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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딘·오드리 헵번·존 케네디, 그리고 웨이퍼러의 대유행

  • 남보람
  • 입력 : 2018.05.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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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39] 1. 새로운 레이-밴 모델, 웨이퍼러(Wayfarer)의 탄생

바슈롬사에서 독립한 레이-밴사는 '레이-밴 조종사용 선글라스'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신제품을 내놓고자 했다. 개발팀은 기존의 선글라스와 완전히 다르면서도 일반인이 편히 쓰고 다닐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1956년의 레이-밴 웨이퍼러(Wayfarer·여행자) 모델이었다.

시제품이 나왔을 때 임원진은 웨이퍼러에 회의적이었다. 기존 안경류의 기준을 완전히 벗어난 소재와 디자인이 대중에게 외면받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웨이퍼러는 안경테 소재로 플라스틱을 사용했는데, 당대 대중은 '금속테=고급, 오리지널' '플라스틱=합성, 대체품'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웨이퍼러 특유의 안경테도 너무 두껍고 투박해 보였다.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의 레이-밴 웨이퍼러 /출처=레이-밴 홈페이지
▲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의 레이-밴 웨이퍼러 /출처=레이-밴 홈페이지

그런데 임원진이 웨이퍼러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요소들이 반대로 인기의 요인이 됐다. 기존에 없던 차별적 디자인을 찾는 연예인들이 먼저 웨이퍼러를 알아보고 애용하기 시작했다. 웨이퍼러는 렌즈가 큼지막하고 짙은 데다가 안경테가 두꺼워서, 분장하지 않은 평소 모습을 대중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연예인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연예인이 일상 복장에 웨이퍼러를 매치하여 소화한 모습은 색다른 멋이 있었다. 매체를 통해 웨이퍼러를 착용한 연예인들의 모습을 접한 대중들은 이를 새로운 유행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웨이퍼러는 말 그대로 공전의 히트를 했다. 멋쟁이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는 소지품이 됐다.

웨이퍼러를 착용한 연예인들. 제임스 딘(상), 오드리 헵번(하)
▲ 웨이퍼러를 착용한 연예인들. 제임스 딘(상), 오드리 헵번(하)
웨이퍼러를 착용한 연예인들. 캐리 그랜트(상), 마릴린 먼로(중), 밥 딜런(하)
▲ 웨이퍼러를 착용한 연예인들. 캐리 그랜트(상), 마릴린 먼로(중), 밥 딜런(하)


2. 웨이퍼러를 전국적으로 유행시킨 케네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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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이 된 존 케네디는 컬러 텔레비전 시대의 대표적인 수혜자 중 하나다.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이 아니었다면 존 케네디가 거물 리처드 닉슨을 상대로 대선 승리를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존 케네디를 미디어 정치, 이미지 정치의 시발점으로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존 케네디는 야외에서 늘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셔츠를 풀어 헤친 채 시가를 물고 신문을 보거나 베이지색 치노 바지를 입고 요트를 몰 때에도 그는 꼭 선글라스를 썼다. 선글라스의 유행에 대해 쓴 한 칼럼니스트는 "케네디가 선글라스를 쓰고 텔레비전에 나올 때마다 수십, 수백만 명의 미국 남자들이 웨이퍼러를 구입했다"고 했다. 맥아더 장군이 각인시킨 '레이-밴=레이-밴 조종사용 선글라스'의 공식을 케네디 대통령이 '레이-밴=웨이퍼러'로 바꾼 것이었다. 사실, 존 케네디가 썼던 것은 레이-밴의 웨이퍼러가 아닌 아메리칸 옵티컬(American Optical)사의 유사품이었지만 말이다.

[남보람 전쟁사 연구자·육군군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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