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자사주를 소각한다는데 주가는 왜 오른다는 걸까

  • 박동흠
  • 입력 : 2017.05.09 15:10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삼성전자 사옥/사진=매일경제 한주형 기자
▲ 삼성전자 사옥/사진=매일경제 한주형 기자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59] 삼성전자가 45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 방침을 밝히면서 증권가의 목표 주가도 상향되는 분위기이며 일부 증권사는 300만원 넘게 제시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해서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게 아니고 이미 기존에 보유해서 유통이 안 되는 자기주식을 이익잉여금으로 소각하는 이벤트에 불과한데 왜 주가는 올라야 한다는 것일까? '호재다' '주주 친화 정책이다'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막상 재무제표상 자기주식 소각 관련 회계처리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한다.

자기주식을 이익으로 소각을 한다는 것을 회계로 표현하면 자본 내에서 배당 가능 재원인 이익잉여금이 감소하고, 기타자본이 증가하여 결론적으로 자본총계는 변함이 없게 된다. 즉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주주 몫인 자본총계는 불변이라 기업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으로 계산되고 오히려 상법상 배당 가능 재원만 줄어드는데 왜 증권시장에서는 좋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이를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주당순이익(EPS·Earning Per Share)과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을 깊이 있게 살펴 봐야 한다.

먼저 5월 2일 화요일 장 종료 후 네이버금융에서 삼성전자 보통주[005930]의 EPS와 PER의 정보를 보면 [그림1]과 같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하나의 기업에 해당되는 EPS 값은 3개, PER 값도 3개이다. 맨 아래에 있는 추정PER, EPS는 말 그대로 추정치이다. 물음표 아이콘에 마우스를 대면 현재가를 올해 예상 증권사 추정 EPS 평균값(컨센서스)으로 나눈 추정PER라는 설명이 나온다. 주가가 미래를 선반영한다는 차원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참고해 볼 만한 수치다.

나머지 두 PER와 EPS는 이미 삼성전자가 기록한 순이익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이다. 단 EPS(WISEfn)와 EPS(KRX)의 값이 다른 방식으로 계산되었기 때문에 이 수치를 현재가로 나눈 PER 역시 다르게 계산되어 있다. 참고로 주요 증권사들의 MTS(Mobile Trading System)에서 기업정보를 찾아보면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EPS를 WISEfn 값인 13만6760원, PER를 16.42배로 표현했다.

EPS는 한 회계기간 동안 주식 1주당 순이익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배기업의 소유주 지분 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누어 계산한다. 분자인 순이익은 손익계산서의 수치를 그대로 인용하면 되는데, 분모인 주식 수는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림1]과 같이 WISEfn 방식과 KRX 방식으로 나뉘게 된다.

네이버금융에서 EPS(WISEfn) 옆에 있는 물음표 아이콘에 마우스를 대면 지배기업의 소유주지분 순이익을 수정평균발행주식 수로 나누어 계산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즉 유통주식 수 기준이 아닌 발행주식 수 기준이다.

이에 반해 EPS(KRX) 방식은 분모가 발행주식 수 기준이 아닌 유통주식 수 기준이며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가중평균유통보통주식 수로 계산된다. EPS(KRX) 방식은 [그림2]와 같이 사업보고서에 수록된 연결재무제표 주석사항에서 계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가중평균유통보통주식 수는 주식시장에서 실제로 유통된 기간을 가중 평균하여 산출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이 보통주 1000주를 발행하여 설립했는데, 7월 1일 자기주식을 100주 취득하여 유통이 안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12월 31일 현재 이 기업의 유통보통주식 수는 1000주-100주인 900주로 계산되지만, 유통되지 않은 기간은 6개월/12개월이므로 가중평균유통보통주식 수는 1000주-100주×6/12인 950주로 계산되고, [그림2]도 이런 방법이 적용되었다.

정리해보면 네이버금융에서 WISEfn과 KRX 방식으로 보여주는 EPS값은 분모인 주식 수에 어떤 수치를 대입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같이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WISEfn 방식과 KRX 방식 간에 큰 차이가 생기는데 이를 주당순이익(EPS) 계산 공식을 통해 확인해보자.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EPS(WISEfn) 방식이라면 분모가 발행주식 수 기준이 된다. 삼성전자의 2016년도 말 현재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친 총 발행주식 수는 1억6100만주이고 자기주식은 2100만주이므로 유통주식 수는 1억4000만주로 계산된다. 즉 총 발행주식 수의 약 13%는 자기주식이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소각해서 없앤다고 하니 앞으로 발행주식 수는 13% 감소하게 된다. EPS 계산 공식에서 분모가 감소하므로 EPS는 증가한다. PER는 주가÷EPS이므로 EPS가 증가하면 PER는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반해 EPS(KRX) 방식에서 분모는 유통주식 수 기준이다. [그림2]의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서 공시된 EPS 계산 표에서 가중평균유통보통주식 수는 이미 자기주식이 빠진 상황이다. 즉 앞으로 자기주식을 소각한다고 해서 EPS(WISEfn) 방식처럼 분모인 주식 수가 감소하여 EPS가 증가하고 PER가 낮아지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EPS(WISEfn) 방식을 사용하고, 시가총액은 주가×발행주식 수라는 공식으로 계산하므로 [그림1]과 같이 지금 주식시장에서 평가 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PER 16.64배가 적정수치라면 주가는 지금보다 올라야 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즉 줄어든 발행주식 수로 인해 커지는 EPS와 작아지는 시가총액을 메우기 위하여 주가가 커져야 한다. 그래야 현재 시장에서 평가 받고 있는 PER와 시가총액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단 이 논리는 발행주식 수 기준인 EPS(WISEfn) 방식만 해당되고, EPS(KRX) 방식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

 단, PER라는 것은 오롯이 주식시장의 참여자들이 삼성전자의 미래 실적과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관점(view)에 따라 결정되므로 반드시 주가가 올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나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PER는 내려갈 수 있으니 주가가 반드시 현재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는 PER 수준을 유지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고 최소 현재 PER 수준이 유지되는 게 합당하다면 주가는 오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실적이 더 좋아지거나 기업가치가 더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면 시장에서 PER는 더 높게 책정될 것이니 주가는 더 많이 올라야 할 것이다.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예상이 불가능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EPS, PER에 대한 이해를 해두면 삼성전자 사례를 바탕으로 미래에 다른 기업에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때 주가 흐름에 대한 추정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EPS, PER에 대한 개념 정립이 잘되었기를 바란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삼성전자 사옥/사진=매일경제 한주형 기자
▲ 삼성전자 사옥/사진=매일경제 한주형 기자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15년 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입니다.

회계사로서의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 블로그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하면서 투자를 위한 회계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이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