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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탕비실에서 간식을 없애야 하는 이유...

  • 이덕주
  • 입력 : 2017.11.0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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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즈니스 인사이트-163]직장에서 행동경제학 적용 어떻게

지역 기반 소셜 리뷰 사이트인 옐프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일했던 제오프 도나커(Geoff Donaker)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마이클 루카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와 함께 '왜 COO가 행동경제학자처럼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기고했다. 행동경제학의 대가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가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자 행동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배경에서 나온 기고라서 이를 소개해본다.

아직 옐프가 직원 수가 15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일 때의 얘기다(현재 직원 수는 4350명이다). 도나커 COO는 운영책임자로 회사의 서랍 한 곳에 여러 가지 간식을 넣어놨다. 스니커즈, 트윅스, 엠앤엠즈 등 각종 초코바를 비롯한 군것질거리가 가득했다. 처음에는 모두들 기뻐했다. 오후 3시 허기가 찾아올 때, 밖에 나갈 필요 없이 허기를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주 후 도나커 COO는 자신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이 간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이상했다. 먼저, 그는 그 간식서랍이 생기기 전에는 초코바를 수년간 한 번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도 초코바를 먹고 싶지도 않았다. 다른 동료들에게 간단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모두들 이유 없이 간식을 엄청 먹고 있었다. 단지, 서랍에 간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직원들이 군것질에 중독된 것이다. 도나커 COO는 이때 행동경제학이 던지는 중요한 교훈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소위 고전적인 경제학에서 인간은 모두 이성적이며, 합리적으로 선택한다. 군것질거리를 원하면 먹고, 원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현시선호(revealed preference)라고 한다. 인간은 주어진 정보와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선택한다. 서랍에 간식이 있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현실은 이와 다르다. 인간들은 자주 이해관계나 이성과 반대되는 판단을 내리며 환경이나 시스템이 거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초코바가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더라도, 허기가 찾아오는 오후 3시에, 조금만 손을 뻗으면 되는 자리에 있는 설탕덩어리의 유혹을 참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옐프 직원들은 간식 섭취를 줄이자고 얘기도 해보고 노력도 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어느새 모두의 손에는 간식이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를 아예 선택지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다. 간식서랍을 없애자 당연히 간식 섭취는 줄어들었고 모든 직원들이 이것을 만족해했다.

도나커 COO는 회사의 운영책임자라면 행동경제학자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사람들이 합리적인 존재라기 이전에 '인간'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요소와 편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들을 움직이기 위해 보상과 인센티브만을 활용하기보다는 그들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탕비실에 간식을 잔뜩 쌓아두는 것이 대표적으로 나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회사에서 공짜 간식을 무한정으로 주는 것은 직원들의 다이어트를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다.

직원들의 성과를 그래프로 만들어서 사무실에 붙여두는 것도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직원들이 협력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성과를 빼앗으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직원들의 다양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면접관(혹은 채용담당자)을 다양한 출신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면접관에 여성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여성 채용도 늘어난다. 옐프의 경우 퇴직연금 계획인 401(k)에서도 행동경제학적 접근을 통해 직원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도나커 COO는 행동경제학적 접근이 자유주의자(libertarian)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막아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리콘밸리같이 정보기술(IT) 기업이 많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독립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중립적 의사결정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다. 도나커 COO는 이 같은 행동경제학적 접근이 궁극적으로는 조직 전체의 생산성까지 높일 수 있다고 끝맺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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