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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온 인공지능 비서, 언론계에 미칠 영향은?

  • 최용성
  • 입력 : 2017.02.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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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AI 알렉사 기반의 음성비서 스피커
▲ 아마존 AI 알렉사 기반의 음성비서 스피커 '에코' /사진=아마존
[Tech Talk-82] 바로 옆 부서에서 아마존 음성인식 비서 '에코'를 해외 직구로 구입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관심을 모은 그 제품이다. 옆 부서가 산 모델은 스피커 부분이 없는 '에코닷'이라는 제품이다. 뭐 어떻게 생긴 놈인지 슬쩍 봤다. 긴 원통형 에코와 달리 납작한 모양이다. 아마존 특유의 심플한 블랙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킨들, 파이어폰 디자인이 그랬다!) 가격은 50달러 정도. 스마트폰에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설치를 해야 한다는 둥, 음성 인식률이 생각보다 높다는 둥, 영어 발음이 안 좋아서 알아듣지 못한다는 둥 부산스러웠다. 정보기술(IT)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그리 대수로울 것도 없다"고 했지만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에코 설치 과정을 살펴보고 간단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확인하면서 잠깐 '에지'스러움을 즐겼다. 한국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고 "사이먼 세이스(Simon says)"라고 말하고 미국식 발음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런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얼리 어답터가 느끼는 행복이 이런 걸까. 아니면 일종의 어른들 장난감? 조금 익숙해지면 재미없다며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대수롭지 않겠지만, 아마도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것 같다.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고 있다. IT를 조금 한다는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IT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업체들이 인공지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3년 뒤에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달리게 된다고 하는데, 여기서 인공지능은 핵심 기술이다. 독일 폭스바겐, 다임러벤츠, BMW 등은 물론 일본 도요타, 미국 GM과 포드 그리고 한국의 현대자동차까지 인공지능에 올인하고 있다.

 본류인 IT 분야는 진작부터 인공지능 경쟁이 시작됐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승자는 아마존 인공지능 '알렉사'라는 말이 나왔다. 아마존이 2014년 내놓은 음성인식 서비스다(이를 제품화한 게 에코다). 아마존은 CES 2017에서 전 세계 7000여 개 기업과 협업해 알렉사를 적용한 700여 개 제품을 선보였다고 한다. LG전자 냉장고, 코웨이 공기청정기, 화웨이 스마트폰, 포드 커넥티드카 등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장착하고 선보인 구글 인공지능 "구글홈"/사진=구글 스토어 구글홈 홈페이지
▲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장착하고 선보인 구글 인공지능 "구글홈"/사진=구글 스토어 구글홈 홈페이지
아마존에 이어 구글이 지난해 10월 인공지능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장착한 '구글홈'을 선보였다. 가격은 129달러로 에코(179달러)보다 싼 데다 이 분야 최강 구글이 만들었다는 프리미엄까지 더해 인기를 끌고 있다. 소프트웨어 공룡 마이크로소프트도 조만간 인공지능 비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 인공지능 스타트업 비브랩스를 인수하면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하반기 선보일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에 비브랩스 인공지능 솔루션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쟁도 치열하다. SK텔레콤이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를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고 최근 KT도 '기가지니'라는 이름으로 인기 몰이를 시작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무려 300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 비서를 개발 중이고 카카오는 인공지능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하고 김범수 의장이 직접 대표를 맡을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규모가 21억달러(약 2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야말로 인공지능 비서 춘추전국시대인 셈이다. 물론 이 서비스 혹은 기기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닐 테다. 특히 '승자 독식'이라는 디지털 특성상 이 가운데 1~2개 업체의 서비스만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 익사이트·인포시크·알타비스타 등 과거 수많은 검색엔진이 혈투를 벌이다 구글에 수렴된 것처럼, 엠파스·라이코스·네이트 등 갖가지 포털이 경쟁하다 네이버, 다음 등으로 정리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들의 살벌한 경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기자가 몸담고 있는 언론계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요즘은 IT가 다양한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다른 업계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언론은 뉴스를 생산하는 업종이다. 뉴스는 사람들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무척 매력적인 콘텐츠다. 그래서 인터넷 초창기 포털들은 뉴스를 전면에 배치하며 사용자 확보 경쟁을 했다. 그때 언론들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줄 알았다. 기술 발전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뉴스를 공급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인터넷 확산에 이어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종이 신문이라는 플랫폼은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이제 언론들은 네이버라는 '빅브러더'에 뉴스를 공급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새로 시작되는 인공지능 비서 시장은 어떻게 될까. 얼마 전 CNN은 "우리 뉴스가 구글홈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CNN이 구글홈 뉴스 공급자로 선정됐다는 발표였다. 옆 부서에 설치된 에코닷 뉴스 브리핑이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봤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에서 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비서가 보편화하고 구글홈과 에코 사용자가 점점 많아지면 이곳에 뉴스를 공급하지 않는 언론들은 조바심을 느낄 것이다. 20여 년 전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언론들은 이번에도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최용성 모바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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