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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에게 유리한 셈법?···현대모비스 분할 합병비율의 비밀

  • 문일호
  • 입력 : 2018.04.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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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70] 현대자동차그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고 보다 분명한 지배구조 체제의 정립에 나서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다. 오너가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대거 확보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와 관련된 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선 모두 오너들에게 유리한 개편 방안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이번 개편안이 자본시장법에 따른 '정공법'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는 이사회를 열고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글로비스도 이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현대모비스에서 분할된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현대모비스는 향후 존속 부문(핵심부품·투자 사업)과 분할 부문 비율로 나뉘는데 그 비율은 순자산가치 기준 0.79대0.21이다. 이후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에서 분할된 국내 모듈 및 국내 AS부품 사업과 합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합병 비율은 0.61대1로 결정됐다. 이 같은 분할·합병은 양사의 주총(5월 29일)에서 최종 승인이 난다.

여기서 분할 비율과 순자산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순자산가치로 인적분할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순자산가치로 분할하는 것에 문제는 없다. 따라서 순자산가치에 따라 나온 비율도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나온 검증된 수치다.

일부 주주들은 이익 비율에 따르면 분할 비율이 정반대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작년 기준 현대모비스 분할 부문의 전체 영업이익 기여도는 90%가 넘는다. 이익 비중에 따라 인적분할하는 방법도 있으므로 주주들의 불만도 일리가 있다. 실제 존속 부문과 분할 부문 비율이 정반대인 0.23대0.79로 나뉘었다면 합병 비율이 0.9대1까지 올라간다.

현대모비스를 위한 분할 합병 비율을 짰다면 이익 기준으로 나누는 게 가장 유리한 방법인 셈이다. 합병 비율이 0.9대1이라면 향후 현대모비스 주주들은 1주당 현대글로비스 주식 0.9주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개편안에 따르면 0.6주를 받는다.

문제는 작년에 중국 사드 사태가 터지면서 비정상적으로 분할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또 기존 존속 부문에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4차산업 혁명 관련 자율주행차 사업이 포함돼 있다. 아직은 큰돈을 벌지 못하지만 향후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가능성 있는 사업들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이익 기준으로 분할하는 방법 역시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의견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사드 사태로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이익 구조가 상당히 뒤바뀌었고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면 다소 왜곡된 비율이 나올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자산가치로 분할한 방법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른 이익 가중평균법이 적용된 것으로 특정인에게 유리한 비율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결국 주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사업을 떼어주고도 주가가 크게 오르면 주주들 입장에서도 큰 불만은 갖지 않게 된다. 주총에서도 이번 분할·합병 건에 반대가 나올 가능성이 작다.

오너들은 이번 개편을 통해 순환형 지배구조가 아닌 일직선의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분할 합병을 통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9.9%에서 15.8%로 떨어진다. 정 회장 부자는 이 지분도 모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 돈으로 기아차·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향후 오너들은 지분 30.2%를 확보하게 된다.

지배구조는 '정몽구 회장 부자→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 각 계열사'로 단순화된다.

일각에선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오너들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만큼 현대모비스 주주들을 위한 주주환원 정책이 추가로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최근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안에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추가 대책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심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에 내주는 만큼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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