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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86년사 유구한 갑질논란 역사

  • 석민수
  • 입력 : 2017.08.0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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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현 MP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6일 기자회견을 하고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6일 기자회견을 하고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정책 뒤집어보기-119] #.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에땅'의 가맹점주들은 2013년 본사와의 원만한 협상을 위해 가맹점주협의회를 결성했다가 가맹본부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본사가 가맹점주협의회 설립에 참여한 가맹점주를 골라 가맹계약을 해지하면서 협의회 회장부터 모든 임원들이 피자에땅 간판을 내리게 된 것이다.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가맹점 갑질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가맹점주협의회 소속으로 활동하다 계약해지를 당한 한 사업자는 이 같은 가맹본부의 갑질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문제가 전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우현 전 MP그룹(미스터피자) 회장이 100억원대 횡령·배임과 가맹점 보복행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래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사례가 각지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지난달 18일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내놓고 불공정행위를 하는 가맹본부를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뒤늦게 "자정방안을 내놓겠다"며 필수물품 원가분석 등을 유예해달라고 청원했지만 공정위는 이미 서면실태점검을 시작했고 관련 용역도 발주해놓은 상태다. 프랜차이즈업계가 사실상 새 정부의 경제분야 적폐 1호에 오른 셈이다.

프랜차이즈는 어떻게 갑질의 원흉으로 지목됐을까. 프랜차이즈의 고향인 미국에서도 가맹본부의 갑질 사례가 있었다. 다만 이를 계기로 다양한 규제와 자정방안이 나오면서 지금은 갑질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프랜차이즈는 프랑스 옛말로 자유와 특권을 뜻한다. 1895년 미국에서 '싱어재봉틀'을 만든 아이작 싱어가 일부 판매업자에게 독점적 판매권을 주고 그 대가로 자금을 받으면서 가맹사업의 개념이 처음으로 생겨났다.

외식 프랜차이즈 1호는 193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에서 시작됐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하워드 존슨은 자신의 상호와 메뉴를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큰 수익을 올리게 됐다. 이후 존슨은 레스토랑 외에 모텔 등에도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을 적용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전역에 고속도로망이 깔리고 KFC, 맥도널드와 같은 외식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면서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960~1970년대 베이비붐 등 영향으로 미국에서 프랜차이즈산업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던킨도너츠, KFC, 맥도널드 등 유명 브랜드들이 필수물품 공급 문제로 가맹점주들과 집단소송 등 치열한 법적분쟁을 벌였고 이 문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1979년 '프랜차이즈 룰'이 처음으로 제정됐다.

브랜드 성장 과정에서 필수물품 유통마진으로 가맹본부가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 가맹점주들과 대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한국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필수물품에 마진을 높게 매기고 행주·수세미 등 브랜드와 관계없는 소모품까지 필수물품으로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식으로 이익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꼴이다.

미국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의 결과 대부분의 소송에서는 가맹본부가 승소했다. 하지만 불만을 가진 가맹점주가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관련 규제가 정비되면서 프랜차이즈업계가 사업모델을 점차 개선하기 시작했다. 던킨도너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970년대 초 원재료값 폭등으로 가맹점 수익성이 급감하며 본사까지 위기를 맞은 이 회사는 가맹점주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해 가맹점주와 상생,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가맹본부는 필수물품 공급마진이 아닌 '브랜드 이용료' 개념의 로열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물품 조달·공급은 가맹점주와 공동으로 설립한 구매조합을 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룰에서 필수물품에 대한 정보공개 목록과 범위를 세세하게 규정한 것도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공정위가 지난달 내놓은 가맹분야 대책의 핵심도 필수물품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것이다. 가맹본부가 등록하는 정보공개서에 지금은 필수물품의 목록만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앞으로는 리베이트, 특수관계인 관련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게 된다. 또 공정위가 직접 50개 주요 외식 브랜드에 대해 필수물품 세부내역과 공급단가, 마진 등을 조사·분석해 발표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 프랜차이즈업계도 유통마진으로 이익을 올리는 원시적 사업행태에서 벗어나 로열티제도 도입 등 성숙한 사업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8일 프랜차이즈업계와 만난 자리에서 "매출액 기반 로열티로의 수익구조 전환, 물품구매의 사회적 경제 실현 등으로 가맹사업 구조가 선진화된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일부 가맹본부의 갑질이 사회문제로 비화되면서 프랜차이즈업계 수익구조 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임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키를 쥔 것은 가맹본부들이다.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을 과감히 포기하지 못하고 구태를 이어가려는 꼼수를 부리면 결국 당국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가혹한 심판을 받게 될 수 있다.

[석민수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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