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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회계투명성 꼴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 이재홍
  • 입력 : 2017.05.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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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60] 문재인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전임 대통령의 공백으로 어느 때보다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높다. 문 대통령은 지난 첫 번째 대통령 후보 때부터 대통령에 당선되어 취임식까지 빠지지 않고 한 말이 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역이나 성별, 계층에 따른 차별 없이 기회가 제공되고 있는지, 경쟁의 과정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에 따른 결과에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를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모든 과정에서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기도 하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도 정보의 투명한 제공은 매우 중요하다. 그중 가장 우선 순위는 투명한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것이다. 투명한 재무제표의 공시는 사회 자본의 효율적인 배분을 돕는다. 대우조선해양이 제대로 된 회계정보를 공개하였다면 수조 원에 이르는 공적 자금이 낭비되지 않고, 청년 일자리 사업이나 노인 복지 문제 등에 사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사회 전반적으로 회계 투명성을 경시해 온 분위기가 만만치 않았다.

회계 투명성을 경시해 온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기업의 소유구조에 따른 운영 주체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페이팔 창업자로 유명한 피터 틸은 저서 '제로 투 원'에서 기업의 운영 주체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소유권과 점유권, 통제권이다. 소유권은 법적으로 회사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이 누구인지, 점유권은 실제로 매일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통제권은 공식적으로 회사에서 생긴 일들을 통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회사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위탁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주주들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한다. 회사의 일을 공식적으로 통제하는 이사회도 실질적인 의사 결정 역할을 수행한다. 즉 소유권과 점유권, 통제권이 명확하다. 이때 전문경영인은 회사의 경영 성과에 따라 자신의 보상액 등이 결정되므로 분식 회계의 유인이 커지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의 이익이 아닌 대리인 본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을 주인-대리인 문제라고 한다. 이 문제는 회사 내부의 정보를 대리인인 경영자는 잘 알고 있지만, 주인은 내부 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렇게 서로 알고 있는 정보의 수준이 다른 것을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보 비대칭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주주는 경영진을 강하게 감독할 수 있기를 원하게 된다. 따라서 주주의 입장에서 회계감사는 투명한 회계정보를 얻을 수 있고, 대리인을 감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가 된다. 회계감사를 철저히 수행할수록 경영자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고,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을 보면 이 세 가지 운영주체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많은 회사가 오너경영 체제라서 대주주가 곧 회사의 경영자이고, 이사회나 감사위원회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즉 오너 경영자인 대주주가 소유권 및 점유권, 통제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주주가 경영진을 감시할 필요가 없으니 주주의 입장에서 투명한 회계정보 습득의 유인이 현저히 줄어든다. 심지어 회계감사를 철저히 할수록 주주이자 경영자인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여기고 회계감사를 경영활동의 불필요한 간섭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의 입장도 기업과 비슷했다. 투명한 회계정보의 제공을 위해 중요한 절차 중 하나가 회계감사이다. 그러나 회계감사는 기업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손톱 밑 가시로 취급받았다. 2014년 외부감사와 관련된 법을 개정하면서 외부감사 대상이 되는 기업의 자산 기준을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였다. 이에 따라 외부감사 대상 기업 수가 감소하였는데, 정부는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한 것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업과 정부의 회계감사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스위스 국제개발경영연구원(IMD)에서 발표한 2016년도 회계투명성 부문의 순위는 조사 대상국 61개국 중 최하위였다. 회계투명성 순위는 2013년 58위, 2014년은 59위, 2015년 60위로 추락하다가 가장 최근의 조사인 2016년도에 61위로 최하위가 되었다. IMD 조사는 설문조사의 비중이 높아 응답자의 심리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IMD와 함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양대 기관인 세계경제포럼(WEF) 경쟁력 조사에서도 2015년도 한국의 회계투명성은 151개국 가운데 72위로 하위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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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투명성 순위가 꼴찌였으니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회계투명성을 경시하는 풍토 속에서는 요원한 일일 수도 있다. 과거 대우그룹 분식회계부터 SK글로벌, 최근 대우조선해양 등 크고 작은 분식회계가 문제를 일으켜왔다. 지금까지 회계 정보의 공급에 자유수임제라는 시장 논리를 적용함으로써 투명한 회계정보를 공급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업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회계법인을 고르지 못하도록 지정감사제를 확대해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회계투명성과 관련해 지정감사제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우선 KOSPI와 KOSDAQ 상장기업부터 적용해야 할 것이다.

회계사 업계에서도 제 살 깎기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 안진회계법인이 영업정지를 받은 이후 회계법인을 교체하려는 기업을 잡기 위해 한바탕 영업의 장이 벌어졌다고 한다. 여전히 덤핑 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회계감사에 투입되는 시간이 적어지게 되고 결국 부실 감사로 이어진다.

투자자들과 채권자들도 기업에 투명한 회계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한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이 어떻게 선임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보거나 전임 회계법인에 비해 감사보수가 낮아졌다면 기업이 제공하는 회계정보의 투명성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사로부터 투명한 회계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곧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길이다.

새 대통령의 취임으로 기대감은 높지만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정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기업이 1차적으로 투명한 회계정보 제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투자자, 채권자도 충실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도 엄정한 감사를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자본의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여 국가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공주사대부고를 거쳐 한양대 경영학부를 졸업하였습니다.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이 있으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현재는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기업전략 수립, 내부통제 개선 등과 회계·세무자문(가업승계, 상속세·증여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이것이 실전회계다'(공저)와 'LOGISTAR FORECAST 2017'(공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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