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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로 영화계 강타한 넷플릭스 헤이스팅스

  • 장박원
  • 입력 : 2017.06.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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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글로벌 CEO열전-16]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영화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6월 29일 인터넷과 극장 동시 개봉을 두고 새로운 실험이라며 반기는 쪽이 있는가 하면 거대 다국적기업이 국내 영화계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반발하는 진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결국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스크린의 90% 이상을 점유한 3개 멀티플렉스가 상영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했지만 '옥자'로 촉발된 영화 플랫폼 주도권 논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중심에는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1억명에 가까운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며 기업가치가 70조원대에 달하는 넷플릭스가 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무모하다고 할 만큼 도전을 즐기는 기업가다. 그의 성향과 돌파력을 감안하면 영화 플랫폼 전쟁에서 멀티플렉스가 기득권을 지키기 힘들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관에서 먼저 개봉하고 일정 기간(홀드백)이 지난 뒤에야 인터넷상에 주문형 콘텐츠(VOD)로 유통되는 영화 생태계는 무너지게 된다. 넷플릭스같이 인터넷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영화도 제작하는 다국적기업이 플랫폼을 장악하면 결국 극장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보는 극단적 견해도 나온다. 멀티플렉스가 단성사와 피카디리 등 독립영화관의 몰락을 재촉하고 스크린을 장악한 것처럼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 영화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부상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는 헤이스팅스가 궁극적으로 노리고 있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거인을 때려눕혀본 경험이 있다. 그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손자인 마크 랜돌프와 넷플릭스를 공동 창업한 때는 1997년 무렵이었다. 지금은 넷플릭스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지만 설립 당시에는 작은 DVD 대여점에 불과했다. 헤이스팅스 주변에는 이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미국 전역에 '블록버스터'라는 DVD 대여 체인점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5년 설립된 블록버스터는 9000개가 넘는 매장과 40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달랑 점포 하나로 블록버스터에 대항하는 것은 말 그대로 다윗이 골리앗에게 덤비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헤이스팅스에게는 블록버스터의 급소를 강타할 돌이 있었다. 고객의 필요성을 충족시켜주는 서비스가 그것이다. 넷플릭스의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영업 중 하나는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우편으로 DVD를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과연 이 서비스가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차별화한 마케팅으로 넷플릭스는 꾸준히 회원을 늘렸고 2002년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헤이스팅스는 2007년부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넷플릭스가 질주하는 동안 블록버스터는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 DVD 대여 시장의 공룡은 점점 경쟁력을 잃더니 결국 2010년 문을 닫는 운명에 처했다. 다윗인 넷플릭스가 골리앗인 블록버스터와 싸워 13년 만에 완벽하게 승리를 거둔 것이다. 헤이스팅스는 치열한 경쟁에서 넷플릭스가 성장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끊임없는 발전에 대한 열망이 우리의 장점이다."

헤이스팅스만큼 사업가 기질이 충만한 인물도 드물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보든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그의 첫 직업은 고등학교 교사였지만 모험을 즐겼던 그에게 학교 생활은 따분하기만 했다. 그는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스탠퍼드대학에 입학해 컴퓨터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창 시절 그는 많은 경험을 쌓았다. 고등학교 때는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일을 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군에 입대했다.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경험은 군을 제대한 뒤 평화봉사단에 들어가 아프리카에서 활동했던 일이다. "혼자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겪었고 다양한 위험의 종류를 구별하는 것을 배웠다. 주머니에 달랑 10달러만 넣어 가지고 아프리카를 횡단하기도 했는데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어떤 창업도 내게는 큰 도전이 아니다." 그가 언론 인터뷰 중에 한 유명한 말이다.

넷플릭스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적당한 가격에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안하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와 '옥자' 같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가미하고 있다. 차별화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독창적 콘텐츠는 넷플릭스를 무서운 기업으로 만드는 무기가 될 것이다.

헤이스팅스는 방송과 영화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2년간 콘텐츠 제작에만 100억달러가 훌쩍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옥자'의 제작비만도 600억원에 육박한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회원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공급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물량 공세가 얼마나 결실을 맺을지는 인터넷과 독립영화관에서 동시 상영하는 '옥자'의 흥행 여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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