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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베트남 대사가 한국 기업에게 인기 '짱'인 이유는

  • 하노이 드리머
  • 입력 : 2018.10.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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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베트남 대사 /사진=매경DB
▲ 김도현 베트남 대사 /사진=매경DB
[신짜오 베트남-8] 어느 나라든지 대사의 임무는 막중합니다. 한 나라를 대표해 주재국에서 외교활동을 하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국가대표로 파견되어 있는 것입니다. 모든 외교관의 역할이 막중하지만 총책임자 개념인 대사의 어깨는 더 무거운 법이죠.

이곳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도 대사가 있습니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입니다. 요새 이곳 기업인을 상대로 김 대사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기업의 입장에서 안건을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이낙연 국무총리께서 하노이를 찾았습니다. 고(故) 쩐다이꽝 전 베트남 국가주석의 국장(國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죠. 이날 국장 참석을 위해 한국 정부는 전례없는 결정을 내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출장을 간 사이 국정 운영이 국무총리 중심으로 꾸려지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국무총리가 직접 베트남을 찾아 조문했으면 좋겠다는 결정을 하지요. 행정부를 이끄는 1인자와 2인자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모양새가 나옵니다. 지휘 계통을 중시하는 정부 시스템상 절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출장이 없었다면 본인이 직접 베트남을 찾았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지요. 문 대통령과 쩐다이꽝 전 주석이 생전에 유독 각별한 우정을 유지해서 일까요. 두 정상(베트남 주석은 국가 서열상 2위입니다. 1위는 당서기)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두 차례 만난 바 있습니다. 정상 간 만남이란 게 다 그렇지만 사전에 빽빽한 각본 아래 꾸려지는 치밀한 이벤트죠. 누가 어느 자리에 앉을 것인가, 어떤 얘기를 나눌 것인가, 시간은 얼마나 소요될 것인가 등을 놓고 실무진이 도보 이동 거리까지 초 단위로 계산해 미리 시나리오를 짭니다. 문 대통령과 쩐다이꽝 전 주석 역시 두 차례 만남에서 실무진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시나리오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에서 움직였을 것입니다. 두 차례의 만남으로 '우정'이라 부를 정도의 감정적 교류가 생겨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럼 문 대통령은 베트남 주석 별세를 왜 이렇게 애도했던 것일까요. 그건 베트남이 한국에, 한국이 베트남에 매우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경제적 협력을 넘어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긴밀한 관계입니다. 한국이 가장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어디 일까요. 중국입니다. 지난해 기준 약 1421억달러(약 161조원)에 달합니다. 2위가 미국이죠 686억달러 정도 됩니다. 여기까지는 뻔히 예상할 수 있는 순위죠. 3위가 놀랍게도 베트남입니다. 액수도 477억달러에 달해 미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2014년 한국 10대 수출국 순위에서 베트남은 6위에 불과했습니다. 2015년 4위로 뛰었고 지난해 급기야 '톱3' 자리까지 올라갔습니다.

한국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위치가 이 정도인데 베트남 입장에서 한국은 더 큰 의미가 있겠죠. 하노이 근처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은 첨단 휴대폰을 주로 생산합니다.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가량 됩니다. 전체 수출의 5분의 1 정도를 삼성전자 혼자 하는 셈이지요.

문 대통령은 이에 더해 지난 베트남 순방길에서 2020년까지 한국과 베트남 간 교역액을 10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대로라면 한국의 2대 수출국으로 미국을 제치고 베트남이 오를 전망입니다.

