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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로 생을 마감한 절창 크리스 코넬을 추억하며

  • 홍장원
  • 입력 : 2017.05.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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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오브락-7] 2017년 5월 록 음악계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시애틀 그런지 4인방의 한 축이었던 사운드가든(Sound Garden)의 걸출한 보컬,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이 사망한 것이다. 향년 52세.

공연을 하러 디트로이트에 간 그는 무대를 내려온 뒤 호텔 내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자살이었다. 사망 당일 트위터에 "마침내 록의 도시 디트로이트에 돌아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말이다.

앞서 시애틀 그런지 4인방의 이름은 언급한 바 있다. 록밴드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를 소개하면서다. 시애틀 그런지 4인방은 앨리스인체인스, 펄잼(Pearl Jam), 너바나(Nirvana) 그리고 사운드가든이다. 앨리스인체인스를 시작으로 언젠가는 사운드가든도 다루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시점이 빨라질 줄 몰랐다. 고인이 된 크리스 코넬은 시대를 풍미한 절창이었다. 그의 명복을 빈다.

그의 죽음으로 시애틀 그런지 4인방의 메인보컬 중 벌써 3명이 죽었다. 제일 먼저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 뒤를 앨리스인체인스의 레인 스텔리가 따라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코넬이다. 한때를 풍미한 시애틀 그런지 4인방이 점점 추억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서글프다. 이번에는 코넬이 몸담았던 밴드 사운드가든과 코넬의 보컬에 대해 다룬다.

사운드가든은 미국 시애틀 출신의 록밴드다. 1984년 결성했는데 당시 코넬은 보컬과 함께 드럼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노래는 리듬감이 넘친다. 박자를 가지고 놀면서 유연하게 부르는 맛이 있다. 창립 멤버는 코넬과 기타리스트 킴 세일(Kim Thayil), 베이시스트 야마모토 히로였는데, 1986년 맷 캐머런이 드럼 스틱을 잡았고, 1990년에는 벤 셰퍼드(Ben Shepherd)가 베이스 주자로 영입됐다.

사운드가든은 데뷔 초기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시애틀 록 신에 속한 펄잼과 너바나가 연이어 대박을 쳤고, 이는 이들과 다르면서도 유사한 음악을 들려주던 사운드가든 몸값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실제 펄잼과 사운드가든의 멤버는 매우 친하기도 했는데 이들은 1991년 다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난 마더 러브 본(Mother Love Bone)의 보컬 앤드루 우드(Andrew Wood)를 추모하기 위해 '템플 오브 더 독'이란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사운드가든이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앨범은 1994년 나온 슈퍼언논(Superunknown)을 통해서다. 빌보드에 1위로 데뷔했다. 여기에 담긴 '블랙 홀 선(Black Hole Sun)'과 '스푼맨(Spoonman)'은 사운드가든의 음악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1000만장 가까이 팔렸고, 글로벌 전체로는 2000만장에 달하는 판매를 기록했다.

'블랙 홀 선'에 담긴 코넬의 보컬은 경이롭다. 미성 느낌의 발성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절정으로 치달으며 절규하는 코넬의 보컬이 백미다. 사실 코넬은 시애틀 그런지 4인방의 보컬 중 가장 록보컬 전형에 가까운 목소리를 가졌다. 다른 보컬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하나하나 모두 사람을 매혹시키고 홀릴 만한 마력을 갖췄다. 하지만 록보컬 특유의 하이톤 음역대를 낼 수 있으면서 허스키함을 더해 풍부한 표현력을 갖춘 보컬은 코넬이 유일하다고 본다. 펄잼의 에디 베더(Eddie Vedder)도 비슷하지만 코넬 쪽이 좀 더 묵직하다.

1994년 성공으로 절정을 달리던 이들은 1997년 돌연 해체 선언을 한다(2010년에 다시 재결합한다). 창작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었다. 1996년 내놓은 '다운온더업사이드(Down on the Upside)'도 명반이었다. 여기에 실린 '블로 업 디 아웃사이드 월드(Blow Up the Outside World)'에서도 코넬의 보컬은 빛난다. 고음에서 터져나오는 밀도 있는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홀린다.

코넬은 사운드가든 해체 뒤 2002년에는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에 합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밴드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RATM)'의 보컬 잭 데라로차(Zack de la Rocha)가 빠진 후 보컬 자리에 코넬이 들어온 케이스다.

데라로차는 RATM에서 작열하는 랩 스타일의 보컬로 사람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존재였다. 스타일이 많이 다른 코넬이 데라로차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들의 결합은 훌륭했다.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Tom Morello)의 독특한 연주와 찰떡궁합을 이루며 환상 조합을 과시했다.

코넬의 절창은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의 사운드트랙(OST)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여기서 '유 노 마이 네임(You know my name)'이란 곡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코넬은 이 즈음 성대결절로 한 차례 고생하기도 했는데 전성기 시절의 유려한 고음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허스키한 샤우팅으로 '유 노 마이 네임'을 반복해 외치는 곡의 후렴 부분은 정말 매력이 있다. 여러모로 아까운 보컬이다.

추천곡으로는 사운드가든의 곡은 아니지만 가장 대중적인 '유 노 마이 네임'과 '블로 업 디 아웃사이드 월드' 그리고 서정적이고 처연하며 절정에서 터지는 '블랙 홀 선'을 꼽고 싶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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