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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의 법칙 충실히 실행 '애플의 갑질' 아시나요?

  • 윤원섭
  • 입력 : 2017.03.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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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재고관리의 핵심- 리틀의 법칙>
줄 돈 최대한 늦게 주고, 받을 돈 최대한 빨리 받아라
현금흐름 관리의 왕 애플…제품 팔고 단 18일 만에 현금 수령, 구매한 물건 값은 83일 후 현금지급


[미시간MBA 레터-6] #1. A식당은 1시간에 20명꼴로 손님이 방문한다. A식당 안에서 식사하고 있는 손님은 평균 30명이다. 그렇다면 손님 한 명이 A식당 안에서 머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1시간30분이다. 이 문제는 간단히 계산으로 풀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생산관리, 재고관리, 공급체인 등 경영학·과학 분야의 토대를 제공한 '리틀의 법칙(Little's Law)'이 적용된 사례다.

 리틀의 법칙이란 MIT 교수였던 존 리틀이 만든 것으로 '공간 내 머무는 객체 수(I)=객체의 공간 유입량(R)×객체의 공간 내 머무는 시간(T)'이다. 직관적으로 보자면 식당에 들어오는 손님이 늘어나고, 손님이 식당 안에 머무는 시간 역시 늘어나면 당연히 식당 안에 머무는 손님의 수가 곱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위 문제의 경우 식당 내 머무는 손님(30명)=방문하는 손님(20명/시간)×식당 내 손님이 머무르는 시간(1.5시간)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리틀의 법칙이 중요한 이유는 적용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손님뿐만 아니라 재고 흐름을 파악할 수도 있다. 재고량(I)=처리속도(R)×재고 체류시간(T)이다. 재고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량은 재고가 들어오는 유입량과 재고로 머무는 시간의 곱과 같다.

 현금 흐름에도 적용된다. 예컨대 B회사가 지난해 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매출채권(외상매출 및 받을 어음)은 3억원이라고 하자. 이 경우 리틀의 법칙을 적용해 3억원(I)=15억원/년(R)×0.2년(T)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달리 말해 B회사가 물건을 판 뒤 결제 받기까지 평균 0.2년(2.4달) 기다렸음을 알 수 있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조금만 참으시라. 여기까지 맛보기고 이제부터 진짜다. 먼저 말하자면 리틀의 법칙은 재고와 관련된 현금 흐름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더 복잡한 수학 공식이 있으나 이거야말로 진정 어려울 수 있으니 직관적으로 쉽게 알아보자.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줄 돈(현금)은 최대한 늦게 주고, 받을 돈(현금)은 최대한 빨리 받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수중에 현금 흐름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고, 현금이 급히 필요할 때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개인 사업자는 물론 글로벌 대기업에도 무차별적으로 적용될 정도로 확고한 경영 원칙이다.

 이와 관련된 경영학 용어가 '현금전환주기(cash conversion cycle)'다. 현금전환주기는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현금의 유입이 얼마나 지체되는지 혹은 빠른지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대게 현금전환주기만큼 운전자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 크기가 늘어날수록 기업엔 부담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TV가 재고창고에 평균 10일 보관된다고 가정하자. 보통 재고창고에 10일을 머무른 뒤에야 판매된다는 뜻이다. 이때 제품이 재고창고에 머무는 기간을 재고자산회전기간(Day of Inventory·DOI)라고 하는데, DOI가 늘어날수록 삼성전자에 유입되는 현금 흐름은 지체된다. 또 이 TV가 판매됐는데 현금이 아니라 어음 등 매출채권으로 판매됐다면 매출채권이 현금 등으로 전환되는 데 걸리는 기간인 매출채권회전기간(Day sales outstanding·DSO)만큼 유입 현금 흐름은 더 지체된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가 TV를 만드는 데 사용한 부품을 어음 등 매입채무로 산 뒤 이 매입채무를 현금 등으로 전환시켜주는 데 걸리는 기간인 매입채무회전기간(Day payable outstanding·DPO)만큼 유입 현금 흐름은 빨라진다.

 결론적으로 현금전환주기(CCC)=재고자산회전기간(DOI)*+매출채권회전기간(DSO)**-매입채무회전기간(DPO)***로 계산된다. 미시간대 MBA스쿨에서 생산·재고 관리 및 공급체인 등을 가르치는 로만 카푸신스키 교수는 "쉽게 말해 받을 현금은 최대한 빨리 받고, 줘야 할 현금은 최대한 늦게 주면 현금전환주기(운전자금)가 짧아지고(줄어들고), 기업엔 이익이 된다"며 "기업이 현금전환주기를 간과할 경우 실제 금융부담을 무시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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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컨대 C회사 매출이 10억원이고 재고자산회전기간이 50일, 매출채권회전기간이 70일, 매입채무회전기간이 40일이라면, 현금전환기간은 50+70-40=80일이다. 이때 필요한 운전자금은 10억원×80÷365=2억1917만원이 된다.

 하지만 카푸신스키 교수는 "현금전환주기가 금융비용을 져야 하는 부담이 아닌 오히려 이익이 되는 매우 드문 기업도 있는데 바로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애플이 한창 잘나가던 2011년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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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로부터 재고자산회전기간 4.4일, 매출채권회전기간 18.1일, 매입채무회전기간 82.9일을 구한 뒤 계산하면 현금전환주기=4.4+18.1-82.9=-60.4일이다. 즉 현금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는커녕 오히려 현금 유입이 정상적인 수준보다 훨신 더 빨리 이뤄짐을 알 수 있다. 필요한 운용 자금은 1082.5억달러×(-60.4)÷365=-179.1억달러가 된다. 즉 운용자금이 필요하지 않고 179.1억달러만큼 추가 현금이 들어온 것이다.

 카푸신스키 교수는 "애플은 현금전환주기를 최소화하는 수준을 넘어 현금을 미리 확보하는 수준까지 실현했다"며 "이는 애플이 강력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제 조건을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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