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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가 왕이라고? 콘텐트는 XX일뿐

  • 이덕주
  • 입력 : 2017.06.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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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43] '콘텐트가 왕이다(Content is King).'

미디어를 비롯해 콘텐트를 다루는 업계에서는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특히 디지털화로 인해 기존 미디어 기업들이 어려움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콘텐트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으로 퍼져 있다.

그러나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책이 있다. 바로 바라트 아난드(Bharat Anand)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내놓은 '콘텐트 함정(Content Trap)'이라는 책이다. 아난드 교수는 사람들이 콘텐트라는 '덫'에 빠져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콘텐트의 반대말로 내세우는 것은 '연결'이다. 이는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Platform)과 유사한 의미로 이 책에서는 사용되지만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아난드 교수는 사용자(user), 제품(product), 기업의 조직(function)을 연결하는 것에서 수익이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난드 교수는 먼저 올드미디어인 신문의 수익이 점점 감소하는 것에 대해 다르게 접근한다. 신문들이 타격을 입은 것은 일반적인 신문광고 감소 때문이라기보다는 소액광고의 일종인 클래시파이드광고(Classified Ad)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벼룩시장, 가로수 같은 무가지에 많이 실리는 소액광고를 다른 기업들에 빼앗긴 것이 신문사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신문을 읽지 않거나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해서 신문이 위기를 맞이한 것이 아니라 소액광고가 더 이상 신문에 실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때 무가지로 갔던 소액광고는 지금 인터넷으로 대부분 옮겨갔고 페이스북과 구글 등 인터넷 거인들의 수익 다수가 소액광고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뉴스와 콘텐트를 생산해봐도 신문사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 아난드 교수의 주장이다.

아난드 교수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지배하는 인터넷에서는 얼마나 좋은 품질의 콘텐트가 들어있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에 비하면 콘텐트의 영향력은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라는 것. 기업들은 제품 품질보다는 사용자들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라고 그는 말한다.

유저를 중심에 두는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타임스(NYT)의 유료화 정책이다. 뉴욕타임스의 가격 정책 중 재미있는 부분을 아난드 교수는 소개한다. 신문 일요판과 디지털판을 함께 볼 때 구독료가 주당 7.95달러인 데 반해 디지털판만 구독할 경우 8.95달러를 내야 한다.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일요판의 가격은 마이너스다. 아난드 교수는 이것이 고객 차별화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만약 디지털판의 가격을 더 낮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NYT는 기존의 일요판 신문을 읽던 고객들이 신문을 읽지 않고 디지털로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판의 가격을 높게 유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존의 일요판 신문을 읽던 고객들은 그대로 유지되고, 대신 디지털만 보던 독자들이 일요판을 추가로 구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일요판 구독자가 늘어나고, 여기서 얻어지는 광고수익이 더 크다는 것이 NYT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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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혹은 서비스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아난드 교수는 음악산업을 꼽았다. MP3가 등장한 초기에 음악산업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공포가 컸다. CD를 사지 않고 공짜 MP3만 들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음반회사들은 냅스터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MP3의 등장 이후 예상외의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공연티켓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아난드 교수에 따르면 1981년 미국에서 유명 아티스트의 콘서트 가격은 평균 13달러였지만 2014년에는 71달러로 5배 이상 올랐다.

이는 제품 연결의 대표적인 사례다. 아티스트와 음악 종사자들이 음원과 공연을 하나의 제품으로 묶은 것이다. 사실상 음악 가격이 0원으로 떨어지면서 음악산업에서는 공연을 통해 수익을 얻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만약 기존의 콘텐츠인 '음원'에만 집작했다면 음악산업은 진작에 망했을 것이다. 디지털화로 자신의 콘텐츠 가격이 사실상 무료가 된 기업이라면 이 제품과 연결된 다른 제품에서 수익을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을 연결하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난드 교수는 또 다른 언론사인 이코노미스트의 예를 든다. 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 혁신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었다. 속보 서비스도 내놓지 않았고 디지털 친화적인 웹사이트를 만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언론계 최악의 한 해였던 2009년에만 매출이 6% 늘어났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이코노미스트의 발행 부수는 2배로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3배로 늘어났다.

비결이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는 자신들의 핵심 독자에 집중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자의 바이라인이 없는 매체로 유명하다. 이는 이코노미스트 독자들에게 세상을 보는 '이코노미스트의 시각'을 주기 위해서다. 이 독자들은 다급하게 뉴스를 읽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비행기에서 여유롭게 이코노미스트를 펼쳐서 읽거나 주말에 자신의 서재에서 느긋하게 읽는 사람들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래서 PC에 대한 디지털 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태블릿PC에 대해서는 선도적으로 투자했다.

아난드 교수는 기업의 조직이 제품 및 서비스와 하나하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기자의 바이라인이 없는 것, 구성원들이 참여해 공통의 논조를 유지하는 것, 소수 인원으로 유지되는 것 등 이코노미스트라는 조직의 특징은 이코노미스트의 경쟁력이면서 핵심 독자들과 연결된다. 무분별하게 콘텐츠를 바꿀 것이 아니라 기업의 조직에서 나오는 전략적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왜냐하면 전략이라는 것은 다른 기업과 우리 기업이 다른 점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디어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큰데 바로 다른 기업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오히려 경쟁력은 다른 기업들이 하지만 우리는 하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고 아난드 교수는 주장한다.

콘텐트 함정의 내용을 다시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째, 좋은 콘텐트를 만들기보다는 핵심 고객들을 연결시켜 사업 기회를 찾으라. 둘째, 제품이 사실상 '공짜'가 되어버렸다면 다른 제품과 연결해 팔아라. 셋째, 다른 기업들을 따라 하지 말고 핵심 전략에 집중하라.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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