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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복수를 하는데 10년을 기다린다

  • 김대기
  • 입력 : 2017.09.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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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리저시루에 있는 롯데마트 매장 /사진=매경DB
▲ 베이징 리저시루에 있는 롯데마트 매장 /사진=매경DB
[똑똑차이나-63] '군자는 복수를 하는데 10년을 기다린다(君子報仇 十年不晩 쥔즈바오처우 스녠부완, 의역함).'

이마트에 이어 최근 롯데마트도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득 중국인들이 종종 쓰는 이 문구가 떠올랐다. 중국인들은 치욕을 당했거나 상대가 자신의 체면을 깎았다고 여기면 곧 바로 대응하지 않는다. 칼을 갈고 기다리다가 때가 무르익으면 잊지 않고 행동에 나선다. 중국인의 성향은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에서도 드러난다. 1990년대 '도광양회'를 거쳐 2000년대 들어서는 '유소작위'와 ‘화평굴기’로 넘어갔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강대국이 됐으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속내를 대외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 같다. 사드 보복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군자는 복수를 하는데 10년을 기다린다'는 말에는 복합적인 함의가 있다. '복수'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인내를 하면서 실력을 갈고닦는다'는 교훈이 녹아 있다. 나아가 대인배인 군자는 소인배와 달리 곧바로 대응을 하지 않고 '적절한 때를 기다린다'는 뜻도 내포한다.

현대 중국인의 뿌리 깊은 성향은 치욕의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은 불과 20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아편전쟁, 청일전쟁, 난징대학살 등을 겪으면서 대국의 이미지를 구겼다. 서방에 대한 은근한 반감과 견제, 일본을 두려워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얕잡아보는 묘한 심리는 역사적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이후 자신들을 괴롭혀왔던 서방과 일본으로부터 외자와 선진 기술을 흡수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유명 외국 기업 총수가 중국을 방문하면 지방정부 당서기가 직접 나와서 영접을 할 정도였다. 자신의 실력을 제고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간과 쓸개라도 빼내 줄 시늉이라도 한 것이다. 중국은 이 시기를 도광양회의 시간으로 삼았다. 그 무렵 중국 당국과 기업에서는 '우리는 미국과 경쟁한다(我們和美國競爭)'는 말이 심심찮게 돌았다. 그러다가 2013년 6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신형대국관계'라는 외교전략을 들이밀었다.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평화 공존을 추구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사실 글로벌 패권을 쥐기 위한 중국의 첫 용틀임이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5년 동안 우리나라는 중국과 비교해 다방면에서 우월한 존재였다. 그 기간 동안 중국은 너무 커버렸고, 우리는 비교우위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우리의 실수는 중국을 잘 모른 채 우리 식으로 중국을 해석하고, 중국이라는 나라와 시장에 접근한 것이다. 사드 보복은 중국의 체면 문화, 미국에 대한 견제 심리, 적절한 시점에 세(勢)를 과시하는 전략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런 중국의 성향을 잘 이해하지 못한 우리는 눈 뜨고 보복의 칼을 맞았다.

현대차, 롯데 등 국내 굴지 기업들이 중국에서 당한 수모는 너무나 뼈아프다. 하지만 잘됐다. 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중국에 잘 먹히는 대(對)중국 전략을 짜고 우리의 실력을 제고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도 중국이 썼던 방식을 역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국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서 코너에 몰린 북한 역시 버리지 않고 있다.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자기 편을 챙겨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갈등 관계 놓여 있는 인도를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 경제적으로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와의 교역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을 지형적으로 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에 '올 인(All-in)'하는 전략보다는 중국 기업과 함께 제3지대인 동남아 국가에 함께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돈이 도는 중국에서 자금을 대고 우리나라가 선진 기술을 제공해 동남아 시장을 함께 개척해나가는 것이다. 현재 알리바바, 텐센트를 비롯해 중국 국영기업까지 태국 등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군자는 복수를 하는데 10년을 기다린다(君子報仇 十年不晩).' 군자국은 우리나라다.

[김대기 기자]



*용어설명

▲도광양회(韜光養晦) :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제고한다'는 뜻. 1990년대 중국의 외교정책 기조를 나타내는 용어.

▲유소작위(有所作爲) :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뜻. 2004년 이후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나타내는 용어.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롭게 우뚝선다’는 뜻.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 초기 중국 대외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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