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집 10채 갖고 있는 그 사람 도대체 어떤 방법을 쓴걸까

  • 최병철
  • 입력 : 2017.10.11 06:0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81]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자, 레버리지의 마법

최근 정부가 지속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집 1채를 대출을 통해 가지고 있는 사람과 집 10채를 갖고 있는 다주택자와의 소득격차가 연 600만원밖에 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나왔다.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집 10채를 가진 사람의 평균 연 소득은 4720만원으로, 1주택자들의 평균 연봉 4136만원과 약 600만원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뉴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것이 바로 레버리지의 마법이다. 어떻게 연 소득이 4000만원대인 사람이 집 10채를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집을 대출 5억원을 내고, 내 돈 5억원을 넣어 샀다고 가정하자. 회계상으로는 자산 10억원, 부채 5억원, 자본 5억원이 된다. 이 상태에서 집값이 10% 올라 11억원이 된다고 해보자. 자산은 11억원이 되지만, 은행에 갚아야 하는 대출금은 그대로 있다. 즉 부채 5억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6억원이 내 자본이 된다. 집값은 10% 올랐지만, 부채원금은 그대로라서 내 돈(자본)은 20%(5억원→6억원)이 증가하게 된다. 이를 레버리지효과(2배)라고 한다. 집값은 10% 올랐지만, 내 돈은 20%나 늘었기 때문에 이를 레버리지 2배(집값 상승률 대비 내 자본의 상승률이 2배)라고 표현한다. 이를 회계적으로 다시 표현하면 부채비율 100%(부채 5억원/자본 5억원) 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에 금리 3%를 가정해 은행에 1년간 1500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

자, 이제 두 번째 상황을 가정한다. 나는 10억원짜리 집을 대출을 내지 않고 전세를 끼고 산다. 10억원짜리 아파트가 워낙 인기가 많은 동네라서 10억원을 주고 산다. 나는 자본이 고작 5억원밖에 없기 때문에 이 집을 한 채만 사려고 해도 대출이 5억원 필요하다. 그러나 인기 있는 신축 역세권 아파트라서 전세를 내주면 9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럼, 나는 은행에 대출을 내지 않고, 전세금 9억원을 받아서 내 돈 1억원과 합쳐서 10억원짜리 집을 산다. 집 한 채를 사는 데 1억원만 필요하기에 내가 가진 5억원으로 아파트를 5개 살 수 있다(죄송하지만, 취득세와 재산세 등 부대비용은 무시하도록 하겠다).

은행에 대출 한 푼 내지 않고, 10억원짜리 집 5개를 전세금 9억원씩 끼워서 5개를 샀다. 자산은 총 50억원(아파트 5채)이며, 부채는 총 45억원(9억원 전세금 5건)에 자본은 똑같이 5억원이다.

이제 집값이 10% 오르면 어떻게 될까. 50억원 아파트 가격은 55억원으로 10%가 올랐다. 향후 전세계약이 만료됐을 때 돌려줘야 될 전세금은 그대로 45억원이다. 그러면 전체 자산 55억원에서 전세금 돌려줄 돈은 45억원이니, 순수 자본은 5억원이 아니라 이제 10억원이 된다. 집값이 10% 올랐는데 내 돈(자본)은 5억원이 10억원이 되면서 100% 증가했다. 이 경우 레버리지는 몇 배일까. 무려 10% 집값 상승에 순자산이 100% 증가했으니 10배가 된다.

그럼, 이제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집을 사서 다 전세를 주었으니 내가 살 집이 없지 않냐고….

위의 경우 은행에서 대출 5억원을 내서 3%의 이자(1년에 1500만원)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살 경우, 대출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니 1500만원 이자 안 내는 돈으로 월세를 살면 된다.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했고 취득세, 재산세, 중개비용, 양도세 등을 무시했지만 이제 최근에 나온 뉴스가 이해가 된다.

