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아시아 인프라 투자 시장 과연 돈이 되는 걸까

  • 이승윤
  • 입력 : 2017.06.22 06:0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2017 AIIB 연차총회 개막식 사진. 6월 16일 제주ICC에서 열린
▲ 2017 AIIB 연차총회 개막식 사진. 6월 16일 제주ICC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 진리췬 AIIB 총재를 중심에 두고 각국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경제정책 뒤집어보기-115]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60%, GDP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합니다. 세계 최대 시장이고, 중요한 생산 공장입니다. 동시에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입니다."

"향후 20년간 아시아 개도국들의 인프라 투자 수요는 연간 1조70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문재인 대통령 AIIB 총회 개막식 축사)

지난 6월 16~18일 3일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7년 AIIB 연차총회'는 각국 정부와 기관, 기업에서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문 대통령 축사를 비롯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축사들이 행사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대부분 논의가 '사업성과 현실성'에 대해서까지는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일차에 진행된 세미나와 진리췬 AIIB 총재의 기자회견 시간은 '아시아 인프라 시장이 어떤 상황인가'에 대한 여러 화두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한마디로 '실제 사업성이나 돈이 될 만한 사업인가' 하는 점이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진리췬 AIIB 총재와 대니 알렉산더 부총재 사이에서 의장국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진리췬 AIIB 총재와 대니 알렉산더 부총재 사이에서 의장국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17일 연차총회 오픈 세미나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아시아 인프라 수요와 금융을 어떻게 연결시킬지'에 대한 논의 또한 마찬가지였다.

AIIB 국제 자문위원이기도 한 현오석 전 부총리는 이날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 세미나 축사를 통해 "선진국의 각종 양적완화로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생겼지만 이 중 아시아에 유입되는 건 많지 않다"며 "아시아 시장 수급 간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촉매자로서 AIIB 역할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익이 낮다고 투자를 꺼리는 각종 기금, 국부펀드들을 유인할 수 있도록 리스크 분담에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진용 카이 TPG캐피털 파트너,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등도 '과연 아시아 인프라 시장의 사업이 민간 금융이 들어갈 만큼 사업성과 리스크가 관리된 사업으로 조율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집중했다. 사회를 맡은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는 "결국 유동성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위험자본이 부족한 셈"이라며 "다자은행뿐만 아니라 민간, 공공 간 협력이 충분히 이뤄져야 자본을 끌어올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결론을 맺었다.

AIIB 사업에 참여한 주체들 입장에선 앞으로 계속 풀어나가야 하는 화두였던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하고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축사도 한 '아시아 인프라 투자 촉진을 위한 파트너십'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의문이 던져졌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은 지역 내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양질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민관협력사업(PPP)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기재부가 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민간과 관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PPP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김용진 2차관은 세미나 축사에서 "아시아 지역의 지속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PPP 활용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이 20여 년간 축적한 PPP 분야 경험과 노하우를 역내 국가들과 공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맥쿼리가 국내 인프라 시장에 참여했던 것처럼 몇 년간 운영수익을 주기로 하고, 수십 년 후 소유권을 국가가 넘겨받는 방식의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한국이 해외 PPP 사업 진출에 있어서는 마찬가지로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고 하는' 보수적인 스탠스가 우선시되고 있어 노하우 전수 이상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또한 의문을 안 가질 수 없다. 한국은 이명박정부 시절 진행됐던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패를 이유로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이 참여한 해외 PPP 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아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등 아시아 신흥국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예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든 구조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민간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한국 PPP 사업은 IMF 위기 직후 맥쿼리와 계약한 최소수입보장(MRG) 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이후 말을 바꾸면서 소송이 제기되는 등 문제도 많았다"며 "5% 수익률만 나도 금융투자자들이 몰리긴 하지만 신분당선 손해 나는 것에서 보듯 인프라 사업이 수익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만 해도 철도가 그래도 4~5% 수익률, 폐수종말처리장은 2~3%대인데 아시아 신흥국에서 수익률 보장하기는 더 어려운 과제라는 설명이다. A씨는 이어 "사실상 전문가들이 다 민간에 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외로 진출하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금융조달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주요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다자개발은행(MDB)들이 빈곤 타파를 최고 목적으로 삼고 국가를 상대로 차관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했던 데 비해 AIIB는 발전소, 철도, 도로 등 신흥국이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 사업 자체에 투자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점에서 확실히 포지셔닝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에도 기회가 많은 편인데 지난 정부 때는 파키스탄에 진출하는 사업을 인도에서 싫어한다는 얘기만 듣고 위쪽에서 하지 말라는 얘기가 내려오는 등 정치외교와 경제가 엇박자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해외사업 진출에 대한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주체가 민간과 많은 소통을 해주면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구성하고 발굴해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차총회 의결에 따라 다음 총회 의장은 인도 재무장관이 선정돼 내년 6월 인도 뭄바이에서 총회가 개최된다.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여러 사업들이 꿈틀대고 있는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국제 무대의 영역을 넓혀 나갈 수 있을지, 새 정부가 1년 사이 AIIB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승윤 경제부 기자]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미국과 일본 중심의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WB) 등에 대항해 중국 주도로 2016년 1월에 설립된 다자개발은행.

한국은 본부 유치국인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2017년 연차총회 주관을 맡았다.

지분율순으로 중국(32.36%), 인도(9.09%), 러시아(7.10%), 독일(4.87%), 한국(4.06%)이 참여했고 일본은 참가하지 않고 있다. 향후 20년간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인프라 투자 수요가 연간 1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창립 회원국은 역내 37개국, 역외 20개국 등 총 57개국으로 2017년 연차총회에서 아르헨티나 등 3개국이 신규 참여 회원국이 80개로 늘었다.

자본금은 1000억달러 규모로(200억달러 납입, 800억달러 유보) 지난 5월 기준 총 13개 프로젝트에 21억7500만달러의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 AIIB 금융 지원을 기다리는 프로젝트도 13건이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 관련 프로젝트 사업이 3건으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고 있으며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이 2건의 사업에 대해 금융 지원을 받고 있다.

다음 승인이 유력한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소(10억달러)는 한국이 참여하는 최초의 AIIB 사업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1억2000만달러, AIIB가 8700만달러, ADB가 1억5000만달러 등을 투자할 예정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