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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 CSR 하지말라 냉정한 판단 괜찮은걸까

  • 윤원섭
  • 입력 : 2017.04.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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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시간MBA 레터-7] 기업의 CSR 무용론 등장

-세계적 전략 전문가 카르나니 교수 "CSR은 주주 이익에 반해…PR·마케팅 수단에 불과"

-"CSR 안하면 매출 줄어든다고? 천만에 장기 매출에 영향 없어"

#1. 지난해 9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는 미국 알레르기 환자의 이목이 집중됐다. 알레르기 치료제 '에피펜(Epipen)' 값을 10년만에 무려 5배 이상 올린 제약회사 '밀란(Mylan)'을 상대로 약값 인상의 정당성을 따지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에피펜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주사형 치료제로 밀란이 2007년부터 미국 내 독점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주사제 2개들이 한 상자 값은 2007년 약 100달러에서 2016년 약 600달러로 뛰었다. 특히 청문회에선 약값 인상을 주도한 헤더 브레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온 관심이 집중됐다. 그의 연봉은 같은 기간 약 8배 올랐다. 약값 인상은 대중의 공분을 샀지만, 밀란의 주가는 그 기간 3배 이상 올랐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브레시 CEO의 약값 인상은 현명한 선택인가?

이 질문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각자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밀란이 일반 대중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브레시는 훌륭한 CEO임이 틀림없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일으킨 이가 있다. 주인공은 세계적인 비즈니스 전략 전문가 아닐 카르나니(Aneel Karnani) 미시간대학 MBA스쿨 교수다.

카르나니 교수의 논리는 간결하다. 카르나니 교수는 "기업의 목적은 기업 형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장기업은 '주주 이익 극대화'가 제1 목적"이라며 "주식 투자자가 상장기업을 믿고 투자한 만큼 기업은 투자금을 가지고 최대한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주 이익 극대화에 반하는 활동은 기업의 목적에 반하며 하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카르나니 교수는 기업의 목적과 관련해 찬반양론이 갈리는 대표적인 이슈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꼽았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CSR는 상장기업이라면 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물론 엄밀히 말해, 주주이익에 반하는 CSR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지만 CSR가 정의상 주주이익에 반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예컨대 주주이익에 도움이 되는 CSR는 사실 CSR라기보다는 CSR를 가장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 기업전략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었다.

카르나니 교수는 "맥도널드는 자사 주요 제품인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청소년 비만과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새롭게 샐러드를 메뉴에 추가했다"며 "맥도널드는 샐러드 메뉴 도입을 대외적으로 CSR로 말할 수 있지만 실제 이윤극대화 전략으로 추진했고 그 결과 상당한 이윤 증가 효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카르나니 교수는 이윤극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활동을 CSR로 포장하는 것을 PR·마케팅으로 간주했다. 이 같은 PR·마케팅은 주주 이익 극대화에 기여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소비자들은 기업의 CSR라는 포장에 현혹되기 쉽지만 포장을 한 꺼풀 벗긴다면 기업이 결코 이윤을 희생하면서까지 CSR를 하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아프리카 등 오지에 학교를 짓고,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는 등 일반적인 CSR 활동의 효과는 어떨까? 카르나니 교수는 이 같은 예들이야 말로 주주 이익에 반하는 활동일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사회와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글로벌 기업이 아프리카에 학교를 지으면 해당 기업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자사 브랜드 인지도 향상 및 구매 증가를 기대하지만 정작 그 효과는 미미한 경우가 많다"면서 "예컨대, 인지도 향상을 위한 직접적인 마케팅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카르나니 교수는 이어 "또 기업이 정부가 해야 하는 학교 영역에 개입하게 되면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며 "학교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사기업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여기서 CSR 활동을 열심히 해온 기업이라면 의문이 들게 된다. CSR는 등한시하고 오로지 주주 이익 극대화에만 치중하다 보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나 평판이 나빠지고 이는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오히려 주주 이익 극대화에 반하게 될 수도 있지 않나하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카르나니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 결과, 기업이 CSR 부족으로 비판을 받는 경우 일시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경우는 있어도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소비자의 주요 구매 기준은 CSR가 아니라 제품의 가격, 품질,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요컨대 카르나니 교수는 "기업의 CSR는 결국 기업의 활동과 관련이 없고(irrelevant), 실효성이 없으며(ineffective), 위험하기까지(dangerous) 하다"며 "환경, 불평등, 빈곤 등 사회적인 문제에 기업이 CSR로 접근하기 보다는 정부, 시민단체 등이 더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일 상장기업이 아니라면 어떨까?

카르나니 교수는 상장기업이 아닌 오너 경영인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는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좋은 예가 기업의 목적 중 하나를 환경보호로 삼고 있는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는 자사가 판매한 의류 제품이 낡고 헤지면 새로 사기를 권하기 보다는 수리를 해줄 정도로 환경보호라면 업계에서 가장 알아주는 기업 중 하나로 통한다. 카르나니 교수는 "파타고니아처럼 비상장 회사의 목적이 이윤창출과 동시에 환경보호라면 오너의 신념에 따라 이해관계 충돌없이 얼마든지 CSR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며 "파타고니아는 직원들도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 형태를 창출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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