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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인수권부사채가 뭐길래

  • 최병철
  • 입력 : 2017.04.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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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57] 대선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여러 의문들이 있고, 그에 대한 해명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의문 중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민감한 내용은 생략하되,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이름이 길어 금융업계에서는 'BW'로 줄여서 부른다. BW는 'Bond with Warrant'의 약자이다. 회사가 돈을 빌리는 방법은 다양한데, 그 중에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닌 특정인(사모) 또는 불특정 다수(공모)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 사채(社債)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사채가 아닌 회사가 빌린 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그냥 돈을 빌리면, 기준금리에 회사의 신용도 등을 반영하여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한다. 너무 금리가 높아지면, 회사의 이자 부담이 높아진다. 또한, 대기업의 경우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고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도 많지만 중견, 중소기업은 자금이 필요하더라도 쉽게 자금을 조달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효과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이다. 원하는 금액의 돈을 빌리면서 금리도 높게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신주인수권'이라는 것을 붙여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신주인수권이란 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금액에 살 수 있는 권리이다. 두산중공업 사례를 보면서 이해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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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은 최근 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하나씩 따져서 이해해보도록 하겠다.

1. 사채의 종류를 보면, '공모'라고 되어 있으므로 청약만 하면 누구나 이 회사에 돈을 빌려 줄 수 있다는 뜻이다.

2. '무보증'이라는 내용은, 별도로 두산중공업이 이 돈을 못 갚게 되었을 경우 계열회사나 다른 사람이 대신 갚아주는 형태의 보증은 없다는 이야기이다.

3. '분리형'이라는 말은,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따로 떼어 매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4. 4번의 표면이자율 1%는 회사에 돈을 빌려주면 매년 1%의 이자를 주겠다는 뜻이다.

5. 4번의 만기이자율 2%는 매년 이자를 1% 주지만, 만기까지 계속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원금까지 받는 사람에겐 2%의 1% 이자를 제외한 추가 1%의 수익을 더 주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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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의 행사가액은 두산중공업에 돈을 빌려준 사람에겐 2만3450원에 두산중공업의 주식 1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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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현재 두산중공업의 한 주당 가격은 2만3800원 이므로 2만3450원에 산 주식을 현재 가격인 2만3800원에 판다면 받는 이자를 제외한 1주당 350원의 추가수익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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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주인수권이 모두 2132만1961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지금은 아니고 2017년 6월 4일부터 권리행사기간이 시작된다. 2017년 6월 4일에 만약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2만5000원 이라면 어떻게 될까? 2만3450원에 2만5000원 짜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1개(신주인수권)의 가격은 얼마가 되겠는가? 단순하게 계산하면 2만5000원 - 2만3450원 = 1550원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핵심이다. 저금리 세상이지만 은행에 정기예금을 넣으면 1%를 주고, 저축은행에 정기예금을 넣으면 2%를 준다. 두산중공업에 돈을 빌려주면 1% 이자를 받고,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 2%를 받게 된다. 이럴 거면, 위험하게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에 넣지 않겠는가?

그런데 독자가 두산중공업이라는 기업은 한 주당 가치가 2만3450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은행 정도의 이자 수준을 받으면서,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이용해 추가적인 수익을 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만일 반대로 두산중공업 주식이 앞으로 계속 2만3450원 이하의 가격에 거래될 것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은행이자 또는 저축은행 수준의 이자만 받고 만족해야 할 것이다. 주식을 2만3450원 이상에 살 수 있는 권리는 주가가 2만3450원 이하이면 가치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파생상품 지식이 있는 독자들께 - 콜옵션의 시간가치는 논외로 한다).

