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CEO들이여 고독의 전염병을 막으라

  • 이덕주
  • 입력 : 2017.10.03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비벡 머티 전 중장
▲ 비벡 머티 전 중장
[비즈니스 인사이트-158]
-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피 피는 것과 같아.. 직원 성과도 저하시켜
- 소소한 일상 공유하고, 사랑, 친절, 동정심, 관대함을 조직내에서 장려해야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0%가 고독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직장에서 더 심한데 최고경영자(CEO)의 절반 이상이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외로움은 개인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과 인간관계의 단절은 하루에 담배를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한 사람의 기대수명을 줄인다. 이 같은 고독은 개인의 문제일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의 CEO가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가 있다. 바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군 내 모든 의료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인 미국 연방공공보건서비스부대(PHSCC) 중장(Vice Admiral)을 지낸 비벡 머티다. 그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이 같은 내용의 기고를 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고독은 직접적으로 직원들의 성과를 저하시킨다. 펜실베이나아대 와튼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진이 사기업과 공공기관, 두 조직의 114개 관리자와 672명을 연구한 결과 고독한 직원이 많을 수록 성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고독은 개인 문제, 가족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고독에 관해서 최근 눈에 띄는 트렌드는 이를 느끼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고독의 전염병(Loneliness Epidemic)이 전 세계에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머티 중장에 따르면 이는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일자리에서도 비정규직, 1인 기업 형태의 고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점점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은 떨어지고 있다. 사무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이지만 한마디도 직접 대화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회식, 커피타임 등 다양한 팀 빌딩 활동이 사람들의 고독을 줄여줄까. 그보다는 진실한 인간관계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머티 중장의 주장이다. 머티 중장은 조직을 이끄는 동안 '내부 정보(The Inside Scoop)'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주간 회의 때 참석자 중 한 사람이 5분 정도 사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가족 얘기를 하거나 개인적 관심사를 얘기하는 것으로 이 짧은 시간만으로도 많은 직원이 다른 동료들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머티 중장은 조직을 운영하는 CEO에게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를 조언했다.

첫째, 조직 내 고독의 수준을 측정해야 한다. 수많은 페이스북, 링크드인 친구를 가지고도 외로움을 느끼는 것처럼 주변 사람과의 연결은 숫자가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질적인 문제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조직 내에 던져봐야 한다. △직원·동료들이 나를 소중히 생각한다고 느끼는가 △조직 내에 친절함과 배려의 문화가 있는가 △조직을 움직이는 동력이 두려움인가 아니면 사랑인가.

둘째, 높은 수준의 인간관계를 장려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인간관계란 사랑, 친절, 동정심, 관대함으로 이뤄지는 인간관계다. 사람들은 이런 감정이 객관적인 판단을 막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감정은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회복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것이 더 많다. 리더는 자신이 관대함 같은 높은 수준의 인간관계를 장려하고 있다는 것을 조직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셋째,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조직 내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특히 이는 임원진들 참여가 중요하다. 리더가 자신이 부족한 점을 거리낌 없이 밝히는 것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면 팀원들과 유대관계는 더욱 강화된다. 조직문화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넷째, 도와주고, 도움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외로움에 빠져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타인을 돕고, 그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이롭다. 조직 내에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직원들의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다섯째, 동료의 일상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라는 조언이다. 진실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삶을 온전한 개인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한 명의 부모이자 자식이고, 회사 외에도 열정을 쏟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말이다. 공적 자리뿐 아니라 사적 점심 자리에서 서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머티 중장은 직장 내 고독을 다루면서 자신의 레지던트 시절을 떠올렸다. 의대 교수들은 레지던트들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수년간 자주 연락하지 못할 것이라고 미리 얘기하라"고 조언했다. 레지던트 기간은 정말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머티 중장에게는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함께했던 병원 동료들과의 경험이 힘든 레지던트 기간을 지탱시켜줬기 때문이다. 동료들과의 유대감이 그가 더 유능하고 환자들에게는 친절한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업문화도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