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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대 달인이 전하는 경쟁구매때 협상법은

  • 윤원섭
  • 입력 : 2017.05.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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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시간MBA 레터-10]
<케이스스터디/경쟁 구매의 협상법>
-첫째 신뢰, 둘째 나와 상대방 이익 분석, 셋째, 정보공유


#1: 당신은 글로벌 제약회사 파모시아의 원재료 구매 담당자다. 어느 날 당신은 상사로부터 하와이에서 '제2형 마카다미아 넛'을 전량 구매할 것을 지시받았다. 이 넛은 사포닌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파모시아는 이를 추출해 아동 에이즈 치료제 '치루아'를 만들 계획이다. 바로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치루아를 승인한 상태라 파모시아는 제2형 마카다미아 넛 확보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 넛은 하와이에서만 자라고 연간 수확량이 약 1만개다. 당신이 상사로부터 지시받은 구매 상한액은 150만달러. 한편 당신은 하와이 출장길에 다른 글로벌 제약사 포시즈의 구매 담당자 역시 제2형 마카다미아 넛을 구매할 계획이 있음을 알게 됐다. 마침 하와이에서 대규모 제약 콘퍼런스가 열리는 것을 알고 그곳에서 제2형 마카다미아 넛 독점 판매상을 만나기 직전에 포시즈의 구매 담당자를 만나기로 했다. 이 만남이 불법은 아니다.

독자 여러분이 파모시아 구매 담당자라면, 포시즈 구매 담당자를 만나서 어떤 결과를 낳을까.

흔히 떠오르는 결과는 아마도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것이다. 첫째, 파모시아가 제2형 마카다미아 넛 전량 구매. 둘째, 파모시아와 포시즈가 넛을 절반인 5000개씩 구매. 셋째, 포시즈가 전량 구매.

하지만 미시간대학교 MBA스쿨에서 비즈니스 협상을 가르치는 로리 모건 교수는 이 사례에서 최고의 협상 결과는 "파모시아와 포시즈가 모두 1만개씩 제2형 마카다미아 넛을 확보하고, 동시에 150만달러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전량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해가 되지 않고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모건 교수의 말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일단 파모시아 구매자와 포시즈 구매자의 만남과 협력이 담합 등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가정한다. 독자 여러분은 협상 접근법에 초점을 두기 바란다. 우선 두 구매자가 만나 어느 정도 친분을 쌓고, 각 회사가 왜 제2형 마카다미아 넛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된다. 그 결과 포시즈는 제2형 마카다미아 넛에서 사포닌이 아닌 오일을 추출해 화장품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제2형 마카마디아 넛으로부터 파모시아는 사포닌이, 포시즈는 오일이 필요했던 것이다. 포시즈 역시 1만개 전량이 필요했다.

이 정도 정보가 파악되자 두 구매자는 단박에 공동구매를 결정했다. 각 회사 기술진에 문의해보니 사포닌과 오일을 따로 추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에 두 사람이 마치 하나의 회사 소속인 것처럼 가장해 넛 판매상을 만나 물건을 전량 구매한 후 각자 필요한 성분을 추출해 가기로 했다. 다음 단계는 가격 흥정이다. 알고 보니 포시즈는 100만달러를 최대 구매 금액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목표 구매액을 50만달러로 낮춰 잡고 결국 제2형 마카다미아 넛 판매상으로부터 그 가격에 구매했다. 공동구매이기 때문에 실제 각 회사가 지불한 금액은 25만달러가 된다.

모건 교수는 "대개 나(파모시아 구매자)와 상대방(제2형 마카다미아 넛 판매상) 사이의 단순한 양자 간 협상이 많지만, 이 케이스는 경쟁자(포시즈 구매자)가 끼어 있어 복잡한 다중 협상 구조"라면서 "하지만 경쟁자를 오히려 협력자로 만들어서 단순 양자 간 협상보다 더 좋은 결과를 창출 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모건 교수는 특히 이 케이스가 협상에서 '신뢰'와 '이익 분석'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그는 "협상의 대상자가 단수가 아닌 복수일 때 신뢰를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대부분 신뢰를 쌓은 협상자들이 딜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A, B, C 등 세 개 회사가 있는데 이 중 두 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면 세 회사 중 가장 신뢰를 쌓은 회사가 결합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 이 넛 협상 사례처럼 나의 이익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이익까지 분석하면 기존의 파이를 확대하며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모건 교수는 덧붙였다. 만일 파모시아 구매 담당자가 포시즈가 정확하게 필요로 하는 것(오일)을 알아내지 못했다면, 넛 전량을 150만달러보다 싸게 그리고 전량을 구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건 교수는 "협상에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간파하는 것이 때로는 자신의 이익에 대한 분석보다 더 요긴하게 쓰일 때가 많다"며 "이를 위해서는 신뢰를 먼저 쌓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건 교수는 정보 공유는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제로섬 형태의 양자 간 협상의 경우 조금의 정보라도 공유하는 것이 불리하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집값 흥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는 쪽과 파는 쪽의 이익은 정반대 방향인 제로섬 협상이다. 집값의 경우 파는 쪽이 낮으면 사는 쪽의 이익이 된다. 만일 집을 파는 쪽과 사는 쪽이 집값을 놓고 흥정을 하는데, 한쪽에서 생각하는 마지노선 가격을 밝힌다면 이 흥정의 결과는 다른 쪽에 유리하게 끝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말이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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