월간 방치하다 금융당국이 회장 해임을 권고하자 뒤늦게 해임안을 의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판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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