여기서 김 대사가 임명된 시기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아 쩐다이꽝 전 주석을 만나 정상회담을 연 게 지난 3월이었습니다. 여기서 두 정상은 2020년 양국 교역액 10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공동 목표를 내걸죠. 이를 위해 소재부품 산업,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 분야에서 상호 호혜적인 협력을 더 활성화하는 내용에도 합의합니다. 도로와 공항 건설을 비롯한 베트남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을 위한 한국의 기여도 확대하기로 하지요. 김 대사는 이 정상회담이 끝난 지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 임명이 공식화됐고 5월 초 바로 취임에 나섭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문 대통령이 베트남과의 협력 확대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그 행동대장으로 김 대사를 점찍었다는 겁니다. 문 대통령이 김 대사에게 거는 기대가 꽤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김 대사일까요.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범상치 않은 김 대사의 이력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외무고시로 외무부에 입부한 전형적인 직업공무원 출신입니다. 그런데 베트남 대사로 오기 직전 그의 명함에는 삼성전자 상무가 찍혀 있었습니다. 김 대사의 질풍노도의 시기는 전 전 전 정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입니다. 당시 윤영관 외교부 장관을 경질시킨 외교부 내 '자주파·동맹파' 갈등이 있었습니다. 외교부 내 일부 인사가 사석에서 대통령을 크게 비난하는 발언을 했고 이 내용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들어갑니다(당시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입니다). 청와대는 공직 기강을 다잡는 취지에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당시 구설에 휘말린 소위 '동맹파' 외교라인이 문책성 인사 조치를 당합니다(자주파와 동맹파 라인은 실존하는 라인이라기보다는 미국을 바라보는 전략적 협상방식을 놓고 벌어진 의견 차이에 가깝다는 게 세간의 설명입니다. 당시 김 대사는 미국의 여러 요구를 놓고 최대한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최대한 받아낼 것을 받아내자는 주장을 편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주파'라는 어감이 강해 자칫 '반미(反美)'적 색깔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시간이 흘러 정권이 교체되었고 김 대사는 이후 정권에서 주로 한직을 맴도는 신세가 됩니다. 2013년까지 공무원 생활을 하던 그는 기획재정부를 거쳐 삼성전자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협력 등을 담당하는 업무를 보게 되지요. 외무부를 떠난 시간이 6년이나 되었지만 문 대통령의 기억 한편에 김 대사가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대사가 괜한 구설에 휘말려 피해를 봤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김 대사의 베트남 부임은 단순한 '논공행상'쯤으로 치부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문 대통령 신남방정책의 핵심 거점인 베트남이 주는 무게가 너무 큽니다. 김 대사는 삼성에서 일하며 공직자 출신이 민간기업으로 이전해 성공리에 정착하고 성과를 내는 모범 사례를 구축했습니다. 공무원 물이 빠지고 기업인 물이 들었던 시기였습니다. 한국과 경제적인 협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업의 DNA를 이식한 김 대사 카드는 여러모로 매력적입니다. 외교와 기업을 모두 아는 김 대사의 역량이 베트남에서 꽃피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김 대사 카드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총리는 베트남 조문 차 하노이에 출장을 가 현지 기업인을 상대로 조찬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현지 기업인의 애로를 직접 듣고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자리였습니다. 격식보다는 실용을 중시하는 이 총리 특유의 스타일이 반영된 자리였죠. 여기서는 식품 통관 문제부터 베트남 공무원들의 업무 처리 방식까지 여러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기업인이 말하고 총리가 듣는 자리였지만 김 대사는 과감하게 대화에 참여하며 특유의 디테일을 과시했습니다. 본인이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동원해 총리가 사안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도록 가이드를 준 것이지요.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대화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김 대사의 디테일함에 대해 상당수 현지 기업인이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날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한 기업인 중 다수가 "대사가 부임하신 이후 정말 잘 하시고 있다"며 총리 앞에서 김 대사를 추켜올리는 발언을 했는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 위한 빈말이 일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김 대사 역사 '친기업 대사'임을 강조하며 "기업들이 필요할 때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대사관 문턱을 낮추겠다"고 말합니다. 베트남에 들어와있는 기업 기를 살리기 위해 직접 뛰겠다는 입장입니다. 점잖은 스타일이 대부분인 다른 대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입니다. 실제 그의 성격은 일반적인 공무원과도 사뭇 다릅니다. 공무원 생활과 기업인 생활 모두를 해본 독특한 이력이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톡톡히 드러납니다.

김 대사는 듣는 스타일보다는 말하는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나는 말하기 좋아한다"고 합니다. 자기만의 색깔이 강한 캐릭터이지요. 그리고 명석합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치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수여했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학 석·박사 학위를 수여했습니다. 축사를 하는 자리에서 해박한 역사 지식을 곁들여 멋있게 연설할 줄 압니다.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은 전략가가 될 수 있습니다. 유사 이래 인간이 펼쳐온 모든 전략이 다 역사 안에 녹아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과 베트남은 잊고 싶은 역사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기반으로 외교에 내러티브를 입혀 공감을 이끌어내는 스토리를 짤 수도 있습니다. 그는 언어를 배우는데도 탁월한 감각이 있습니다. 15개 국어에 능통하는 게 목표였는데 5개 국어밖에 할 줄 몰라 안타까워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근무하던 시절 스킨헤드족에 맞아 사망한 한국 유학생을 대변해 현지 법정에서 20번 넘게 재판에 출석해 러시아어로 변론을 했을 정도입니다. 축구로 치면 드리블 슈팅 축구지능 등 3박자를 갖춘 '판타지 스타' 유형입니다. 혼자 힘으로 수비수를 벗겨내고 골을 넣을 수 있는 기대감을 늘 주는 선수입니다.

리더의 4유형을 '똑게' '멍게' '똑부' '멍부'로 구분하는 것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김 대사는 '똑부'형에 가깝습니다. 똑똑하고 부지런합니다. 샘솟는 아이디어로 늘 주위에게 영감을 주려합니다. 때로는 함께 일하는 대사관 직원들이 '대사님의 빠른 호흡이 버거울 때가 있다'고 헉헉거리기도 한다는 후문입니다(다만 실제 직접 만나본 대사관 직원들은 김 대사를 두고 '멋있는 사람'이라며 카리스마가 넘치고 '성과를 낼 줄 아는 분'이라 평가했습니다).

스포츠에선 슈퍼스타 출신이 뛰어난 감독이 되기는 힘들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전성기 시절 자신이 보였던 플레이를 기억하고 "이걸 왜 못해"라고 다그치면 선수들 기가 죽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 같은 속설은 김 대사에게는 절대로 적용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초기 정착 여부가 김 대사가 이끄는 '대사관 팀'에 달려 있습니다. 김 대사의 '대사관 팀'이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앞으로도 최고의 성과를 내주기를 정말 많은 기업인이 기대하고 또 바라고 있습니다.

[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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