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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충성

  • 남보람
  • 입력 : 2017.05.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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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보람의 군사경영-95] 증자는 공자의 제자로 성품이 온화하고 효성이 지극했다. 반면 머리는 상당히 아둔했다고 전한다. 실수가 많아 아버지에게 자주 혼이 났다. 한번은 집안일을 하다가 귀한 작물의 뿌리를 찍었다. 작물을 아꼈던 아버지는 '귀한 것을 왜 이렇게 했느냐'고 타이르다가 그만 화가 폭발했다. 증자가 "잘린 뿌리를 붙이고 비료를 주면 안 됩니까?"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결국엔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로 증자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켰다.

증자는 나중에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며 "예전에 맞을 때는 많이 아팠는데 이번에는 덜 아팠다. 나이가 들어 약해지셨는가 하여 걱정되었다"고 했다.

이를 전해 들은 공자는 '증자가 오면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전하라'고 했다. 그는 제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종종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얼굴을 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우둔한 증자가 이유를 알 리가 없었다. 사람을 보내 연유를 물었더니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것은 잘못된 효도다. 아들이라고 해도 때리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을 말하지 않았으니 잘못된 행동이다. 막대기를 가지고 때리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만약 크게 다쳤거나 죽었다면 네 아버지는 관아에 붙잡혀 갔을 것이고 평생 손가락질 받았을 것 아니냐. 그것이 어찌 효도일까."

위 고사는 단지 효도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부모의 '잘못된 애정'은 자녀를 망친다. 상관의 '잘못된 비호'는 부하를 망친다. 부하의 '잘못된 충성'은 상관을 망친다.

잘못된 충성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자. 얼마 전 한 검사가 했다는 말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가 한동안 세간의 화제였다. 현대사회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임무와 조직에 충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두고두고 회자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개인에게 충성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세태가 만연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군생활을 하면서 '임무가 가장 우선이며 조직에 충성하고 부하에 충성해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거기에는 분명 상관 개인에 대한 충성은 '잘못된 충성'이며 조직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뉘앙스가 있었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아직도 잘못된 충성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관이 오면 달려가 굽신굽신 허리를 숙이고 문을 열어주고 의자를 빼준 뒤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서 있는 사람들. 분명 틀린 지시이고 잘못된 지적인데 '네, 알겠습니다. 훌륭하십니다' 대답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그토록 개탄해 마지않는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말이라고 해도 맞는다고 대답하는 것)의 고사를 나는 많이 봐왔다.

군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항상 변화를 추구한다고 내세우고 혁신을 부르짖지만 많은 조직들은 구시대적 상명하복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가 구성원들의 '잘못된 충성' 때문은 아닐까. 잘못된 충성에 익숙해진 리더들이 이끄는 조직이 과연 낡은 관습을 청산할 수 있을까. 치열한 반성과 자기검열이 선행되어야 하는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상관 개인에 대한 잘못된 충성'이야말로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팔 걷어붙이고 제거해야 할 구태 1호라고 생각한다.

[남보람 국방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파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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