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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에 26만원…베네수엘라에 어떤 일이?

  • 최은수
  • 입력 : 2017.07.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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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은수의 경제기사로 부자되는 법-97]

[뉴스 읽기= 굶주리는 베네수엘라…700% 넘는 살인적 인플레이션]

한때 남미 최대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굶주리고 있다. 농지 국유화, 가격 및 통화 통제로 식량 생산, 유통 체계가 붕괴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을 720%로 예상했다. 2013년 이후 경제 규모는 27% 축소됐으며, 식량 수입은 70% 감소했다.



# 커피 한 잔에 26만원…베네수엘라에 어떤 일?

베네수엘라에 가면 카페라테 한 잔 값이 2300볼리바르, 우리 돈 26만원이 넘는다.

고급 커피여서 그럴까?

그렇지 않다. 베네수엘라 경제를 강타한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때문이다.

지폐 한 장이 휴지 조각만 한 가치도 없게 됐다. 연간 700% 넘는 인플레이션 속에 화폐가치가 계속 폭락하고 있다. 물건을 거래할 때는 지폐를 세는 대신 아예 무게로 재서 거래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을 720%, 2018년에는 2000%가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초인플레이션이란?

경제 기사에 인플레이션이란 기사가 나타나면 재화와 용역(서비스) 값이 오르는 물가 상승이 시작됐다고 이해하면 된다. 물가가 오르면 통화 가치가 떨어져 구매력을 잃게 된다.

그런데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은 매우 위험한 경제 상황을 말한다.

경제학적으로 물가 상승이 통제를 벗어난 상태로 수백 %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율을 기록하는 상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연간 50% 이상 물가가 상승하는 걸 말한다.

보통 전쟁이나 경제 불안 등으로 인해 물건 값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등해 정부가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계속 화폐를 발행할 때 나타난다.

실제 베네수엘라 국민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지폐 수천 장을 짊어지고 다니고 있다. 마트에서 점원이 지폐를 세는 대신 돈뭉치 여러 다발을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는 일도 있다.



# 역사상 초인플레이션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초인플레이션은 1919년 독일에서 일어났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 패전 후 1320억마르크에 달하는 막대한 전후 배상금을 물기 위해 마르크화를 찍어냈다. 그러자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물가와 환율이 폭등했다.

불과 사나흘이면 물가가 2배로 뛰었고 월간 인플레이션율이 2만9500%에 달했다. 돈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사람들이 일당을 받거나 물건을 사러갈 때 돈다발을 담을 수레를 끌고 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짐바브웨는 토지개혁에 실패하면서 초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2008년에는 월간 인플레이션율이 2억3100만%에 달했고 빵 하나 가격이 7억 짐바브웨달러까지 치솟았다.

급기야는 지금은 유통이 중단됐지만, 액면가 100조 짐바브웨달러 지폐를 발행했다.



# 초인플레이션의 비극이 시작됐다

초인플레이션 현상이 식량 수출국이었던 베네수엘라를 경제 난국에 빠뜨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자기 나라 국민조차 먹여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아기들은 분유가 없어 굶어 죽거나 병들고 있다.

식료품 가게는 약탈당하고, 시골 농토에서는 나무에 맺힌 과일이나 땅 위의 호박 할 것 없이 도둑질당하고 있으며, 집에서는 냉장고에 자물쇠를 채워둔다.

국민의 3분의 1인 960만여 명이 하루에 두 끼 이하만 먹고 있다. 제대로 먹지 못해 베네수엘라 국민은 4명 중 3명의 체중이 평균 8.6㎏ 감소하자 사람들은 이를 두고 현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 다이어트'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 베네수엘라, 왜 초인플이션을 초래했나?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한때 '남미 사회주의의 낙원'으로 불렸다.

1998년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차베스는 석유 기업을 모두 국유화해 원유 판매 수입을 독점했다. 그리고 이 돈을 무상복지에 투입했다. 이른바 좌파 포퓰리즘의 시작이었다.

차베스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국민은 땅만 파면 석유가 쏟아져 돈이 생기는 것으로 믿었고 차베스는 남미의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석유의 기적'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3년 유가가 폭락한 데 이어 차베스마저 암으로 사망했다. 노동운동가 출신 마두로 부통령이 후계자로 지명됐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유가 폭락으로 재정적자는 쌓여갔고 경제는 파탄이 나기 시작했다. -10% 성장이 이어졌고 가격 통제로 생필품은 바닥났고, 치안은 완전히 붕괴했다. 성난 민심은 연일 시위를 벌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015년 총선에서는 의회가 야당으로 넘어갔다. 급기야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2017년 3월 30일 의회의 입법 권한을 대행한다는 충격적인 판결을 내렸다. 여론은 들끓고 있고 민주주의가 기능을 잃고 있다.

포퓰리즘이 부른 재정 파탄은 한 국가를 죽음의 무덤으로 내몰고 있다. 다른 나라의 실패에서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은수 기자/mk9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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