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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나선 현대차그룹…주가도 계속 화답할까

  • 고민서
  • 입력 : 2018.04.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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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옥 /사진=매경DB
▲ 현대차 사옥 /사진=매경DB


[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69] 정몽구 회장 부자 모비스 지분 30% 확보하며 순환출자 고리 해소

현대자동차그룹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달 28일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 방안 때문입니다. 그간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를 설립하고 양도소득세 납부 혜택 등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이라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로 흩어져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 부자는 1조원이 넘는 세금을 포함해 약 6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정 회장 부자는 왜 굳이 안 내도 되는 세금까지 내면서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세운 걸까요.

일단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큰 그림에선 현대모비스가 그룹 내 지배구조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또 대주주인 정 회장 부자가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함과 동시에 복잡했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소멸됩니다. 즉,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대주주→존속 모비스→현대차→기아차' 지배구조로 단순화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 부자는 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거죠. 현재 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0.7%, 5.7%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정 회장 부자가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고, 현대모비스는 다시 현대차와 기아차를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또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합병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제철은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배하는 구조로 바뀝니다. 다만 향후 대주주가 갖게 될 현대모비스 지분 30.2% 가운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얼마를 갖게 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투자 및 핵심 부품 사업부문'과 '모듈 및 AS(애프터서비스) 부품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됩니다. 이어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 부품 사업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쳐지게 됩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0.61대1로 결정됐습니다. 현대모비스 주주가 주식 1주당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배정받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차 지배구조의 마지막 퍼즐은 무엇일까요. 바로 현대엔지니어링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오자마자 장외 주식시장에서 시세가 급등했습니다. 이는 정몽구 회장 부자가 지배구조 '청구서' 지불을 위해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 카드를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오너가 지분은 16.4%로 많은 편입니다. 증권가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될 경우 시가총액이 10조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만큼 현대엔지니어링 기업 가치가 오를 수록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도 동반 상승해 그룹 지배구조 개선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예상입니다. 38커뮤니케이션 등 장외주식 정보 업체와 증권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 시세는 지난 3일 기준 88만원입니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온 지난달 28일 당시(74만5000원)와 비교할 때 약 18%가 올랐습니다. 지난달 29일엔 발표 이후 하루 새 12.7%나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정 회장 부자가 받게 되는 지배구조 청구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던 부분을 다시 짚어보죠.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 위해선 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매입해야 합니다. 사실상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주식 스왑(교환)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진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달 29일 집계 기준 정 회장 부자가 현대모비스 매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 4조5512억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오너 일가가 충당할 수 있는 돈이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자금 4조5512억원에서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15.8%·약 3조1600억원)을 반영해도 1조3912억원이 부족합니다. 이와 함께 양도세 약 1조원까지 합치면 2조4000억원 정도가 비용 부담으로 남습니다.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여타 계열사 지분(현대·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제외)을 모두 매각하면 약 2조원(1조9835억원)의 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4000억원 정도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바로 이 대목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 IPO가 급부상하고, 이 종목의 장외주식 가격이 뛰고 있는 겁니다. 오너 일가가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일각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결합이라 합병 비율에 따른 논란이 예상됩니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 보면 현대엔지니어링 가치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합병 비율이 현대건설에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주주들이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한편 일각에선 통합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현대모비스 주가가 낮아지면 자금 문제를 고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각 계열사별로 현재 가치를 따져볼 때 자금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지만, 향후 재상장될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급등한다면 이를 팔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는 데 큰 부담이 없다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3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했던 엘리엇의 등장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4일 공식 발표문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출자 구조 개편에 대한 추가 조치를 주문했습니다. 현재 엘리엇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를 1조5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습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주요 주주로 현대차그룹이 개선되고 지속 가능한 기업 구조를 향한 첫발을 내디딘 점을 환영한다. 하지만 이번 출자 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지만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기업 경영구조 개선과 자본 관리 최적화, 그리고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더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유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에선 엘리엇이 현대차를 겨냥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현대차의 대응에 따라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선안에 반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즉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요구하고 나선 '지배구조 개편 추가 조치'는 주주이익 확보 방안과 배당 확대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란 뜻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이로 인해 향후 현대차그룹주의 주가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일단 관련 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로부터 알짜 사업을 받게 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엔 중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당장은 현대모비스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란 견해도 나옵니다. 사실상 그룹의 핵심이 될 현대모비스의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고민서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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