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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Trench Coat) (하)

  • 남보람
  • 입력 : 2017.08.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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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2] 타이로켄이 참호전(trench warfare)으로 점철된 제1차 세계대전에서 트렌치코트(Trench Coat)라는 명칭을 얻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아마 '세계대전 코트(World War Coat)'라고 불렀다 해도 이의는 없었을 것이다.

◆트렌치코트, 세상으로 나가다

 전쟁 막바지였던 1917년을 전후로 트렌치코트는 일반대중들에게 소개되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트렌치코트'를 제1차 세계대전의 현상으로 소개한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이것이 애국심의 발로, 전선에 대한 일체감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WORLD WAR I: 100 YEARS LATER, The Classy Rise of the Trench Coat"]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인기 이유는 역시나 기능성이었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오버코트로 트렌치코트만 한 것이 없었다. 날씨 변덕이 심하고 실내에선 꼭 겉옷을 벗는 유럽에서는 트렌치코트가 매우 편리했다. 단추 대신 벨트로 손쉽게 앞을 여밀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로켄 광고 홍보물들/출처=the wall street journal
▲ 타이로켄 광고 홍보물들/출처=the wall street journal

 '영국군 장교의 제식복장'이라는 상징성도 인기에 한몫을 했다. 트렌치코트는 특허품(소재, 디자인)이고 독점품(대영제국 전쟁부, 장교)이었다. 돈이 있어도 사 입을 수 없고, 살 수 있다고 아무나 입을 수 없는 옷의 이미지가 구축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당대 '잇 아이템(it item)'이었던 셈이다.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 군용 제식의 흔적들

 트렌치코트를 잘 살펴보면 오늘날까지도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기능성 디자인이 온존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트렌치코트 어깨 위 끈은 어깨 계급장(견장)과 병과의 상징표시(견식)를 달기 위한 용도였다.
- 옷의 전, 측, 후면 등에 달려 있는 D 모양의 고리는 요대, 총기고리 등을 고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 탈착식 이중 날개(윙)는 비가 많은 유럽 전장의 특성에 맞춘 보완이었다.
- 무릎 아래에서 정강이까지 길이가 내려온 것은 혹한의 칼바람을 견디기 위한 것이었다.
- 소매의 버튼을 벨트형으로 교체한 것은 한 손으로 쉽게 조이고 풀기 위해서였는데, 이는 총상 등을 입었을 때 지혈을 위한 끈으로도 유용하게 썼다.
- 허리끈만으로는 벌어지는 앞섶을 충분히 여밀 수 없어 나중에 단추를 추가했는데, 2중으로 세워 단 것은 품 조절을 위해서였다.

등쪽에 달린 D 모양의 고리/출처=aquascutum 사이트(http://www.aquascutum.com/articles/i-decoding-the-trench-coat)
▲ 등쪽에 달린 D 모양의 고리/출처=aquascutum 사이트(http://www.aquascutum.com/articles/i-decoding-the-trench-coat)

◆패션을 넘어 문화 아이콘으로

 오늘날에도 트렌치코트는 기품 있는 봄가을 외투로 점잖은 자리에 차려 입고 가는 외출복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독특한 현상이었던 트렌치코트는 전쟁과 평화의 시기를 겪으며 시대를 초월한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한 벌의 외투 속에 이렇게 애국, 참전, 전사, 생존, 자유, 평화와 같은 거대한 이미지가 담기는 일은 다시 일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1942년 개봉, 1944년 제16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주인공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는 시종일관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었다. 사진은 영화 "카사블랑카"의 한 장면. 가운데 중절모에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는 이가 험프리 보가트이다.
▲ 1942년 개봉, 1944년 제16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주인공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는 시종일관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었다. 사진은 영화 "카사블랑카"의 한 장면. 가운데 중절모에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는 이가 험프리 보가트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트렌치코트가 하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하나씩 입을 만큼 트렌치코트가 있어야 한다. 트렌치코트는 나이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이기 때문이다. 또한 트렌치코트는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입을 수 있다."
앤절라 아렌츠. 전 버버리 CEO, 애플 시장총괄 사장


초기 형태의 버버리 타이로켄 중 하나/출처=departures 사이트(https://www.departures.com/fashion/style/burberrys-iconic-trench-coat)
▲ 초기 형태의 버버리 타이로켄 중 하나/출처=departures 사이트(https://www.departures.com/fashion/style/burberrys-iconic-trench-coat)

[남보람 육군 군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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