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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한 해커 출신 장관, 한국에선 가당한 일일까

  • 최용성
  • 입력 : 2017.04.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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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펑(영어명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정무위원이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제 해킹 방어 대회 "코드게이트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탕펑(영어명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정무위원이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제 해킹 방어 대회 "코드게이트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Tech Talk-84] "해커의 정신으로 사회를 더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해커라고요? 범죄자들이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키나요?"

지난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던 국제해킹방어대회 코드게이트 2017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정무위원(장관)과 우리나라 한 국회의원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오드리 탕은 매일경제신문 초청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근래 대만 장관급 인사 방한은 탕 장관이 거의 유일하다시피해서인지 그의 방한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그는 그 자체로 미디어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중학교 중퇴 학력이지만 세계적 해커로 성장한 천재(국내에 그의 아이큐가 180으로 알려진 데 대해 탕 장관은 160이라고 바로잡아 줬다. 뭐 180이나 160이나 대단하긴 마찬가지지만). 16세 때 창업을 하고 이후 애플 컨설턴트로 일할 정도로 비즈니스 감각과 능력도 출중하다. 25세 때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고 지난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 정부에서 장관으로 임명됐다. 이런 인물을 외면할 미디어는 없다. 실제로 이번 코드게이트 콘퍼런스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국내 미디어들이 참가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밝히는 것이지만 사실 그의 방한은 간단치 않았다. 정말 어렵게 성사됐다. 중국과 대만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 총통 당선으로 여전히 불편한 관계에 있고, 한중 관계 역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로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탕 장관 방한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민간(특히 언론) 차원에서 일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국가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 혹은 국민 정서 탓에 추진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 그런데 마치 특정 단체와의 협의를 위해 탕 장관이 방문했다거나 코드게이트 공동 주관사인 매경미디어그룹을 언급하지 않은 미디어들을 보면 씁쓸하다.)

어쨌든 탕 장관은 이번 방한 때 국내 주요 인사들과 만나면서 "아,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해커는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 탕 장관과 함께 있던 나도 솔직히 '국내에서 해커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도 저렇게 부정적인가?'하고 놀랄 정도였다. 하긴 해킹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늘 개인정보를 탈취당했다거나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해커는 해킹을 하는 사람이다. 해킹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해커는 전문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음침한 방 속에 틀어박혀 여러 대 모니터를 켜두고 세상 곳곳의 컴퓨터 시스템을 뒤적이는 덕후 같은 모습만 상상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악의를 갖고 컴퓨터 시스템을 공격하는 이들도 있다. 흔히 이들을 해커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명칭은 크래커다. 크래커가 저지르는 범죄적 행위를 크래킹이라고 한다(크래커는 해커의 부분 집합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럼 다시 탕 장관의 한마디로 돌아가 보자. 그는 '해커의 정신'으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해커의 정신이란 게 뭘까. 앞에서 밝힌 것처럼 해커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이유는 버그 등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즉 해커의 정신이란 문제점을 해결하는 의지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점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점에서 해커의 정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인공지능이나 소셜미디어와 같은 모바일 기술 혹은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은 갈수록 파편화하면서 갈등하는 사람들 의식을 하나로 모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그는 대만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인터넷 등을 활용한 시민운동을 주도하면서 정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대만 디지털 정무위원에 올라서도 사회적 갈등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령 국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우버의 진출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자체 개발한 소셜미디어로 경청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전자 민주주의의 신봉자라고 할 수 있다.

탕 장관의 실험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성공 여부는 모르겠지만 기술을 생활 편의 혹은 기업들의 생산성 제고 차원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사람들의 보편적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이상주의자로 매도하지 않고 정부의 핵심 요직에 앉히는 대만의 열린 정부 시스템이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한국에서는 성전환한 해커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최용성 모바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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