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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앞둔 나이에도 슈퍼스타 현역 '마돈나(下)'

  • 홍장원
  • 입력 : 2018.10.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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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오브 락-77] 앞서 글에서 마돈나의 데뷔부터 앨범 에로티카(Erotica)까지 소개한 바 있다. 에로티카 앨범과 함께 누드집 섹스(S.E.X)를 발간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마돈나는 에로티카 앨범을 예상보다 훨씬 팔지 못하는 부진의 길을 밟게 된다. 사실 에로티카 앨범은 음반과 누드집을 묶어 세상의 비난에 대처하는 마돈나 특유의 배짱을 드러내는 행보였다. 에로티카와 누드집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려면 1990년 나온 'The Immaculate Collection' 앨범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앨범은 마돈나의 히트곡을 집대성한 베스트 앨범 개념이다. 마돈나에게 관심이 많았지만 앨범 전체를 사기 부담스러웠던 팬들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다. 웬만한 인기곡은 이 앨범 안에 다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앨범 판매량이 무려 3000만장이 넘었다. 이 앨범에는 'Justify My Love'를 비롯한 신곡도 들어 있었다. 이 곡 역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올랐다. 그런데 마돈나에게 '선을 넘었다'는 세간의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Justify My Love' 뮤직비디오는 남녀 간 성애를 농도 깊게 담아냈다. 마돈나의 보컬라인은 실종되고 그 자리를 끈적한 내레이션으로 채웠다. 이 둘은 시너지를 이루며 뮤직비디오 체감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MTV에서 방송금지 판정을 받았을 정도다.(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게 방송금지까지 될 작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가 나온 것은 1990년으로 88서울올림픽이 끝난 지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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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입장에서는 마돈나 특유의 '섹시 콘셉트'를 이끌고 1990년 베스트앨범을 내놔 대박을 쳤지만 여전히 그를 비판하는 세간의 목소리가 성가셨을 수 있다. 그래서 1992년 아예 누드집까지 함께 묶어 에로티카 앨범을 출시하고 "어디 할 얘기 있으면 해봐라"고 배짱을 부린 것이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바 있지만 이 앨범은 마돈나 전체 커리어로 볼 때 실패한 앨범 축에 들어간다. 앨범만 내놓으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등극이 당연시됐던 마돈나가 간발의 차이로 1위 등극에 실패했다. 탁월한 전략가이던 마돈나는 이제 한 번 더 기로에 섰다. 그가 내세운 '섹시 콘셉트'는 일단 흥행에 제동이 걸렸다. 그렇다면 한 번 더 밀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방향 전환을 할 것이다.

마돈나의 선택은 후자였다. 마돈나는 무수히 많은 싱글 차트 1위곡을 가지고 있다. 그중 1위 자리에 올라 수성을 가장 길게 한 곡은 뭘까. 마돈나의 탄생을 알렸던 Like A Virgin일까, Like a Prayer, 아니면 마돈나 최전성기의 끝자락에 나왔던 보그(Vogue)일까.(영화 딕 트레이시 OST로 삽입된 곡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답은 모두 아니다. 마돈나의 최장기간 싱글 차트 1위곡은 역설적으로 크나큰 실패를 맛봤던 '에로티카' 앨범 직후에 나온다. 마돈나는 1994년 섹시 콘셉트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앨범 'Bedtime Stories'를 내놓는다. 여기에 실린 'Take a Bow'가 무려 7주 연속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넘버원을 기록하며 마돈나 최고 히트곡으로 떠오른다. 사실 이 앨범 자체는 과거 마돈나의 명성을 이어가기에 다소 역부족이었다. 과거 작품 대비 판매량이 뚝 떨어졌던 전작 에로티카보다 조금 더 많이 팔린 수준이다. 이제 마돈나는 'Like A Virgin'으로 시작됐던 마돈나의 최전성기를 내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마돈나가 섹시 콘셉트를 버리고 잔잔한 발라드 넘버를 주로 채운 'Bedtime Stories'를 내놓은 것은 역설적으로 '섹시'로 시작했던 그의 음악 전반부 커리어를 스스로 허물었다는 의미기도 했다. 'Take a Bow'는 당대 최고의 아르앤드비(R&B) 재능이었던 베이비페이스와 함께 작업했다.(에릭 클랩튼과 '체인지 더 월드'를 함께 작업했던 그 인물이기도 하다)



Take a bow, the night is over

(인사하세요, 오늘 밤은 이제 끝났어요)

This masquerade is getting older

(가장 무도회도 이제 끝자락이에요)

Light are low, the curtains down

(조명이 어두워지고, 커튼은 내려와요)

There's no one here

(여기엔 아무도 없어요)

(There's no one here, there's no one in the crowd)

(여기엔 아무도 없고, 관객도 없어요)

Say your lines but do you feel them

(대사를 하세요 그런데 그걸 느낄 수 있나요)

Do you mean what you say when there's no one around (No one around)

(여긴 아무도 없는데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가요)

