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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도 공유로 이용하는 중국 소비자의 3가지 속성

  • 김대기
  • 입력 : 2017.09.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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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우라칸 퍼포만테 /사진=아우디코리아
▲ 람보르기니 우라칸 퍼포만테 /사진=아우디코리아
[똑똑차이나-64] 지난달 25일 중국 항저우 옌안루에서는 도로 한쪽을 점령한 슈퍼카 행렬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마세라티 등 대당 가격이 억대가 훌쩍 넘는 슈퍼카들이다. 신기한 대목은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자기 순번이 되자 차 앞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시행하더니 모바일 간편결제를 한 다음 슈퍼카에 몸을 싣고 직접 운전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날은 호화 자동차 공유서비스 업체 '즈줜바오'가 자사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판촉 행사를 벌인 것이었다. 회사 이름이 재미있다. '즈줜(至尊)'이란 단어는 '지극히 존귀하다'는 뜻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마치 '당신은 특별하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즈줜바오 창립자인 저우밍제 대표는 중국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누구나 명품 스포츠카를 타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감성과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며 호화 자동차 공유서비스를 내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업체가 책정한 서비스 이용료는 억대가 넘는 슈퍼카의 가격을 고려한다면 무척 싸다. 석 달 동안 진행될 프로모션 기간에는 시간당 19.9~49.9위안(3400원~8500원)만 내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대신 1만위안(171만원)가량의 보증금을 내야 하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즈줜바오 측은 정식으로 서비스가 시작되면 시간당 300~600위안(5만1400원~10만2800원)에 슈퍼카를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슈퍼카 공유서비스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중국인의 상술을 둘러싼 세 가지 속성이 떠올랐다. 첫 번째가 체면 문화다. 중국인들은 상대의 이목을 중시한다. '남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라는 대외 의식은 종종 겉포장과 형식주의로 발현된다. 과도한 접대, 명품 선호 풍조 등은 체면 문화에서 나온 산물이다. 즈줜바오는 '사지는 못 할지언정 슈퍼카를 렌트해서라도 나의 가치를 남에게 보여주겠다'는 중국인의 심리를 제대로 파고든 것으로 여겨진다.

둘째는 '훠비산짜아(貨比三家·화비삼가)' 문화다. 화비삼가는 '물건을 고를 때 세 가게의 가격을 비교해보고 산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재화나 서비스가 심리적으로 비싸다고 여기면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예로부터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가격표에는 낮은 가격을 써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경향을 띤다. 즈줜바오가 '단돈 19.9위안에 슈퍼카를 만끽하세요'라는 판촉 캠페인을 벌인 이유도 심리적 가격 장벽을 낮춰 더욱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물론 이 같은 판촉 전략은 흔한 상술 중 하나지만 중국에서는 중국인의 '화비삼가' 문화 때문에 더욱 잘 통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은 '기마민족' 문화다. 오래전 원나라 문화를 현대 중국인과 결부한다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중국인의 상술에는 분명 기마민족의 속성이 담겨 있다는 것이 중국인들의 시각이다. 중국 칼럼니스트 콩젠이 쓴 '한 권으로 읽는 중국인의 실체'에 따르면 기마민족 성향을 가진 중국인들은 '고정된 단골손님'이라는 개념이 약하다. 콩젠은 "중국인의 기마민족 성향 때문에 소비자는 속지 않기 위해 상품을 음미하면서 사고, 상인들은 손님을 약점을 눈여겨보며 온갖 수단을 써서 팔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는 재미있는 사례도 나온다. 푸젠성의 양복점에서 이 옷 저 옷을 만지며 고르던 저자가 결국 옷을 사지 않자 양복점 주인이 "옷을 만진 값을 지불하라"고 말한 것이다. 즈줜바오가 서비스 이용료와는 별도로 1만위안(171만원)에 달하는 비싼 보증금을 조건으로 내건 이유 역시 사업 위험은 줄이면서 더욱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기마민족의 상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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