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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과신이 강한 리더는 위험하다

  • 남보람
  • 입력 : 2017.04.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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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보람의 군사경영-94] 자기과신은 실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자기 견해가 옳다고 과도하게 확신하는 것을 말한다. (차명기, '경영자의 자기과신 성향이 이익조정과 조세회피에 미치는 영향' 박사논문, 2016년)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기과신이 강한 리더는 위기 상황하에서 잘못된 결정을 하기 쉽다. 또한 그런 리더와 함께 일해 온 구성원은 자율성과 독립심이 약한 성향이 있다. 그러므로 자기과신이 강한 리더가 있는 조직은 위기 상황에 매우 취약하다.

경영, 투자 분야에서는 일찍이 리더의 자기과신 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왔다. 현대 경영자는 투자와 같은 이익추구 행위나 조세회피와 같은 손실회피 행위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에 경영자의 잘못된 자기과신은 이익-손실에 그치지 않고 기업 흥망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분야의 전문가인 토마스 베리(Thomas R B) 교수는 경영자의 자기과신이 기업 흥망에 이어지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했다.

-자기과신이 강한 리더 → 자신의 의사결정력을 과신 → 미래의 이익에 대해 낙관 → 위험성 프로젝트에 투자 → 위기 도래

-자기과신이 강한 리더 → 자신의 위기 극복력을 과신 → 미래의 손실을 과소 평가 → 변화와 혁신에 둔감 → 위기 도래

그렇다면 리더의 잘못된 자기과신으로부터 조직과 구성원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바른말 하는 사람을 곁에 붙여야 한다. 리더 그 자신이 쓴소리 할 사람을 옆에 두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 리더가 독단에 빠지지 않도록 간언할 사람을 조직 차원에서 배치해야 한다.

215년 조조가 마침내 샨시(漢中 ; 한중)를 평정하고 돌아왔다. 조조는 이곳을 하후연에게 맡기고 돌아와 내정을 다졌다. 유비는 한중을 계속해서 공격했다. 219년 하후연이 전사하면서 상황이 위태로워졌다. 하필 이런 때에 구안쯔헝(關中 ; 관중)의 지방 군벌 허유가 조조를 따르지 않고 불손한 말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렸다.

조조는 분노하여 이를 즉각 응징하려 했다. 부하들은 모두 이를 만류했다. 힘을 분산시킬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샨시에서 구안쯔헝까지의 거리만 해도 무려 1000㎞다.) 하지만 조조는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일찍이 구안쯔헝에 파견 가 있던 두습이 간언하며 만류했다. 조조는 결정을 내렸으니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말라며 화를 냈다. 하후연이 전사한 충격도 크려니와 구안쯔헝의 지방 군벌에 대한 오랜 분노가 겹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습은 재차 간언했다. 허유를 회유하고 그 힘까지 합쳐야 할 때라고 설득했다. 결국 조조는 두습의 말을 들었고 허유는 세력을 데리고 수하로 들어왔다. 자기과신이 강한 리더에겐 이렇게 몇 번이고 직언할 수 있는 강직한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둘째, 조직 차원에서 자기과신이 강한 리더를 제재해야 한다. 그 수단은 문화가 될 수도 있고 규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과신이 강한 리더는 평소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엔 단점보다 장점이 많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라면 얘기는 다르다. 백척간두 상황에서 미래에 대해 안일한 낙관을 가지고 있는 리더, 다가올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리더는 조직을 망하게 한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25일, 당시 육군총참모장 소장 채병덕과 국방부 장관 신성모는 초기 사태 파악과 상황 주도 모두에 실패했다. 올바른 의사결정은커녕 상황을 악화시키는 악수만 두었다.

악수의 두드러진 원인은 자기과신이었다. 채병덕 소장은 '서울을 반드시 사수하고 백두산까지 반격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1947년 '평양에서 점심 먹고 신의주에서 저녁 먹겠다'는 발언을 했던 신성모 장관은 '서울을 사수하고 미군이 도착하면 북진한다'는 등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했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정부, 내각, 군을 통틀어 이들을 말릴 이가 없었다는 점이다.(전쟁 발발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 초대 장관 이범석 장군 정도만 신성모 장관을 제지할 수 있었다.)

채병덕과 신성모는 당대의 다른 리더들과 마찬가지로 공과가 있다. 그러나 두 리더의 지나친 자기과신은 6.25전쟁 초기의 위기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리고 둘 모두 재임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전쟁 중에 해임되었는데 불행 중 다행이었다.

자기과신이 강한 리더는 조직을 위기에 빠뜨린다. 사회, 국가적 수준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 리더가 그렇다면 민족과 역사에 오점을 남긴다. 총참모장 채병덕과 국방부 장관 신성모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남보람 국방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파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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