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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내로남불' 불·독·이 못가니 난민 유일 희망은 스페인

  • 김덕식
  • 입력 : 2018.07.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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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인근 지중해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표류하던 난민들이 스페인 구호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 대원들에게 도와달라며 흔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리비아 인근 지중해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표류하던 난민들이 스페인 구호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 대원들에게 도와달라며 흔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41] 제주에 최근 들어온 예멘 난민들이 불러온 논란이 우리나라도 난민 문제에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일깨우게 해줬다. 우리보다 앞서 난민들을 대거 받아들인 유럽에서는 난민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난민 정책이 '폭탄 돌리기'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난민들이 많이 몰려 난민 피로증에 걸린 지중해 연안 국가뿐만 아니라 난민 수용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독일마저 입장을 바꾸면서 난민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톨레랑스(관용)와 인도주의로 대표되는 '유럽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어진 셈이다.

톨레랑스의 고향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 문제를 두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안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난민 문제에 타협점을 찾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난민 처리를 맡게 될 난민통제센터 설립 등 주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포퓰리스트 정권이 들어선 이탈리아가 최근 난민구조선 입항을 거부했을 때 마크롱 대통령은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냉소적이고 무책임하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프랑스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 선박에 다른 항구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는 "난민 문제가 불거진 초기부터 프랑스는 난민 수용에 주저했다"며 "프랑스는 난민 문제에 관해 신뢰도가 낮은 국가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용 한계를 넘는 난민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 주민들이 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그리스 정부의 난민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EU의 난민정책으로 에게 해 주요 섬들의 난민 수용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사진=AP연합뉴스
▲ 허용 한계를 넘는 난민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 주민들이 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그리스 정부의 난민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EU의 난민정책으로 에게 해 주요 섬들의 난민 수용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사진=AP연합뉴스

프랑스는 3만명의 난민을 이탈리아와 그리스로부터 수용하겠다는 2015년의 약속도 저버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대통령 선거유세 기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시리아 난민을 위해 독일 국경을 개방하기로 하자 이를 환영했으나 당선된 후 돌변했다. 당선 후 6개월이 지난 작년 11월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세상의 모든 고통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모로코 출신 이민자들을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정상들은 지난달 회담에서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고 망명 절차를 진행하는 최전방 회원국에 EU가 자금을 대는 난민통제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난민들이 처음으로 도착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난민통제센터를 만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는 한발 더 나아가 EU 외부에 난민통제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폴리티코EU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정부는 12일 인스부르크에서 열리는 EU 내무장관 회의에서 EU 외부의 제3국에 난민센터 개설을 제안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 정부 소식통은 "정부가 내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비공식 문서를 준비했다"며 "망명 신청이 부결될 경우 해당 난민은 EU를 떠나 본국으로 송환되거나 가능한 제3국으로 보내는 것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EU가 입수한 관련 문서에 따르면 "난민센터를 수용하는 제3국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스페인이 난민들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루트는 크게 3가지다. 터키-그리스 루트와 리비아-이탈리아 루트, 모로코-스페인 루트다. 2015~2016년 수십만 명이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통해 들어왔다.

하지만 터키가 EU로부터 돈을 지원받고 난민을 자국에 머무르게 하는 일이 늘어나고, 이탈리아는 지중해 국경 감시를 강화하면서 난민들의 유럽 진입이 어려워졌다. 모로코를 거쳐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길만 유일하게 난민들에게 열려 있다.

특히 올해 이탈리아에는 반난민 성향의 정권이 들어선 반면, 스페인에는 친난민 성향의 좌파 정권이 집권했다. EU 역외 국경담당 기구인 프론텍스의 파브리스 레제리 국장은 독일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우려사항은 스페인"이라며 "한 달 동안에만 난민 6000명이 스페인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이탈리아가 입항을 거부한 두 척의 난민선도 받아들였다. 이탈리아와 독일,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이 모여 북아프리카-이탈리아 지중해 난민 루트를 폐쇄하려는 움직임과는 반대로 스페인 정부는 모로코 국경에 있는 철조망 철거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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