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꽃미남 세바스찬 바흐 유명한 '스키드 로' 음악에 빠져보자

  • 홍장원
  • 입력 : 2017.06.16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스키드 로우(Skid Row)
▲ 스키드 로우(Skid Row)
-녹음 버전으로는 완벽했던 보컬
-라이브에서는 다소 아쉬움 남겨
-앨범 낼수록 사운드 점점 헤비해져
-'I remember you' 한국서도 유명


[스쿨 오브 락-10] 지난 글에서 미국 밴드 판테라(Pantera)에 대해 다루면서 멜로디 위주의 록음악을 하던 스키드 로(Skid Row)가 판테라 영향을 받아 음악이 강렬해졌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스키드 로에 대해 소개한다. 1980년대 말에 결성돼 인기를 끌었던 밴드인데, 이들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이들의 음악은 한번쯤 들어봤을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각종 아마추어 밴드들이 한번쯤 잊지 않고 카피하는 노래가 스키드 로의 초기작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경호 스타일의 보컬을 추구하는, 고음을 타고난 보컬들은 한번쯤 스키드 로의 노래를 불러보곤 한다.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가 강렬한 록 음악과 함께 잘 어우러지는 게 특징이다. 특히 보컬 세바스찬 바흐(Sebastian Bach)의 허스키한 고음은 '레코드(녹음)' 버전에서는 아름답기 그지없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굳이 레코드 버전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라이브에서 탁월함을 과시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라이브 버전은 녹음버전의 질을 따라가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이들은 1987년에 미국 뉴저지주에서 결성됐다. 데뷔 동기가 흥미롭다. 원래 밴드의 주축이었던 기타리스트 데이브 '스네이크' 사보(Dave 'Snake' Sabo)는 유명 록밴드 본 조비(Bon Jovi)의 보컬 존 본 조비(John Bon Jovi)와 친구 사이였다. 그는 본 조비 멤버로 들어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게 무산됐다. 그래서 대타 개념으로 만든 게 스키드 로다.

그래서 데뷔 초기에는 본 조비의 도움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전국 투어를 다니는 본 조비 오프닝 멤버로 무대에 서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트윈 기타 체제였는데 멤버는 앞서 거론한 세바스찬 바흐와 데이브 사보, 또 하나의 기타리스트인 스코티 힐(Scotti Hill)과 베이시스트 레이첼 볼란(Rachel Bolan), 그리고 드러머 롭 해머스미스(Rob Hammersmith)였다. 1989년 첫번 째 앨범 스키드 로(Skid Row)로 데뷔한다.

본 조비의 도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 음악도 귀에 쏙쏙 박히게 잘 만든 게 사실이지만, 밴드를 인기로 이끈 첫 번째 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프런트맨 바흐의 '꽃미모'였다. 키가 190㎝가 넘는 장신인 그는 깡마른 몸매에 치렁치렁한 금발을 휘날리며 당시 소녀 팬들을 기절 직전 상태까지 몰고 갔다. 1980년대 말 록 밴드 멤버가 머리를 기르고 다니는 것은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니었지만 바흐의 긴 머리는 중성적인 그의 얼굴과 어우러져 '남자도 반하게 할 만한' 매력을 과시했다.

전성기 그의 얼굴은 사실 웬만한 여자보다 훨씬 예뻤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성기 드루 배리모어(Drew Barrymore)와 서글서글한 눈망울,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닮았다. 보는 눈에 따라서는 드루 배리모어보다 바흐가 더 아름답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남성미가 철철 넘치는 여타 록 밴드와 달리 긴 기럭지에 꽃미모가 더해지니 록에 별 관심이 없던 소녀 팬들이 록 음악을 듣는 이상현상이 속속 발생했다.

이들의 첫 번째 앨범 역시 바흐의 꽃미모를 십분 활용하자는 전략이었다. 첫 번째 앨범 히트곡으로 아이 리멤버 유(I Remember You), 에잇틴 앤드 라이프(18 And Life), 유스 곤 와일드(Youth Gone Wild) 등이 유명했는데 사랑 노래이거나, 18세의 방황을 담았거나, 젊음의 찬가이거나 했다. 유스 곤 와일드란 곡은 김경호가 콘서트에서 여러 번 불러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아이 리멤버 유 가사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Woke up to the sound of pouring rain(쏟아지는 빗소리에 깼죠)/The wind would whisper and I'd think of you(바람은 속삭이고 난 당신을 생각해요)/And all the tears you cried, that they called my name(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 내 이름을 불렀죠)/And when you needed me I came through(당신이 날 필요로 할때 난 당신께 갔어요)/I paint a picture of the days gone by(지나간 날들을 그려봐요)/When love went blind and you would make me see(사랑이 눈을 멀게 했지만 당신이 날 볼 수 있게 했던 그때를 요)/I'd stare a lifetime into your eyes(난 당신의 눈으로 인생을 지켜봤어요)/So that I knew that you were there for me(그래서 난 당신이 내 옆에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Time after time you were there for me(매번 당신이 거기 있었다는 걸요)/Remember yesterday - walking hand in hand(어제를 기억해 봐요, 손에 손을 잡았던)/Love letters in the sands - I remember you(모래의 연애편지를 요-난 당신을 기억해요)/And through the sleepless nights, through every endless day(잠 못 이뤘던 밤과 결코 끝나지 않았던 매일을 요)/I wanna hear you say, "I remember you."(난 당신이 "난 당신을 기억해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어요)/후략

