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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전자두뇌' 도전, 그가 SF에서 배워야할 것

  • 홍성윤
  • 입력 : 2017.04.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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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 28일 트위터를 통해 "뉴럴링크에 관한 소식이 이번주 내로 나올 예정이다. (현실화되는 시점을) 정확하게 언제다라고 말하기엔 어렵지만, (AI에 의한) 실존적 위협을 생각하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근데 무슨 말을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게 쓰나요. 테슬라 CEO면 이래도 되나 봅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 28일 트위터를 통해 "뉴럴링크에 관한 소식이 이번주 내로 나올 예정이다. (현실화되는 시점을) 정확하게 언제다라고 말하기엔 어렵지만, (AI에 의한) 실존적 위협을 생각하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근데 무슨 말을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게 쓰나요. 테슬라 CEO면 이래도 되나 봅니다.
[쉽게 읽는 서브컬처-46] 상상을 실행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스포츠카 수준의 고성능 전기차를 만들고,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 로켓에 도전하며 언제나 한발 앞선 비전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런 그의 차기 프로젝트는 '전자두뇌'였습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에 '뉴럴링크(Neuralink)라는 바이오기술 스타트업을 비밀리에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의 사업 목표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 칩을 연결하는 것. 뉴럴레이스(Neural Lace)라는 이름의 초소형 인공지능(AI) 칩을 뇌에 이식해(임플란트) 사람의 생각을 다운로드하거나 디지털 정보를 업로드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죠.

 뉴스로 접하니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소식이지만, SF 장르 등 서브컬처에서 '전자두뇌'는 꽤 오래된 소재였습니다. 이번 '쉽게 읽는 서브컬처'에서는 SF 작품 속에서 묘사된 전자두뇌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윌리엄 깁슨의 SF소설 뉴로맨서. 윌리엄 깁슨은 네트워크 가상현실 공간
▲ 윌리엄 깁슨의 SF소설 뉴로맨서. 윌리엄 깁슨은 네트워크 가상현실 공간 '사이버스페이스' 개념을 처음으로 주창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뉴로맨서와 사이버펑크

 포문은 윌리엄 깁슨의 SF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가 엽니다. 1984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휴고상, 네뷸러상, 필립 K 딕상 등 SF 관련 주요 상을 휩쓸며 걸작의 반열에 오릅니다. 뉴럴링크와 뉴로맨서 모두 뇌신경을 뜻하는 뉴로(neuro-)에서 파생된 단어라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소설은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국가와 기업, 사람 간의 정보 영역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인 케이스는 가상현실(VR) 장비를 응용한 컴퓨터, 사이버스페이스 데크를 이용해 통신망을 해킹하는 '데이터 카우보이'로 등장하고요. 사이버스페이스 데크는 디스플레이 대신 전극을 통해 뇌신경에 직접 시각정보를 전달합니다. 이 소설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와 함께 사이버펑크(Cyberpunk) 장르의 시조 격 작품으로 꼽힙니다. 사이버펑크란 1980년대 등장한 과학소설의 한 장르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인공두뇌학)와 펑크의 합성어입니다.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과 인간의 본성이 엮이면서 일어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 장르죠.

 "항구의 하늘은 방송이 끝난 텔레비전 색이었다(The sky above the port was the color of television, tuned to a dead channel)"라는 소설 첫 문장이 유명합니다. 윌리엄 깁슨은 2012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가 대선에 출마하며 인용한 "미래는 이미 여기 와 있다. 아직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The future is here. It's just not widely distributed yet)"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정작 작가는 뉴로맨서를 집필할 당시 컴맹이었고, 소설 인세로 컴퓨터를 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철학적인 주제와 고퀄리티 영상미학으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서 묘사된 전신의체 사이보그와 전뇌. 전신 사이보그의 경우 뇌는 '전각'이라는 금속재질 케이스 안에 보관하게 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저렇게 꺼내서 정비할 수도 있고, 다른 의체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공각기동대와 전뇌(電腦)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는 시로 마사무네 원작 동명의 만화(1989년)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1995년)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SF 작품입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 실사영화로 제작됐죠.

 "기업 네트워크가 지구를 뒤덮고, 전자가 보편화되어도 국가나 민족이 사라져버릴 정도로는 정보화되지 않은 가까운 미래"(원작 인용) 시대를 무대로 하는 공각기동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가 바로 '전뇌'입니다.

 전자화된 두뇌를 뜻하는 전뇌는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결합해 뇌 기능을 강화시키고, 뇌 자체를 독립적인 컴퓨터이자 네트워크 단말기로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맨-머신 인터페이스'라는 이름의 나노컴퓨터 소자를 뇌에 투입시켜 뇌가 전자 신호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전뇌화라고 합니다.

