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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계좌의 메카 스위스, 비트코인 허브로 부상

  • 박의명
  • 입력 : 2018.03.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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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한 건물에 붙어있는 비트코인 로고. /사진=AP
▲ 미국 뉴욕 한 건물에 붙어있는 비트코인 로고. /사진=AP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05] '철통 보안' 은행의 메카로 유명한 스위스가 비트코인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익명성을 내세운 가상화폐를 적극 수용해 전 세계의 '비밀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가상화폐 규제에 집중하는 세계 각국의 입장과 대조돼 주목을 끈다.

영국 이코노미스는 전 세계의 비밀 금고로 유명한 스위스가 '가상화폐 강국'을 노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는 비트코인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한 슈나이더아만 스위스 경제부 장관은 최근 "가상화폐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며 "스위스를 가상화폐 국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취리히 인근 도시인 주크는 이미 '가상화폐 밸리'를 형성했다. 2013년 이더리움 재단이 둥지를 틀면서 가상화폐 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주크에서는 전 세계 가상화폐공개(ICO)의 25%가 이뤄진다. 자금으로 환산하면 무려 50억달러(약 5조3600억원)에 이른다. 가상화폐공개란 블록체인 업체들이 새로운 가상화폐를 발행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돌피 뮐러 스위스 주크 시장은 "가상화폐 업체들이 잇달아 우리 도시에 입점하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산업에 대한 호기심과 개방성이 우리들에게 많은 부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현재 주크에는 150여 개 가상화폐 관련 업체들이 본사 혹은 지사를 두고 있다.

스위스는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주크는 2016년 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공공요금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스위스 연방 철도에서는 티켓을 비트코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에서는 '비트코인 결제 가능' 푯말을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며 "상점, 시청, 와인숍 등 곳곳에서 비트코인이 사용된다"고 전했다. 스위스 팔콘은행은 제도권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 8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거래를 허용했다.

스위스가 가상화폐 허브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보안에 대한 '집착'이 자리한다. 스위스 '비밀계좌'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가상화폐 투자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가 전 세계 규제를 피해 넘어온 가상화폐 업체들에 알프스산과 같은 벙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니클라스 니콜라센 비트코인 스위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과 싱가포르에서는 가상화폐가 언제 정부에 압류될지 모른다"며 "스위스에서는 그럴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버블이나 사기가 의심되는 자산에 대해 자제를 주문하는 다른 국과들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스위스 정부 한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에 "사람들은 새로운 자산에 투자할 권리가 있다"며 "그것이 도박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투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버블로 판명날지라도 가상화폐 산업을 고사하도록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의명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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