Watching you, watching me

(당신과 나를 보는건),

One lonely star

(외로운 별 하나 뿐이죠)

(One lonely star you don't know who you are)

(외로운 별은 당신이 누구인지 몰라요)

I've always been in love with you

(난 항상 당신을 사랑했어요)

(Always with you)

(항상 당신을요)

I guess you've always known it's true

(난 당신이 그걸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You know it's true)

(당신은 그걸 진짜로 알았죠)

You took my love for granted, why oh why

(당신은 내 사랑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랬죠)

The show is over, say good-bye

(쇼는 끝났어요 잘가요)

Say good-bye (Bye bye), say good-bye

(잘 가요 안녕)

가사 역시 도발과 섹시가 주류였던 마돈나치고는 한껏 톤다운된 것이었다. 세상이 마돈나를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시대가 변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아 새로운 영역에서 깃발을 꽂고 그 자리에서 차트 1위를 점령하는 등 성과를 냈기 때문이었다. 섹시로 일관했던 마돈나가 그 콘셉트를 버리지 않았다면 한국 나이로 환갑이 가까운 지금까지 전 세계 투어를 다니면서 최고의 스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레퍼토리가 천편일률이었다면 아직까지 사람들을 질리게 하지 않고 현역으로 뛸 수 있었을까. 마돈나의 변신은 1996년 나온 뮤지컬영화 '에비타'에서 극대화된다. 에비타는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전 대통령 두 번째 부인인 에바 페론(Eva Peron)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이자 영화다. 뮤지컬 무대에 활발하게 올라갔던 작품인데 이를 영화화한 것이다. 마돈나는 여기서 에바 역을 맡았다. 잠시 에바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는 매우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어 후안 페론이 노동부 장관이던 시절 만나 결혼을 하고 그가 대통령에 취임하자 영부인이 된 실존 인물이다. 지독하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은 탓에 영부인이 된 이후 빈민구제 등에 힘썼다. 30대 초반 미모의 영부인이었던 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가 자궁암으로 30대 초반에 별세하자 전 국민이 그를 추모했을 정도였다.(다만 남편과 함께 영구독재를 꿈꿨다는 측면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 부분 남아 있다)

여러모로 마돈나가 맡기에는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캐스팅이었다. 관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마돈나의 섹시 이미지와 에바 역이 과연 어울리냐는 비판이었다. 불과 4년 전인 1992년 누드집과 함께 에로티카 앨범을 내놓고 섹시 이미지를 극대화했던 마돈나였다. 게다가 에비타의 여주인공 에바는 무대에서 강력한 벨팅 발성으로 높은 음을 찍어야 하는 존재다.(벨팅 발성은 뮤지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무대 마이크 시설이 현대화되기 전 시절 보컬이 악기소리를 뚫고 목소리를 관객에게 전달하려면 강한 성량이 뒷받침된 소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벨팅 발성은 고음에서 성대접지가 잘 된 풀톤으로 시원하게 음을 올리는 것으로 보면 된다. 한국으로 치면 차지연의 보컬을 연상하면 되겠다)

하지만 마돈나는 강력한 고음을 탑재한 보컬은 아니었다. 타고난 음역으로 에바의 악보를 소화하기에는 버거웠다. 두 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마돈나의 에비타 출연은 확정된다. 마돈나 목소리에 맞게 원곡 대비 키를 낮췄고 마돈나는 보컬의 완성도를 위해 레슨을 받는다.(이 대목에서도 마돈나의 열정이 십분 돋보인다. 글로벌 슈퍼스타 자리에 올랐던 마돈나가 영화 배역을 위해 자존심을 굽히고 레슨을 받았던 셈이 된다)

결론은 성공적이었다. 마돈나는 에비타를 통해 최소한 두 가지 수확을 거둔다. 첫 번째는 이미지 변신이다. 물론 마돈나는 앞서 얘기했듯이 1994년 앨범 'Bedtime Stories'를 내놓고 발라드를 위주로 한 변신을 시도한 바 있다. 1995년에는 발라드 베스트앨범 개념인 'Something To Remember'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돈나하면 떠오르는 것은 '섹시함'이었다. 음악계 전반에서 존중받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돈나는 에비타 영화를 통해 아티스트적인 이미지를 차츰 쌓기 시작한다. 실제 마돈나는 에비타에서 보인 성과로 골든 글로브에서 주제가상과 여우주연상을 따낸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도 따낸다. 끊임없이 금기에 도전하던 마돈나는 세간의 비판에 지쳐 "미국이 날 싫어하는 것 같은데 이민을 가야 하나"할 정도로 고민이 깊었다. 마돈나 입장에서는 에비타의 성과를 기반으로 본인이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의 지평을 훨씬 넓힌 셈이 됐다. 다양한 방면에서 적극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행동 반경이 넓어진 것이었다.