어떻게 1주택자와 10개의 주택을 가진 사람의 소득이 비슷함에도 10개의 주택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전세 제도'에 근거해 이 방법이 가능해진다. 만약 10개의 주택을 전세를 끼지 않고 은행 대출로 사려고 한다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이용했을 때 50억원 중 40%만 대출을 받을 수 있으므로 나머지 60%인 30억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세 제도를 이용하면 단 5억원으로 집을 5개 살 수 있는 것이다.

집을 10개 가진 사람과 1개 가진 사람이 소득이 비슷하다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집 10개를 가진 사람이 사업소득이나 주택임대소득을 숨겨 탈세를 했거나, 아니면 갭투자로 전세를 끼고 집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세는 왜 매력적인가. 은행에서 대출을 고작 40%밖에 못 받지만, 전세를 끼면 훨씬 더 많은 남의 돈을 이용해 집을 살 수 있다. 거기에다 전세금에는 이자도 내지 않는다.

전세 9억원에 내 돈 1억원을 이용해 10억원짜리 집을 사는 것을 회계적으로 표현하면 부채비율 900%(부채 9억원/자본 1억원)짜리 투자를 한 셈이다. 그리고 레버리지 효과는 부채비율+1로서 1000%(10배)의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집값이 만약 10% 오른다면 내 돈은 100% 증가해 5억원의 자본이 10억원이 된다. 그런데 만약 집값이 10% 내린다면? 5억원의 내 자본은 다 사라지게 된다. 그때부터는 소위 말하는 깡통전세(전세금보다 집값이 낮은 상황)가 될 것이다.

자, 이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소위 말하는 '갭투자' 가 얼마나 높은 레버리지를 내는 투자인지를 알았다. 그렇다면 갭투자를 하는 사람은 집값이 10%만 떨어져도 내 돈이 엄청나게 손실이 커지는 갭투자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집값이 100% 아니, 1000%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는 강한 확신에 근거해야 한다. 만약 집값이 무조건 지금보다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경제적, 논리적, 정치적 근거와 확신을 갖고 있다면 갭투자는 나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 남들이 하니까, 그냥 집 값이 오를 것 같으니까, 학자금으로 쓸 돈을 학자금 대출로 메꾸고 갭투자를 한다면 갭투자의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이든 그 결과를 떠나서 올바른 투자 방법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갭투자는 회계적으로 보면 최소 수백 %의 레버리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 이제 결과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현재의 집값이 실수요자들이 만들어놓은 집값이라면, 큰 금액의 폭등이나 폭락이 없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현재의 집값 상승(특히 서울의 집값 상승)을 갭투자자와 다주택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실수요자가 아닌 사람이 집을 산 것)이라고 판단하고 규제와 정책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다주택자들과 갭투자자들에게 투자수익을 만들어주고 비싼 값에 집을 사거나 또는, 너무 집값이 올라서 집을 못 사게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실수요에 근거한 집 값 상승이었는지, 갭투자나 다주택자들의 투자 수요에 근거한 집값 상승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정부 정책의 성공과 실패 여부도 그때쯤 판가름 날 것이다. 실수요자들이 필요한 집을 구매하는 데 서울의 집이 부족해서 집값이 올랐던 것일까. 아니면 투자자들이 실수요자들이 구매할 집의 가격을 올려놓고 실수요자들에게 투자수익을 내고 더 높은 값에 팔게 되는 것일까. 이 결과가 이번 정부의 부동산대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판단지표가 될 것이다. 다 함께 한번 지켜보도록 하자.

최병철 회계사 파인트리컨설팅 대표
▲ 최병철 회계사 파인트리컨설팅 대표
[최병철 회계사 파인트리컨설팅 대표]

※최병철 회계사는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며 회계감사,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기업 실무자, 증권사 직원, 법조인, 언론인,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에게 회계와 재무제표 실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저서로는 '지금 바로 재무제표에 눈을 떠라'가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