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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없이 체온과 압력 측정하는 센서 '신기하네'

  • 원호섭
  • 입력 : 2018.04.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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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과학-145] 국내 과학자가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배터리 없이 체온과 압력 등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동전 크기의 센서를 개발했다. 현재 이 센서는 미국 병원을 중심으로 심장박동수와 같은 다른 생체신호 측정을 위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승용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김정현 광운대 전자융합공학과 교수, 존 로저스 미국 일리노이대 재료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버스 카드나 스마트폰 간편 지불 방식 등에 사용되는 '근거리무선통신(NFC)'칩과 전도성을 띠는 박막형 실리콘을 이용해 우리 몸의 체온과 신체 일부에 가해지는 압력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동전 크기의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기초의학과 임상을 잇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 4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NFC 기술을 활용해 동전만 한 크기의 센서를 개발했다. NFC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스 카드나 삼성페이 등에 사용되는 기술로, 말 그대로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으로 통신하는 기술이다. 버스 카드에 배터리가 없듯이 별도의 전원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NFC를 넣어 동전 크기의 소자를 만들었다.

김정현 교수는 "동전 크기의 코일이 안테나 역할을 한다"며 "전원이 없기 때문에 아무 작동도 하지 않지만 버스 카드처럼 전원이 있는 곳에 갖다 대면 작동하면서 체온과 압력을 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를 팔에 붙인 뒤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체온과 함께 센서에 가해지고 있는 압력이 그대로 표시된다.

연구진은 이 센서를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대형 안테나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침대 밑에 커다란 안테나를 설치하고 센서를 붙인 사람이 침대에 누우면 실시간으로 체온과 압력이 기록된다. 김정현 교수는 "안테나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실험 결과 50㎝ 떨어진 곳에 안테나를 설치해도 센서가 작동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형외과센터 등과 협업해 이 피부 센서를 장애인과 노인을 비롯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센서는 수면 중 체온 변화는 물론 신체 어떤 부위에 얼마만큼의 압력이 가해지는지 측정이 가능했다. 압력 측정이 중요한 이유는 몸을 가누지 못한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줄일 수 있어서다. 신체 특정 부위에만 큰 압력이 가해지면 욕창과 같은 또 다른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몸에 붙인 센서로 신체 부위에 가해지는 압력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 이 같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 기존에는 입원환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의료진이 직접 측정하거나 전선이 연결된 패치 등을 사용해야만 했다.

한승용 교수는 "기존 측정기로 관측한 체온, 압력 값과 우리가 개발한 센서로 얻은 결과 값이 같았다"며 "성능 면에서 우수하고 간편한 만큼 향후 병원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 나아가 상이 군인들 중 의족·의수를 착용하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의족·의수와 피부 사이에 개발한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온도와 압력을 측정했다. 신경이 손상된 환자들이 피부가 열과 압력으로 인해 상처가 생기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발한 센서를 통해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재 연구진은 NFC를 이용한 센서에 '블루투스' 기능까지 연계해 5m 밖에서도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또 다른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한승용 교수는 "현재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큰 규모의 임상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센서가 체온과 압력 외에 심작박동이나 심전도 같은 다른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지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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