마돈나의 자신감은 바로 다음번 앨범에서 나온다. 'Ray Of Light'가 주인공. 이 앨범에서 마돈나는 일렉트로니카와 테크노를 전방위에 배치하며 또 한 번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짧은 시차를 두고 미국에서 또 글로벌에서 비슷한 장르가 유행하게 되는데, 사실상 마돈나가 반 발 앞서 선구안을 내비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앨범은 무려 1600만장이 넘게 팔리며 마돈나에게 '제2의 전성기'를 선사한다. 에로티카 대비 1000만장가량 앨범이 더 팔린 셈이다. 마돈나는 이제 굳이 '섹시함'이라는 화두를 끌고 나오지 않아도 톱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공고한 위치를 구축하게 되었다. 불혹의 나이를 넘은 마돈나 입장에서는 성공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한 셈이다. 이 앨범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자신감은 마돈나의 보컬이다. 앨범에서 싱글 커트된 곡 'Ray Of Light'의 후렴 부분은 마돈나의 보컬치고는 상당히 높다. 그리고 마돈나는 꽤 성공적으로(아쉽게도 라이브에서는 좀 무너지고 말았다) 이 후렴부분을 처리해낸다. 앨범상에서 마돈나의 보컬은 에비타를 거치면서 얻은 발성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마돈나가 바로 다음 앨범에서 곡의 키를 꽤 높인 것은 "나도 이제 이런 발성으로 높은 노래를 불러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은연중에 내비치려고 한 시도로 보인다. 아무리 슈퍼스타지만 "나 노래 늘었지 않니 얘들아"라고 말하고 싶은 심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곡 말미에 보이는 마돈나의 샤우팅은 마돈나 전체 곡을 통틀어 유일무이할 정도의 시도라 볼 수 있다.

(레이 오브 라이트의 라이브 버전. 마지막 샤우팅은 좀 아쉽다)



Girls can wear jeans and cut their hair short

Wear shirts and boots'cause it's okay to be a boy

But for a boy to look like a girl is degrading

'Cause you think that being a girl is degrading

But secretly you'd love to know what it's like wouldn't you

What it feels like for a girl



이후 마돈나는 다음 앨범 '뮤직(Music)'역시 1000만장을 넘게 팔아치우고 싱글 커트된 동명의 곡 뮤직(Music) 역시 1위 자리에 올린다. 마돈나의 마지막 싱글 1위곡이다. 현시점에서 마돈나의 마지막 정규 앨범은 2015년 나온 'Rebel Heart'다. 뮤직이 나온 게 2000년이었으니 15년간 마돈나 역시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은 게 사실이다. 2003년 나온 'American Life'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며 부시 대통령을 대차게 까는 내용으로 논란이 일어 한때 애국심에 불탔던 미국인들이 마돈나를 외면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2005년 'Confessions On A Dance Floor'로 화려하게 재기해 공연의 여왕으로 등극하는 저력을 보인다. 싱글 커트된 'Hung Up'은 아바(ABBA)의 'Gimme, Gimme, Gimme'를 샘플링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곡을 잘 내어주지 않는 아바였지만 마돈나의 간곡한 설득에 마음이 녹아내렸다는 후문이다. 뮤직비디오에서 분홍색 에어로빅 타이츠를 입고 춤추는 마돈나의 모습은 40대 후반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이 곡은 전 세계 가장 많은 나라에서 차트 1위를 달성한 노래로 등극했다. 여전히 마돈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현역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힘이 충분했던 것이다. 2012년에 앨범 MDNA를, 2015년에 'Rebel Heart'를 내놓은 마돈나는 지금도 공연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슈퍼스타다. 투어를 한 번 돌 때마다 수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정도다. 마돈나는 이제 변화된 음반시장 탓에 앨범은 부진하더라도 공연은 대박을 내는 '보증 수표' 자리에까지 올랐다. 마돈나는 이제 곧 환갑이 되지만 여전히 젊고 건강한 이미지로 군림할 것이다.

마돈나의 추천곡을 거론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그는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곡만 12개를 가지고 있다. 빌보드 10위 안에 들었던 곡만 합쳐도 줄잡아 40여 곡에 달할 것이다. 앨범을 4개 정도는 무난하게 만들 리스트가 나온다. 앞에 거론한 모든 곡은 일단 추천 리스트에 올린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곡은 'Take a Bow'와 'La Isla Bonita'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마돈나의 심정을 알 수 있는 한 곡을 추가로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로 'What It Feels Like For A Girl'이다. 이 곡은 앨범 '뮤직'에 실린 곡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23위까지 올랐던 곡이다. 세상의 편견에 싸우고 때로는 그걸 이용하고 실패를 겪으면서도 팝의 여왕으로 군림한 마돈나의 심경 일부가 이 노래자락에 들어 있는 것 같다.



Girls can wear jeans and cut their hair short

(여자는 청바지를 입고 짧은 머리를 할 수 있지)

Wear shirts and boots 'cause it's okay to be a boy

(셔츠를 입고 부츠를 신어도 괜찮아. 남자처럼 보여도 말이지)

But for a boy to look like a girl is degrading

(하지만 남자가 여자처럼 보이면 무시당하지)

'Cause you think that being a girl is degrading

(왜냐면 니가 여자처럼 되는 건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후략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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