 전뇌화 시술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과 전뇌를 통해 (마치 텔레파시처럼) 대화 및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또 기억 역시 데이터처럼 처리할 수 있게 돼 외부 저장장치에 기억을 저장해놓거나 거꾸로 각종 정보를 자신의 뇌에 가지고 올 수 있고요. 전뇌화 시술자들은 공통적으로 목덜미에 플러그가 있고 데이터 케이블을 통해 다른 기기나 네트워크, 사람과 연결할 수 있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는 이후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각기동대의 주인공인 쿠사나기 모토코는 좀 더 특별한 케이스로 그녀는 온몸을 기계(의체라고 하는 사이보그 몸체)로 대체했기 때문에 아예 뇌를 뇌각이라는 케이스 안에 담아 보호합니다. 덕분에 다른 신체로 옮기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쿠사나기는 전뇌와 의체로 이뤄진 자신이 어디까지 '인간'인지 고민합니다. 자신의 자의식은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기계일 수도 있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공각기동대의 영문 제목인 '고스트 인 더 셸(껍질 속의 유령)'도 이런 고민에서 나왔습니다(심오).

인간의 뇌를 저장장치로 활용한다는 소재를 활용한 두 영화
▲ 인간의 뇌를 저장장치로 활용한다는 소재를 활용한 두 영화 '코드명 J'와 '엘리시움'.
◆코드명 J와 엘리시움, USB 대신 뇌

 로버트 롱고 감독의 1995년 데뷔작 '코드명 J(Johnny Mnemonic)'와 닐 블롬캠프 감독의 2013년작 '엘리시움(Elysium)'은 여러 모로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두 영화의 주인공 모두 기밀 데이터를 자신의 뇌에 다운로드했다가 목숨을 위협받는 지경에 처한다는 점부터 유사합니다. 그리고 그 정보가 어떤 내용인지 본인은 모르는 상황도 비슷하죠. 흥행 성적이 형편없다는 것까지 닮았어요.

 폴 레버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뇌의 저장 용량은 페타바이트(PB·1024테라바이트, 104만8576기가바이트)라고 해요. HDTV 방송을 녹화한다면 13년4개월 동안 녹화한 분량이고 책으로 따지면 47억권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뇌 용량을 저장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면'이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상상력이 두 영화의 기초가 됐습니다. 코드명 J는 윌리엄 깁슨의 단편 '조니 니모닉'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키아누 리브스가 주인공 조니를 연기했습니다. 기업들의 중요한 정보를 머리에 담아 직접 전달하는 정보 밀사 역할이었죠. 원작이 뉴로맨서와 세계관을 공유하다보니 사이버스페이스도 서사의 주요 무대로 등장합니다. 엘리시움은 감독 특유의 리얼한 상상력을 잘 살린 강화외골격 슈트(EXO 슈트)로도 화제가 됐습니다.

1999년 혜성처럼 등장해 SF 팬들을 매료시킨 매트릭스 시리즈. 영화에서는 목덜미에 있는 플러그(흰색 원)에 네트워크 케이블을 연결해 가상현실안으로
▲ 1999년 혜성처럼 등장해 SF 팬들을 매료시킨 매트릭스 시리즈. 영화에서는 목덜미에 있는 플러그(흰색 원)에 네트워크 케이블을 연결해 가상현실안으로 '로그인'했습니다.
◆매트릭스와 가상현실

 세기말에 등장한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는 철학적인 주제와 화려한 액션으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SF 걸작입니다. 주인공인 네오를 포함해 모든 인류가 인지하고 있는 현실은 사실 기계가 만든 가상현실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머리에 케이블이 꽂힌 채로 작은 캡슐에 갇혀서 사육되고 있다는 설정은 충격적이죠.

 이러한 설정의 기저에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깔려 있습니다. 뉴럴링크의 목적과는 좀 다르지만, 뇌와 기계를 직접 연결해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 뇌파 등을 인식하는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두고 BCI라고 합니다. 뇌파를 읽어(즉 생각만으로) 컴퓨터 혹은 기계를 제어하는 기술이죠. 뉴럴링크처럼 과격하게 뇌에 칩을 이식하는 방식 외에 두피에서 발생하는 전기자극을 측정하는 EEG(Electroencephalogram) 방식을 많이 활용합니다. 관련 연구는 꽤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고, 근래 들어선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생각만으로 태블릿PC상에 글자를 쓰거나 휠체어를 움직이고 수 ㎞ 떨어진 곳에 있는 로봇팔을 움직였으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생각으로 기계를 제어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미지와 음성 등 외부 자극을 감각 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뇌로 전달해 시각과 청각, 촉각 신호를 구현해내는 것도 BCI 기술입니다. 뇌를 속여 먹지 않고도 맛을 느끼고, 보지 않고도 봤다고 느낄 수 있다는 얘기죠. 매트릭스의 악역 사이퍼는 인류를 배신한 이유에 대해 묻자 "이 가짜 스테이크를 먹으면 매트릭스가 내 두뇌에 '맛있다'라는 신호를 보내준다. (진실은) 모르는 게 약"이라고 답합니다. 이게 다 음식이 맛없어서 생긴 비극입니다.

