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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전기료 누진제 폐지가 옳은가

  • 김세형
  • 입력 : 2018.08.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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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주형 기자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주형 기자
[김세형 칼럼] 휴가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일성은 "7~8월 전기료 누진율을 완화해줘라"는 것이었다. 마침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하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전기료 폭탄에 대한 분노가 열화와 같아 겁도 났을 것이다. 정부는 벼락치기 시험 준비하듯 뚝딱, 가구당 1만370원, 19.5%에 대한 할인 선물티켓을 내놨다. 국민 전체가 받는 혜택은 2761억원이다. 한전이 전액 부담하는데 한전 주가는 이 때문에 또 하락해 투자자는 죽을 맛일 게다.

이번에 누진율만 찔끔 완화했지만 누진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없애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선물티켓에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워낙 폭염이 심해 정부 발표대로 하루 4~5시간 에어컨을 켜는 게 아니라 20시간을 켜면 20만~30만원은 그냥 폭탄으로 떨어지는데 달랑 2만원? 장난치냐는 비판이 댓글의 8할 이상을 차지했다.

원래 대중은 우르르 몰려다니고 더운 날씨에 불쾌지수도 높으니 입에서 좋은 말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

우리는 좀 더 냉정하게 큰 그림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은 국민소득 3만달러, 세계 10위권 선진국 국민으로서 전기료 폭탄이 무서워 쩔쩔 매고 살게끔 달달 볶았는가. 아니면 폭염에 에어컨 사용 자체를 하나의 필수적 재화로 보고 인간답게 펑펑 틀어도 되게끔 인프라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국가였나. 나는 이 기준에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판단하는 근거는 주택용 전기사용량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이다(과소비 어쩌고 하면서 미래의 자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참자는 멍청한 말은 꺼내지도 마라. 왜냐하면 주택용 소비량이 13%밖에 안되므로 아무리 주택용을 써봐야 과소비란 단어가 성립하지 않는다).

1인당 주거용 전력 연간사용량을 보면 한국은 1271kWh, 일본 2157kWh, 미국 4393kWh, 프랑스 2312kWh, 독일 1568kWh 등이다.

미국 국민들은 한국인보다 3.4배나 더 쓰고 프랑스, 일본 사람들도 거의 배나 많이 쓰고 산다. 원전을 거의 폐기해버린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로 돌아 한국보다 전력요금이 3배나 비싼데도 1인당 주거용 전력사용량이 더 많다.

그럼 전기료를 비교하면 미국 일본 프랑스가 훨씬 싸서 그들은 펑펑 쓰는가. mwh당 한국이 119달러인데 미국 125달러, 일본은 223달러, 프랑스 182달러 등이다.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미국은 훨씬 싼 편이고 일본 프랑스의 경우도 한국보다 약간 비싼 수준이다. 다만 최대 사용 시 배수가 미국은 1.2배. 일본 1.5배 등이므로 많이 쓰면 그때는 한국이 훨씬 바가지를 쓰게 된다.

이상의 숫자들을 보고 파악한 진실을 무엇인가.

한국의 주택에서 개인이 쓰는 전기소비량은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쪼그라뜨려놔 백성들이 숨을 못 쉬게 해놓은 것이다. 과거 박정희 시절에 산업용을 우선 지원한다 하여 개인들에게 과소비를 막자는 슬로건하에 산업용 전기료를 주택의 절반으로 해줬다. 아마도 50여 년간 수백조 원을 개인이 기업에 보조해줬을 것이다. 그런 압제가 제도 속에 살아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전기사용에서 이젠 국민을 해방시켜줘야 한다. 아껴 써도 꽤 비용이 나오는데 억지로 과소비할 사람도 없고, 사용량 13%밖에 안되는 주택용으로 지구온난화를 국민 개인이 촉발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미국처럼 지금보다 3.4배를 더 쓴다면 발전소를 좀 더 지어야 할 것이다. 연간 사용량은 그래봤자 21억kWh로 산업용의 2860억㎾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둘째, 누진율 유지가 정당한가에 대한 고찰이다. 미국 일본도 누진율이 아주 없는게 아니라 1.2배, 1.5배 이렇게 있긴 하다. 그런데 한국은 200kWh까지 93원, 201~400kWh 188원(2.02배), 401~1000kWh 281원(3.02배), 1000kWh 이상 710원(7.6배) 등의 배수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300kWh 이상이면 일률 1.5배로 끝난다. 한국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펄펄 끓는 폭염에 조금만 에어컨을 돌리면 500kWh가 넘어가므로 거기서 2~3배의 수류탄을 맞고 1000kWh 이상을 넘으면 메가톤급 폭탄을 맞아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말로는 3단계 3배수인데 1000kWh 이상의 4단계가 엄연히 있고 거기에 7.6배를 안기니 세계에서 이런 차별대우는 없다.

누군가는 돈을 부담해야 국가가 운용되므로 부자가 더 내는 게 정의의 원칙에 어울린다. 그래서 소득세는 최고세율이 45%이고 부동산도 좋은 집에 살면 종합부동산세를 낸다. 부유세 성격이다. 그리고 전기료는 전기세가 명칭이 아닌 데서 보여주듯 원래 사용한 양만큼 비용을 내면 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선진국들도 이 부분엔 징벌적 배수를 적용하지 않고 그저 0.2~0.5배 정도만 더 내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아예 소득세 세금도 면세해준다. 전체 임금소득자의 48%가 그래서 면세자다. 국민 4대 의무 중 하나가 납세 의무임을 잊고 산다.

주택용 전기는 전체 전기판매액의 13%밖에 안되고 여기서 큰 배율을 해봐야 실제 걷는 돈은 얼마 안되는데 전기료 폭탄을 놔두는 것은 한국의 제도는 징벌의식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란 말만 듣게 할 것이다.

그리고 전기란 몸의 열과 관련 있어 젊은이들이 더 쓰고 노인들은 덜 쓰는 성질이 있어 소득과 무관한 측면도 있다.

결론적으로 현행 전기료 누진제는 미국, 일본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는 게 정답이라고 본다. 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내로 그런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바란다. 단, 국민들에게 과소비 어쩌고 하면서 누진제로 틀어막은 부분을 해소하여 미국은 안돼도 일본 프랑스 정도만 써도 주택부문 사용량은 15%를 훌쩍 넘길 수는 있다. 이 증가분은 선진국민으로서 정당하게 향유할, 그동안 억제로부터 해방되는 몫이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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