꽃미남 보컬이 나와 이런 사랑노래를 속삭인다고 생각해보자. 여성 팬들이 구름같이 모여드는 상상을 하기란 어렵지 않다. 바흐의 외모를 우려먹어 톡톡히 성공했던 스키드 로는 두 번째 앨범에서도 히트 랠리를 이어간다. 1991년 나온 슬레이브 투더 그라인드(Slave to the Grind)가 주인공. 두 번째 앨범에서 로는 상당한 진전을 한다. 반복되는 리프와 바흐의 섹시한 고음, 달달한 가사와 멜로디가 전부였던 그들은 두 번째 앨범 완성도를 확 높인다. 이 앨범에서는 멍키 비즈니스(Monkey Business) 웨이스티드 타임(Wasted Time) 퀵샌드 지저스(Quicksand Jesus) 인어 다큰드 룸(In A Darkened Room) 등이 인기를 끌었는데, 직선 주로를 질주하는 멍키 비즈니스의 강렬함도 좋았지만, 앨범의 백미는 기승전결이 탄탄한 구조의 웨이스티드 타임, 퀵샌드 지저스 등의 곡이었다. 가사 역시 다소 유치(?)했던 전작에서 벗어나 인생의 고통, 좌절 등에 대해 읊조리는 수준으로 확 올라갔다. 바흐의 꽃미모는 여전했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음에서 허스키 샤우팅을 펼칠 때 느끼는 쾌감은 짜릿했다. 바흐의 고음은 색다른 매력이 있는데, 깔끔한 두성으로 고음을 주로 처리하는 비슷한 음역대의 다른 록 보컬과 달리 그의 고음은 틈새를 억지로 비집고 나온 듯한 소리가 그만의 미성에 실려 탁해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오묘한 맛이 있었다. 고음이 너무 깔끔하게 나오면(부르는 사람은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 남들은 쉽게 못하는 탁월한 발성으로 낸다고 치더라도) 감동이 덜해질 수 있는데, 적당히 성대에 걸려 나오는 느낌으로 허스키함이 더해지면 청자 입장에서 감동의 포인트가 좀 더해지는 경향이 있다. 바흐의 고음은 그런 매력이 있었다. 따라서 절정에서 숨을 참다가 갈려나오는 그의 고음은 매우 듣기 좋으면서 짜릿하고, 감정이입을 하기 좋은 대상이었다(앞서 말했지만 레코드 버전의 얘기다).

그리고 1995년 이들의 세 번째 앨범 서브휴먼레이스(Subhuman Race)가 나온다. 이 앨범은 앞선 두 번의 작품과는 확연히 다르다. 앨범을 내놓으면서 점점 헤비해진 이들은 세 번째 앨범에서 정통 헤비메탈에 가까운 웅장한 음악을 들고 나온다. 아이리멤버유를 외치면서 달콤한 사랑을 노래했던 밴드가 맞나 싶을 정도다.

1995년, 이 앨범이 나올 당시는 앞서 몇 번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록 음악계의 주류로 얼터너티브 록이 득세했을 때였다. 당연히 이들은 시대를 거스른 기조의 음악을 내놓은 셈이었다. 소녀 팬 감성이 뚝뚝 묻어나던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말이다.

첫 번째 트랙 마이 에너미(My Enemy)부터 달라진 이들의 음악을 만끽할 수 있다. 바흐의 음산한 읊조림으로 시작한 이 곡은 리드미컬한 드럼과 베이스 비트가 듣는 내내 이어진다. 비트 유어셀프 블라인드(Beat Yourself Blind) 란 곡은 이 앨범에서 가장 헤비한 음악으로 절규하는 듯 한 바흐의 보컬이 인상적이다.

앨범 뒤편에 있는 브레이킹 다운(Breakin' Down)이란 발라드 넘버도 인상적이다. 앨범 내내 달리다 마무리할 즈음에, 어깨에 힘을 빼고 잔잔하게 끝나는 느낌을 준다. 첫 번째 앨범의 멜로딕한 발라드는 아니지만 훨씬 성숙하고 진지해진 그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연주력도 세 번째 앨범에 들어 훨씬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당시 이들은 한국을 찾아 당시 유행하던 케이블 TV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골수팬을 고려하지 않은 음악적 변신은 흥행 실패로 이어졌다. 음악적 완성도는 훌륭했지만, 그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도 아니었고 집토끼인 팬들 지지도 받지 못하면서 앨범 판매가 부진했던 것이다. 이후 바흐는 멤버들과 갈등이 생기며 밴드를 탈퇴한다. 새 보컬을 데려와 네 번째 앨범을 내지만 밴드의 얼굴, 바흐가 없는 스키드 로는 더 큰 실패에 직면한다.

추천곡으로는 Wasted Time, In A Darkened Room, I remember you, Breakin' Down 등을 들 수 있겠다. 앨범이 바뀌면서 음악 스타일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