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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의 뜨거운 감자 ISS, 한국에 득이 될까 독이 될까

  • 문일호
  • 입력 : 2018.03.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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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67]
지배구조 숨은변수 ISS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CEO 목숨도 좌지우지
외국인 지분율 높은 상장사 주총에 절대 권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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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s Services)가 올해 주요 상장사 주주총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오너들의 지배구조 강화와 승계 작업에 '브레이크'를 거는가 하면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에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내며 외국인들의 표심을 좌우하는 등 절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ISS의 역량에 비해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사정에 밝은 편인 국내 자문사들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6일 KT&G 주주총회에서 백복인 사장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했다. 주총 전에 ISS는 백 사장이 실적 개선에 앞장서고 있고 정부가 사기업 CEO 연임에 반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연임 찬성 권고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KT&G 주식 절반 이상을 들고 있는 외국계 주주(53.18%)들은 ISS의 권고안에 따라 찬성표를 던져 백 사장의 연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ISS는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권고안은 23일 열리는 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 KT&G 사례처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에 대한 여러 논란에도 하나금융의 실적이 좋기 때문에 연임 찬성 의견을 권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작년 하나금융 순이익은 2조368억원으로 2005년 12월 지주사 설립 후 첫 2조원을 넘었다.

실적은 좋지만 김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당국과의 갈등을 빚어와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 3연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외국계 자문사와 국내 자문사가 정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3.51%며 최대주주는 9.6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KT&G보다 외국인 지분율이 더 높은 데다 ISS가 연임 찬성 의견을 미리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하나금융 주총도 KT&G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처럼 주요 상장사들의 주총 주요 안건을 좌지우지하는 ISS에 대한 궁금증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1985년 설립된 ISS는 '젠스타 캐피털(Genstar Capital)'이라는 사모펀드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본사인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을 비롯해 뉴욕,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13개국에 18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ISS의 주된 업무는 기관투자자를 대신해 주총 의안을 분석하고, 안건별로 찬반 입장과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ISS는 투자자들이 모든 주총에 참석해 의안을 일일이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점을 간파해 가장 먼저 의결권 자문사 시장을 개척했다. 이 같은 선점 효과로 현재 시장점유율 60%를 자랑한다.

ISS의 1100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은 매년 115개국에서 4만2000여 건의 주총 관련 자료를 수집해 안건을 연구한 후 찬반 의견을 내고 있다. 규모에 비해 너무 방대한 주총에 관여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세히 보면 ISS의 데이터가 잘못돼 있는 경우도 있고 소수의 인원이 너무 방대한 주총에 관여, 판단해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내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KT&G와 하나금융 사례처럼 주요 안건에 대한 판단 기준은 해당 상장사의 실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너 리스크를 들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2016년 3월 SK 주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한 것이다. 당시 최 회장은 2014년 횡령 등 혐의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ISS가 최 회장에 대한 '오너 리스크'를 문제 삼아 반대했지만 결과는 최 회장과 그 우호 지분이 50% 이상 찬성표를 던지면서 최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2015년 3월 CJ 주총 안건이었던 손경식 회장 등 3명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ISS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자(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복귀를 막지 못한 점 등 이사로서의 감시·견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반대를 권고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올해는 실적 기준으로 판단했지만 과거에는 오너나 CEO 리스크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ISS가 찬반 권고를 내릴 때 정확한 기준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국내 주요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외국인들로 채워진 현실에서 국내 주총을 ISS가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어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ISS의 권고안과 반대 의견을 내려면 상당한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그냥 ISS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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