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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의 시대, 무엇이 더욱 중요해졌을까?

  • 고평석
  • 입력 : 2017.07.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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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휴먼-83]
- 플라스틱 산업은 19세기 후반 당구공이 시작이었다. .
- 가상화폐, 인공지능 등 바야흐로 대체의 시대다.
- 이런 상황일수록 자본으로서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필수다.


영국의 알프레드 마셜은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어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그리고 빵과 같이 영국인에게 필수적 식량은 가격에 따라 수요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빵을 대체할 대체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수요의 탄력성' 개념이 등장한다. 만약 대체할 만한 재화가 있다면, 사람들은 가격에 따라 어떤 재화를 고를지 판단한다. 대체재가 있을 경우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면 경쟁관계에 있는 재화의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다.

기존 시장에 대체재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발한 과정을 거쳐 대체제가 발명되기도 한다. 또한 그 대체재가 기존 재화를 완전히 몰아낼 때도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재화들에 영향을 미치며 통째로 대세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우리가 당구장에서 흔히 보는 플라스틱 당구공이 그런 예로 적합하다. 1863년까지 피아노 건반, 단추, 장식용 보석 등은 모두 코끼리와 바다코끼리의 상아, 하마의 이빨로 만들어졌다. 가볍고 무엇보다 내구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당구공 재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코끼리 상아로는 급속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당구공 수요를 제때 맞출 수가 없었다. 코끼리 한 마리를 잡아봐야 겨우 당구공 8개를 만들 수 있었다. 코끼리 상아를 얻기 위해서 코끼리 사냥에 나선 수많은 사람들이 죽기도 했다. 이에 당구대와 당구공 제조 기업 펠란 앤드 콜랜더는 상아를 대체할 좋은 물질을 발견하는 사람에게 1만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광고를 내걸게 된다. 뉴욕주 올버니의 어떤 바(bar) 밖에 있는 펠란 앤드 콜랜더의 광고를 보게 된 발명가 존 웨슬리 하이엇은 코끼리 상아를 대체할 재료인 셀룰로이드를 발견한다. (책 '미래와의 대화', 토머스 프레이 저) 플라스틱 세상이 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다. 우리가 현재 즐기는 당구 역시 공은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그뿐 아니라 피아노 건반, 단추, 장식용 보석 등 어지간한 물건들은 모두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온갖 재화, 서비스에 대한 대체재가 쏟아져 나온다. 우리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조차 대체되기 시작한다. 우선 화폐 대체재의 등장은 놀랍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그 예다. 전자화폐가 이미 있었지만, 전자화폐는 화폐의 대체제보다 보완재에 가까웠다. 사용과 유통이 간편했지만, 화폐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었다. 전자화폐는 일회성 이용만 가능하고, 관리 및 운영 비용이 들어갔다. 분실 등의 위험으로 인해 입금액에 한도가 있으며, 특정 화폐에 연결되어 국제 송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한계가 있다. 가상화폐는 전자화폐의 이런 한계점을 뛰어넘고, 현재 사용하는 화폐의 단점까지 보완한다. 개인, 기업 등 거래 주체들이 끊임없이 유통시키며 사용할 수 있다. 운영, 관리 주체가 없어서 낮은 수준의 송금 수수료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분실, 해킹 등의 우려가 적기 때문에 거액 보유도 가능하다. (책 '가상통화 혁명', 노구치 유키오 저) 사실상 기존 화폐의 완전한 대체재인 셈이다. 거대한 가상화폐 실험이 끝나고 난 후에 개별 가상화폐에 대한 성패가 판가름이 나게 된다. 그 전에 가상화폐 자체는 화폐의 대체재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게 될 확률이 높다.

화폐의 대체재는 약과일지 모른다. 수년 전부터는 인간마저 대체될 수 있다는 예언이 등장했다.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은 우리의 숨통을 죄어 온다. 현재의 기술로 모든 직업 활동의 45%를 자동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신뢰보다 인공지능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책 '일자리 혁명 2030'(박영숙, 제롬 글렌 저)에는 미국, 영국, 덴마크에서 실시한 설문이 나와 있다. 과연 인사, 금융, 시장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위해 제안하는 소프트웨어 로봇과 함께 일하는 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인들 중 37%가 이런 로봇이 '현재의 직장 상사와 관리자보다 더 신뢰할 수 있고 윤리적일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또한 미국인의 45%는 인간 관리자와 편견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함께 하는 직장'에 대해 찬성했다. 꽤나 높은 비율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과 굳이 비교하면서 인간의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팔의 움직임을 모방한 중장비기계는 인간의 팔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이 강력하고 효율적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굳이 자신의 팔이 쓸모가 없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 뇌를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닌 뇌 활동 일부분을 특화한 것이기 때문에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비교의 대상이 안 되는 셈이다. 중장비기계와 힘으로 겨루어 인간이 상대가 안 된다고 낙담하지 않듯이,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에 대해 굳이 힘겨워할 필요는 없다. (책 '엑셀로 배우는 인공지능', 아사이 노보루 저) 수학도, 바둑도, 장기도 질 수 있지만 인간 고유의 가치는 그대로이니 너무 걱정 말라는 것이 이 반론의 논지다. 기능적인 측면에 한정된 의견이긴 하다. 인간이 강점을 가져야 하는 신뢰와 믿음의 영역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 의견이 갈리긴 하지만 인간, 화폐마저도 대체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으니 바야흐로 '대체의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체되지 않고 더욱 높은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분명히 있다. 전방위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그중 하나다.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과 데이터, 로봇 간의 연결성이 중요한 요소다. 가상화폐 역시 사용자 간의 촘촘한 네트워크가 필수다. 1990년대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은 "사회적 네트워크는 경제적 성과에 중요하다. 스크루 드라이버(물적자본)나 대학 교육(인적자본)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듯이, 사회적 관계도 개인과 집단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회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책 '경제의 책', 니알 키시타이니 외 공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데이터에 연결되고 서로 정보를 나누며 인공지능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골고루 누린다면 그 국가, 사회는 경제성장의 혜택을 맛보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도록 자본으로서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성하고 활용할지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 대체의 신세에 놓인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선량하지만 고립된 개인이 많은 사회는 사회적 자본이 풍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로버트 퍼트넘의 말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할 때가 된 것이다. 대체의 시대일수록 고립된 개인을 줄이고, 촘촘히 사회적 네트워크를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평석 인문디지털 커넥터
▲ 고평석 인문디지털 커넥터
[고평석 인문디지털 커넥터, 책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저자]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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