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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취임후 90일로 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90일

  • 이덕주
  • 입력 : 2017.05.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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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비즈니스 인사이트-139]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마이클 왓킨스 교수는 '90일 안에 장악하라(First 90 Days)'라는 책을 통해 리더가 어떻게 부임 90일 안에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도 다른 리더들과 마찬가지다. 그는 2009년 6월 '오바마의 첫 90일'이라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를 통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성과를 그의 기준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오바마가 2009년 어떠했는지 돌이켜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는 연임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임기 말까지 레임덕을 겪지 않아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왓킨스 교수는 "첫 90일의 성공은 4년 임기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오바마의 첫 90일은 그가 4년을 넘어 8년간 성공을 거두기 위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왓킨스 교수는 취임 후 초기 90일에 리더는 세 가지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기 승리를 확보할 것(Securing Early Wins)' '조직 내 기반을 만들 것(Laying a Foundation)' '비전을 제시할 것(Articulating a Vision)'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첫 90일(2009년 1~4월)을 위 세 가지 기준으로 분석해 차례대로 A, B+, B-의 점수를 매겼다.

오바마는 취임 후 90일간 어떤 일을 했을까. 오바마는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을 통해 관타나모 수용시설 폐쇄를 지시했고,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제한을 철폐했다. 또한 이라크 전쟁 종료를 위한 기한을 설정했다. 자신의 주요 공약들을 바로 실행시키면서 초기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오마바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당시 한창 진행 중이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번져나가지 못하도록 진화시킨 것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임명하고 각종 구제금융안을 시행하는 와중에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그는 금융위기가 전파되는 것을 막아냈다. 또한 취임 초기부터 쏟아진 보수 미디어의 공격에도 잘 대응했다고 왓킨스 교수는 평가했다. 새로운 리더가 취임 초기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것은 이후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 왓킨스 교수의 설명이다.

대통령이 조직 내에 기반을 만드는 것은 첫 내각 인선을 통해 이뤄진다. 왓킨슨 교수는 오바마에게 합격점인 B+를 줬다. 먼저 부시 정부 인사지만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킨 것이 국방부 개혁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임명도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의 다른 정책인 교육, 헬스케어, 에너지 등에서는 팀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 때문에 A가 아닌 B+ 점수를 줬다.

지금 돌아보면 오바마가 이때 임명한 1기 드림팀은 상당히 오래 유지됐다. 게이츠 장관은 2011년까지 일했고 가이트너와 힐러리는 오바마의 두 번째 임기인 2013년이 시작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의 안정적인 역할이 연임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이다.

초기에 성과를 내는 것, 첫 팀을 꾸리는 것 이상으로 초기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왓킨스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비전을 성공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B- 점수를 매겼다. 이는 사실 오바마의 능력보다는 당시 상황의 영향이 컸다. 금융위기라는 엄청난 폭풍을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첫 90일 중 건강보험 개혁, 교육에 대한 투자, 재생에너지 정책 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금융위기로 인해 결국 묻혔다.

물론 이때 비전을 제시하는 데 실패한 것이 최종적으로 실패하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라는 기회가 있었고 결국 오바마케어와 재생에너지 정책 등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왓킨스 교수는 다른 인터뷰에서 신임 리더가 세 가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자리의 역할에 대해 빨리 배울 것, 두 번째는 스스로를 리더로 승진시킬 것, 셋째는 누가 조직의 힘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들과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런 세 가지 기준으로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첫 번째는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 기간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대통령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가 그에게는 더 중요했다. 자신을 참모나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으로 승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취임 2주 동안 언론의 평가를 보면 두 번째도 이미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가장 큰 과제는 세 번째다. 그가 앞으로 국회, 검찰, 공무원 조직 등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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