 여하튼 BCI 기술이 발전하면 4DX 영화관보다 더 발전한 체험 영화관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이 피자를 먹으면 입안에서 피자 맛이 감돌고, 얻어맞으면 덩달아 아프고, 베드신을 찍으면…(이하 생략).

 매트릭스의 속박에서 탈출한 주인공 일행은 인류를 해방시키기 위해 랜선 꼽듯이 머리 뒤에 케이블을 꽂아 다시 매트릭스로 접속합니다. 편리하게도 무술부터 헬기 조종법까지 뇌에 전송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배울 수 있습니다. 게임으로 따지면 치트키죠.

그렉 이건의 SF소설
▲ 그렉 이건의 SF소설 '쿼런틴'. 읽기는 어렵지만 그 이상으로 읽을 가치가 있는 걸작 SF 입니다.
◆쿼런틴과 '뇌 인스톨' 나노공학

 그레그 이건의 하드SF 소설 '쿼런틴(Quarantine·행복한 책 읽기)'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닙니다. 양자역학을 소재로 철학적 주제까지 깊게 파고들어가는 사변론적 SF거든요. 전자두뇌라는 소재에만 한정해 살펴보자면, 작품의 무대인 2068년은 뇌의 구조가 다 밝혀지고 신소재 나노공학이 상용화된 미래입니다. 모드(mod)라고 하는 세포 크기의 나노 프로그램을 흡입해 뇌에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으로 설치하면 끝. 모드의 활용은 무궁무진합니다. 뇌하수체에 작용해 통각과 감정을 통제하고, 관광지의 정보를 시각화해 AR처럼 보여줍니다. 잠을 자는 동안 복잡한 계산을 끝마치기도 합니다.

 작가는 나노공학과 전자두뇌를 단순히 신기한 설정으로 놔두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감정을 통제하는 P3 모드로 아픈 기억과 고통스러운 감정을 '꺼둡니다'. 몸이 다치기라도 하면 P1 모드로 통각은 차단하고 치료 방법 등을 객관적으로 진단합니다. 작가는 묻습니다. 몸도 마음도 기억도 완전히 통제하는 '나'는 과연 온전한 '나'인가. 어디까지 자아라고 할 수 있을까. 양자물리학의 낯선 용어보다 더 어려운 실존에 관한 질문입니다.

게임
▲ 게임 '콜 오브 듀티 : 블랙옵스 III'에 등장하는 명령 신경 인터페이스(DNI). 이와 함께 2070년대의 미래에서는 신체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김병장님, 오늘 당직사관이 기계팔 관절부 수입상태랑 WD-40 도포 검사한답니다." "아놔"
◆콜 오브 듀티와 DNI

 2070년대를 무대로 하는 FPS 게임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3(Call of Duty: Black Ops Ⅲ, 2015)'에는 명령 신경 인터페이스(Direct Neural Interface·이하 DNI)가 등장합니다. 머리와 척추 중추신경에 칩을 이식해 네트워크 접속 및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죠.

 게임 내에서는 DNI를 이용해 드론이나 타인의 DNI를 해킹하고, 신체의 반응속도를 끌어올리고, 시각과 결합해 적 정보, 날아오는 폭발물 궤도 등을 표시하거나 야시경을 쓰지 않고 어두운 장소에서 시야를 확보하기도 합니다. 또 게임 속에서 스쳐 지나가지만 무엇이든 맛있게 느끼도록 만드는 기능도 있어요. DNI만 있으면 군대 밥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오늘 따라 똥국이 정말 맛있는걸?" "파래무침도 환상적이야!")

◆일론 머스크는 사이버펑크를 꿈꾸는가

 앞서 설명했듯이 SF 장르 중 하나인 사이버펑크는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과 인간성의 관계에 대해 다룹니다. 특히 전자두뇌와 기계 신체로 인한 인간성의 변화는 사이버펑크의 주된 테마입니다. 확장된 감각, 취사 선택된 기억, 경험을 대체하는 선험적 지식, 타고난 정체성과 괴리된 자아… 인간과 결합된 기계, 네트워크는 인간에 대한 정의를 바꿀지도 모릅니다.

 머스크의 전자두뇌 프로젝트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대단한 도전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 SF 작가와 창작자들이 수십 년도 전에 했었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담겨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머스크는 "AI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AI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초인공지능, 즉 싱귤래리티(singularity)가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그런 그가 뉴럴링크의 연구가 인간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무척이나 실망스러울 것 같네요.

[홍성윤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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