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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어떻게 찾아내고 처벌할까

  • 석민수
  • 입력 : 2017.07.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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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사진=매경DB
▲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사진=매경DB
[경제정책 뒤집어보기-118]

#한화S&C는 최근 대주주 보유지분을 상당수를 매각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8759억원 가운데 계열사 관련 비즈니스에서 43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갑작스러운 지분 매각의 배경에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새 정부의 강력한 규제 의지가 있다. 이 회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총수 일가 지분율 20%(비상장사)를 넘어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총수 일가만이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직후 공정위의 단기 과제로 주요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실태 점검을 진행해 법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직권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국세청도 지난달 일감 몰아주기의 과세 요건을 갖춘 4100명과 수혜법인 6300개에 증여세 납부를 안내했다.

이번 대선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주요 후보가 모두 공약으로 내놓을 정도로 이견이 없는 기업규제책으로 꼽힌다. 경제활동에서 일어나는 수익을 지배주주나 그 친·인척 등에게 몰아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로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기업의 잠재적 이익을 총수 일가가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며 "자회사의 이익이 모회사로 귀속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도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말로 통칭되지만 사실 규제 주체와 대상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다. 공정위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20%(상장사는 30%)를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우선 사익편취 규제 범위에 들어온다. 거래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계열사 간 연간 거래총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상대방 평균 매출액의 12% 이상인 경우에 규제를 적용한다.

한화S&C에 앞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도 IT서비스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이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며 당시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현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이 2009년부터 기내 면세품 인터넷 광고를 싸이버스카이에 넘겨줬고, 콜센터 경험이 전무했던 유니컨버스에 운영 업무를 위탁하며 시스템 장비 사용료를 과다 지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 받는 '대기업집단'은 자산 5조원 이상 공시 대상 기업집단을 가리킨다. 지난해까지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곧 대기업집단을 의미했으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기준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라가면서 5조원 이상 공시 대상 기업집단을 따로 지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기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구분해 지정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9월까지 공시 대상 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하기로 했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 시기는 매년 5월 1일이지만, 개정 첫해인 올해에 한해서 개정안 시행 2개월 내인 9월 중에 공시 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할 계획이다.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 대상 기업집단은 공시 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등 규제를 받으며 이 중 자산 10조원 이상인 집단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도 지정돼 상호·순환출자, 채무보증 등 제한도 받게 된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외에 공정거래법으로 다스리는 일감 몰아주기에는 부당 내부 거래가 있다.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부당 내부 거래)'는 해당 연도 거래총액 50억원 이상이면서 동시에 정상가격과 거래 조건 차이가 7% 이상일 때, 또는 연간 거래총액 200억원 이상일 때 규제 대상이 된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외에 일감 몰아주기 과세도 있다. 국세청은 지배주주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이 같은 거래를 증여로 보고 수혜기업의 지배주주에 세금을 물린다.

일부 대기업이 물류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등을 지배주주나 친족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몰아주면서 편법 증여에 대한 논란이 커져 2012년 도입된 제도다.

구체적으로는 일감 몰아주기로 혜택을 받은 기업이 세후 영업이익이 있어야 하고, 해당 사업연도 매출에서 일감 몰아주기 매출 비중이 30%(중소·중견기업은 50%)를 넘어야 한다. 또한 지배주주나 친족이 혜택을 본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3%(중소·중견기업 1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일감 떼어주기' 과세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 제도다. A법인이 자신과 거래하던 제3자와의 거래관계를 끊고, 지배주주가 지분을 보유한 B법인에 임대차 계약이나 프랜차이즈·대리점 계약을 통해 사업 기회를 제공한 경우 권리금만큼 증여가 있는 것으로 보고 과세한다. 예를 들어 부친이 대주주로 있는 극장이 기존 극장 내 매점과 임대차 계약을 끊고 아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매점 임차권를 줬다면 '사업 기회'를 지배주주의 친족에게 제공한 것으로 보고 일감 떼어주기 증여세를 부과한다.

[석민수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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