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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비즈 메카 두바이 잘못하다간 구금될수도

  • 김하경
  • 입력 : 2017.11.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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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비즈니스·관광 메카 두바이, 기준 모르고 행동했다가 구금될 수도
두바이의 황당한 처벌 기준 때문에 부당하게 구금됐던 사람들의 사연
"비즈니스 문제로 말다툼하다가 갑자기 구금…. 변호사 만날 시간도 안줘"
"사람 가득한 바에서 모르고 남성 엉덩이에 손 스쳤다는 이유로 6개월 구금"


두바이 거리의 모습 /사진=AP
▲ 두바이 거리의 모습 /사진=AP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73] 중동 비즈니스와 여행의 중심지 두바이. 사막 한가운데 들어선 화려한 고층 빌딩과 불빛은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자아낸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두바이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한 두바이의 이면에는 엄격하고 섬뜩하며 동시에 매우 황당한 위험이 존재한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근거한 전근대적인 처벌 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두바이에서는 원칙적으로 공공장소에서 남녀가 손을 잡고 있으면 안 된다. 국가에서 발급한 신분증 없이는 술을 마셔도 안 되고, 부부 사이가 아닌 남녀가 호텔방을 같이 써도 안 된다. 대부분 이런 기준은 외국인에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만약 외국인이 두바이 현지인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해서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경우 이 모든 처벌 기준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한 외국인 동성 커플이 두바이를 방문했다고 치자. 두바이에서는 동성애가 최고 사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로 간주되지만, 동성 커플은 외국인이므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인이라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뿐, 동성애 자체는 현지인들이 보기에 혐오스러운 범죄 행위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동성 커플을 볼 경우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때 동성 커플이 자신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두바이 현지인들과 말싸움을 하게 되면, 모욕적 발언을 한 현지인뿐 아니라 동성 커플도 처벌을 받게 된다.

황당한 처벌 기준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례도 많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남성 제이미 헤론은 두바이에 여행을 갔다가 사람이 굉장히 많은 바에 들르게 됐다. 사람이 너무 많은 나머지 이들을 피해 지나가려다 실수로 자신의 손이 한 두바이 남성의 엉덩이를 스치게 됐다. 그는 곧바로 이 두바이 남성에 의해 신고를 당했고 졸지에 3개월이라는 시간을 두바이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다.

또 다른 영국 남성 아흐메드 무카담은 자신의 차 바로 뒤에 바짝 붙어서 위협적인 운전을 하던 두바이인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욕을 했다가 6개월 동안 구금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내가 다시는 두바이 땅을 밟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이처럼 두바이에서 황당한 일로 구금되거나 억류될 위기에 처한 사람들 수백 명의 변호를 맡았다는 라다 스털링 변호사는 "두바이인들과 괜한 말다툼에 휩싸이는 순간 모든 처벌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잘못하다가는 술을 마시는 것도 불법으로 간주돼 구금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외국인에게 두바이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자격을 입증하는 신분증은 여행객이 아닌 거주자에게 발급하는 신분증뿐이다. 원칙적으로 두바이에서는 여권도 술을 마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 신분증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두바이로 여행 온 한 커플은 여성이 복통을 호소해 병원에 갔더니 임신 진단을 받았다. 이들이 두바이로부터 받은 임신 선물은 다름 아닌 '구금'이었다. 두바이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여행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 리즈의 축구 구단 매니저였던 데이비드 하이는 두바이에 비즈니스 미팅차 방문했다가 두바이 은행의 한 인사와 말다툼을 하게 됐다. 순전히 비즈니스 문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쟁이 잘 해결되지 않자 이 두바이 은행 직원은 "문제를 해결하러 가는 것"이라고 속이며 데이비드 하이를 경찰서로 데려갔고 그는 변호사와 상의 한번 할 시간도 얻지 못한 채 15개월 동안 구금됐다. 설상가상으로, 황당한 처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가 구금돼 있는 동안 누군가 그의 트위터 계정으로 글을 올렸는데 두바이 경찰 측에서 이 글은 데이비드 하이가 올린 것이라며 그의 형량을 7개월 늘렸던 것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휴먼 라이츠 워치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두바이의 범죄 처벌 기준이 부당하다며 항의해왔다. 하지만 두바이 측은 "우리 기준이 서방 국가들과 다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바이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에쌈 타미미는 "두바이가 모든 방문객에게 처벌 기준을 일일이 설명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다만 두바이는 매우 짧은 시간에 발전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멜팅 팟'이 됐다. 처벌 기준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일부 수정할 필요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하경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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