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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자본주의를 바꾸는 3가지 변화

  • 김세형
  • 입력 : 2017.04.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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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전 지구촌이 정치에 정신을 팔려 있는 사이 올해 자본주의의 한 귀퉁이에서 재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선봉에 스냅챗이 있다. 스냅챗은 사진과 동영상 공유에 특화된 모바일 메신저다. 스냅챗의 가장 큰 특징은 보내는 사람이 받는 이의 확인 시간을 설정해 일정 시간 후 메시지를 자동 삭제할 수 있는 이른바 '자기 파괴' 기능이다.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5초로 시간을 맞추면 그가 확인한 다음 5초 뒤 자동 삭제된다. '잊힐 권리'로 사생활을 보호해 선풍적인 인기다.

스냅챗을 운영하는 회사인 스냅을 창립한 에번 스피걸은 1990년생으로 아직 나이 서른이 안 됐으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2013년 30억달러(약 3조원)에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해도 팔지 않았다. 이 회사는 최근 상장(IPO)을 위해 주식을 공모했는데 가장 특징적인 사건은 회사 주식을 사는 사람에게 의결권을 주지 않은 것. 한국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이런 주식을 발행할 수 있었다면 지분율을 많이 가지려 합병 과정에서 쇠고랑을 찰 일도 없었다. 스냅은 주식을 주당 17달러에 공모했다. 회사 시가총액은 300억달러로 저커버그가 2013년에 사겠다고 한 가격보다 10배나 올랐다. 그런데 의결권을 주지 않은 데 대한 해설이 재미있다. 자본이 귀할 때 자본의 역할이 커서 자본주의란 말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자본은 넘쳐나고 신기술을 생각해내는 인간의 두뇌가치가 가장 높다는 것.

따라서 멍청한 자본가는 아무런 권리도 주장하지 말고 배당을 주면 받고 아니면 그냥 기다리거나 그게 싫으면 주식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자본주의(capitalism)는 두뇌주의(brainism) 또는 기술주의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두 번째는 전기차회사 테슬라의 가치가 500억달러를 뚫고 미국 최고 자동차회사인 포드(Ford)와 GM을 앞지른 사건이다. 회사 설립 14년밖에 안 된 테슬라가 114년의 포드의 가치를 따라잡더니 기어이 GM 왕국마저 무너뜨렸다. 더욱이 테슬라는 올해 1조원가량 적자를 내고 있고 GM은 연간 10조원 이상 흑자를 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위의 스냅챗도 연간 5억달러 이상 적자를 낸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에 꿈을 건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아마존 제국의 탄생이다. 아마존은 책을 파는 닷컴으로 출발했다가 시가총액이 애플 다음가는 2위 회사로 부상했고 2025년까지 연평균 16%씩 매출이 상승할 것이라고 모건스탠리가 전망했다. 근래 50년 역사에서 이렇게 급성장하는 회사는 일찍이 없었다. 그 비결은 킨들(Kindle), 알렉사(Alexa), 프라임(Prime), AWS(아마존웹서비스), 아마존 고(GO), 블루 오리진 같이 끊임없이 사업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들 단어 가운데 하나라도 낯익지 않으면 당신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창업자 제프 베저스는 최근 주주들에게 편지를 썼다. 상장 첫날 주주들에게 띄운 편지처럼 언제나 'DAY ONE' 정신으로 일한다고. 오늘이 아마존 첫날이란 얘기다. DAY TWO로 해이하면 회사가 추락한다고 한다.

알렉사는 음성 서비스 비서이고 AWS는 기업들이 웹서비스를 받아 영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베저스는 "인공지능 음성비서 알렉사와 무인(無人) 점포 아마존 고처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시도를 성공시킨 비결은 첫날 정신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사업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일자리 13만개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베저스는 가장 성공한 AWS의 앤디 제시 사장에게 작년 402억원의 연봉을 주고 자신은 19억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스냅은 자본주의의 진화, 테슬라는 가치, 아마존은 사업 방식에서 자본주의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한국에 베저스 같은 기업가가 쏟아져 나온다면 일자리에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베저스는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해 지난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를 떨어뜨리기 위한 저격수 팀을 운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는 그에게 보복하지 않았다. 이런 흐름을 보면 한국의 기업인 혼내기는 그야말로 구닥다리 이야기다. 대선 주자들, 정신 차려서 배우기 바란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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