어쨌든 그럼에도 은행이자 수준을 받고, 만약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2만3450원 이상이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밑져야 본전(은행이자)이라는 생각에 투자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은행예금은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보장을 받는다(예금자보호법). 그런데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겨서 두산중공업이 어려워진다면? 아주 낮은 확률로 원금과 이자를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

두산중공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사례는 결국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는가? 은행이자 2% 이상의 추가적인 수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첫 번째, 알아야 할 것은 원금보장과 이자를 받기 위해서 두산중공업이라는 회사가 망하지 않고 나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는 안정적인 회사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회사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심사숙고를 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 두산중공업에게 원금과 이자만 받는 다면 은행에 넣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한 주당 2만3450원 이상 가격으로 거래되어 은행이자 이상의 추가수익이 날 수 있을지를 판단해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두산중공업에 대한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의 2017년 추정 당기순이익은 1779억원이다. 현재 발행된 주식은 1억645만7586주 이며,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발행되면 2132만1961주가 추가로 발행될 수 있다. 즉, 신주를 받을 주식까지 고려하여 전체 주식 수는 1억2777만9547주(현재 발행된 주식 + 이번에 신주인수권이 행사된다는 가정, 다른 희석 주는 없다는 전제)가 된다. 자 이제 두산중공업의 총 순이익 1779억원을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나누어 가져야 한다. 두산중공업 한 주를 가진 주주는 한 주당 얼마의 이익을 나눠가지게 될 것인가? 1779억/1.27억주 = 1392원이 된다. 이 1392원을 '주당순이익(EPS)'이라고 한다. 주식 한 주를 가진 주주가 가져가는 이익이라는 뜻이다. 다만, 추가로 발행될 주식으로 발생하는 1/n 효과까지 고려한 '희석주당순이익' 이라고 한다.

자 이제 마지막 판단을 해보자.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2만3450원 이상이어야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한 사람(두산중공업에 돈 빌려준 사람)이 은행이자 이상의 추가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두산중공업 주식 1주당 2만3450원이면 2017년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한 실적이 나온다는 전제 하에, 1주당 돌려 받는 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가? '2만3450원/1392원 = 약 17배'에 해당한다. 이 17배는 '2017년 추정실적을 이용한 PER'라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독자 여러분이 직접 투자 판단을 해보시기 바란다. 두산중공업에 돈을 빌려주어 은행 이자 이상의 추가 수익을 달성하려면, 2017년 애널리스트들의 예상 실적을 실제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이익을 17년 동안 창출해야 주식에 투자한 2만3450원을 회수할 수 있는 이익 수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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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2016년 코스피 전체 기업의 실적 대비 PER는 약 14배이다. 2016년 이익을 14년간 창출하면 원금 회수가 되는 수준이다. 두산중공업은 2016년에 적자를 냈다. 2017년은 추정 실적이 흑자가 예상되지만, 예상실적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코스피 전체 보다 창출된 이익 대비 주가가 비싼 것이다. KOSPI 전체와 비교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면, 직접 동종업계 등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망하지 않고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을 것이며, 2만3450원(2017년 예상실적 대비 PER 17배, 코스피 2016년 PER 14배 보다 높은 수준) 이상의 가격으로 주식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의 가격을 평가해 준 다면 투자자들은 은행 이자 이상의 초과수익을 얻을 것이다.

귀중안 돈이 투자되기에 회사의 미래전망, 애널리스트 추정실적의 달성 가능성, 원금과 이자상환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투자위험을 관리하고 실패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현재 두산중공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에 대한 청약이 진행되고 있다(4월 24일부터 28일까지). 이제 판단은 투자자들의 몫이다.

청약이 진행 중인 투자상품이다 보니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부터 지면 문제상 먼저 다루어 보았다. 다음 회에서는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사채가 왜 문제가 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최병철 파인트리컨설팅 대표회계사
▲ 최병철 파인트리컨설팅 대표회계사
[최병철 회계사 파인트리컨설팅 대표]

※최병철 회계사는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며 회계감사,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였습니다. 현재는 기업실무자, 증권사 직원, 법조인, 언론인,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에게 회계와 재무제표 실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저서로는 '지금 바로 재무제표에 눈을 떠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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