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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벼락 맞은 파리바게뜨 소송땐 회계처리 어떻게

  • 이재홍
  • 입력 : 2017.10.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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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80] 최근 근로자의 임금과 처우와 관련한 이슈에서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있었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상여금과 중식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회사는 기아차 근로자에게 4223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과 파리바게뜨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고용노동부에서 내린 시정조치이다. 이 조치로 인해 파리바게뜨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연간 약 6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만약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부담해야 할 과태료도 약 530억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의 법인명)의 영업이익 655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파리바게뜨는 전국 11개 협력업체와 협정을 맺고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를 교육·훈련하고 있으며, 협력업체는 가맹점주와 도급계약을 맺고 이들 제빵기사를 공급한다. 협력업체는 본사로부터 일정 부분의 지원금을 받고 가맹점주로부터는 도급비를 지급받게 된다. 일반적인 도급계약은 인력공급업체, 직원, 인력필요업체의 3자계약으로 이루어지나 파리바게뜨의 경우 본사가 개입된 형태로 좀 더 복잡한 계약 형태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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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는 가맹점주와 협력업체가 도급 계약 당사자지만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의 업무 전반을 지시 감독하는 등 사실상 고용한 사업주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의 채용·평가·임금·승진 등에 대해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해 협력업체에 공유하고, 파리바게뜨의 소속 품질관리사들이 제빵기사에 업무 지시를 해왔다는 것이 중요한 판단의 근거였다. 관련법에서는 사업자는 도급 근로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등 '근로감독'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근로감독을 한다면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후와 마찬가지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에서는 즉각 우려를 표출했다. 뚜레쥬르를 비롯한 파리바게뜨와 비슷한 고용 구조를 지닌 프랜차이즈 업계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또한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소속 서비스 기사 1300여 명이 2013년 "원도급사(삼성전자서비스)와의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한주형 기자
▲ 사진=한주형 기자

이번 고용노동부의 시정 조치로 인해 파리바게뜨 측에서는 5378명의 제빵기사와 카페기사를 직접 고용할지 아니면 법정 대응을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가지 대응방법에 따라 회계적으로도 차이가 발생한다. 직접고용의 방법을 택할 경우 당장 회사에 발생할 수 있는 회계적 이슈는 크지 않다. 직접고용에 따라 미래 인건비 상승분과 퇴직급여충당부채 설정액 등을 해당 기간에 비용으로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법적 대응을 할 경우에는 회계적으로 몇 가지 판단해야 할 사항이 존재한다. 소송을 한다면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결산 시점에 소송의 결과를 예측해 상황에 맞게 회계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 회사는 충당부채를 인식해야 한다. 충당부채란 기업에서 지출이 발생할 시기 또는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를 말한다. 따라서 회계 기준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충당 부채로 인식한다. ①과거사건이나 거래의 결과로 현재의무가 존재하고, ②당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자원이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③그 의무의 이행에 소요되는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파리바게뜨가 소송에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경우를 가정하여 대입해보면 ①제빵기사 등이 과거에 가맹점에서 근무한 것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를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담해야 할 의무가 존재하고 ②판결에 패소한다면 법적으로 과태료를 지급해야만 하며 ③약 530억원의 과태료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파리바게뜨는 해당 금액을 충당부채로 표시하고 비용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을 보면 실제로는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파리바게뜨 측에서는 과태료 지급액을 현재의무로 보지 않거나, 현재의무는 존재하나 기업의 경제적 자원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기업이 충당부채로 재무제표에 표시하지 않고, 재무제표의 주석에 해당 소송의 내용과 소송의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공시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회사의 대응에 따른 회계처리 이슈를 살펴보았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와 관련한 파리바게뜨의 회계처리 내용은 전자공시 시스템에 공시될 주식회사 파리크라상의 감사보고서를 검색해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공주사대부고를 거쳐 한양대 경영학부를 졸업했습니다.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이 있으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 자문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현재는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기업전략 수립, 내부 통제 개선 등과 회계·세무 자문(가업승계, 상속세·증여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이것이 실전회계다'(공저)와 'LOGISTAR FORECAST 2017'(공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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