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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다람쥐 소매로 불리는 '돌먼 핏', 헝가리 경기병이 원류

  • 남보람
  • 입력 : 2018.06.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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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44] 돌먼 소매(Dolman Sleeve)_상

1. 도르만이 아니고 돌먼

우리가 흔히 '도르만 소매' 혹은 '도르만 핏(스타일)'이라고 부르는 디자인이 있다. 'Dolman'을 일본식으로 읽은 것인데 '돌먼 소매(핏, 스타일)'가 올바른 발음이다.

특이한 디자인 때문에 날다람쥐 소매, 가오리 소매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국에선 박쥐 소매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 옷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 '돌먼 소매’라고 하면 대개 위와 같은 형태다. /출처=아마존

2. 헝가리안 돌먼(Hungarian Dolman)

'돌먼(Dolman)'은 외투, 망토라는 뜻의 터키어에서 왔다. 중세 시대 터키의 술탄(왕),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은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미를 갖춘 예복, 법복을 입었는데 이는 곧 동유럽에 전파되었다.

특이한 것은 15세기께부터 동유럽 일대에 자리를 잡은 헝가리 경기병(Hussar)이 돌먼을 군복으로 입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왜 종교 지도자들이 입던 돌먼을 입었을까. 말 위에서 입고 다니기엔 무겁고 불편했을 텐데 말이다.

여기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신의 대리인' 설이다. 헝가리 경기병의 원류인 세르비아 용병들은 자신을 신의 대리인으로 여겼다. 단순히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을 대신해 지상에 정의를 구현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동유럽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 유행하던 복장을 입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터키(당시는 오토만제국) 기병을 도발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헝가리 용병은 터키군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따라서 터키인들이 신성시하는 터키 법복을 전장에 입고 나와 상대를 도발하기 위해 돌먼을 입었다는 것이다.

터키의 아흐메드 3세가 1715년을 전후로 입었던 돌만 /출처=https://www.rijksmuseum.nl/nl/collectie/SK-A-2015
▲ 터키의 아흐메드 3세가 1715년을 전후로 입었던 돌만 /출처=https://www.rijksmuseum.nl/nl/collectie/SK-A-2015
1550년 경 돌만을 입은 헝가리 경기병의 모습 /출처= http://keptar.oszk.hu/html/kepoldal/index.phtml?id=006385
▲ 1550년 경 돌만을 입은 헝가리 경기병의 모습 /출처= http://keptar.oszk.hu/html/kepoldal/index.phtml?id=006385


3. 돌먼의 진화. 짧고 화려하게

헝가리 경기병은 소규모로 팀을 이루어 적진을 정찰하거나 전투 시 첨병으로 맨 앞에 나서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이들이 입은 돌먼은 임무 수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떤 이는 전투 도중에 돌먼을 짧게 잘라 입었다. 또 어떤 이는 돌먼을 한쪽 어깨에 반만 걸쳐 입었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헝가리 경기병 사이에 일종의 유행이 됐다.

16세기, 돌만을 입은 헝가리 경기병의 모습 /출처=핀터레스트
▲ 16세기, 돌만을 입은 헝가리 경기병의 모습 /출처=핀터레스트

짧게 자른 돌먼을 반만 걸쳐 입자 안쪽에 받쳐 입은 상의가 겉으로 드러났다. 헝가리 경기병은 여기에 금색, 은색의 노끈과 단추로 화려한 장식을 더했다. 전투가 거듭되면서 헝가리 경기병은 불굴과 용맹의 상징이 됐는데, 유명세에 맞는 화려한 치장을 하는 것은 당시 군대의 전통이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아래 그림과 같은 '헝가리안 돌먼(Hungarian Dolman)'이다.

헝가리안 돌먼의 장식성은 점점 더해갔다. 19세기께부터 금색, 은색의 노끈과 단추로 장식한 상의를 아틸라(Atilla)로 구분하여 불렀다. 즉 화려한 장식의 상의는 아틸라, 한쪽 어깨에만 걸치는 망토는 돌먼이라고 불렀다.

아틸라(좌)와 아틸라에 돌만을 걸친 모습(우) /출처=핀터레스트
▲ 아틸라(좌)와 아틸라에 돌만을 걸친 모습(우) /출처=핀터레스트

[남보람 전쟁사 연구자·육군군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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