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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이코노미'에 대한 4가지 환상 바로잡기

  • 안갑성
  • 입력 : 2018.11.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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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14]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세대만 해도 한국인들 대부분 안정적인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했다. 소득은 꾸준히 오를 것이란 기대 아래 안정적인 중산층의 삶을 꿈꿀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게 빠르게 바뀌었다.

청년 세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들어섰다. '긱 이코노미(Gig Ecomomy·긱 경제)' 또는 '독립형 일자리 경제'에서 평생 다양한 직업과 경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은 정체하고, 정규직 일자리는 희소하며, 소득이 안정적으로 꾸준히 늘어날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 자율성, 일과 삶의 의미 등을 얻을 수 있다면 젊은이들은 기꺼이 불안정하고 낮은 보수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카우프만재단 선임연구원이자 뱁슨대 겸임교수인 다이앤 멀케이가 쓴 '긱 이코노미 정규직의 종말, 자기고용의 10가지 원칙'에서 긱 경제를 성공하는 10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①나만의 성공을 정의하라. 내가 꿈꾸는 성공 비전을 파악하라.

②다각화하라. 기회를 늘리고 기술을 증진하며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일을 찾아라.

③나만의 보장 방법을 만들어라. 고용 보장 따위는 없다. 소득 보장, 출구전략, 나만의 안전망을 확보하는 방법을 파악하라.

④네트워크를 확보하라. 인바운드(in-bound) 네트워크와 아웃바운드(out-bound) 네트워크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효과적인지 파악한 뒤, 설득력 있게 요청하고 제안하는 법을 찾아라.

⑤위험을 낮춰 두려움에 맞서라. 나의 발전을 막는 큰 두려움을 제거하라. 두려움을 관리 가능한 수준의 위험으로 나눈 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행 계획을 세워라.

⑥일 사이에 휴식을 가져라. 긱 경제에서는 원하는 만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시간을 사전에 계획하며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을 궁리하라.

⑦시간 관리를 잘하라. 일정을 재조정해 중요한 대상에 시간을 투자하라. 나에게 메이커 스케줄이 맞는지 매니저 스케줄이 맞는지 파악하라.

⑧재정적으로 유연해져라. 커피값을 절약해 돈 모으겠다는 생각 따위는 버려라. 나의 재정을 재설계해 유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라.

⑨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을 생각하라. 소유는 베이비부머 시대에나 유용했다. 빚을 적게 지고 더 유연한 방법으로 원하는 것을 사용하라.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라.

⑩은퇴에 대비하되 한 가지 계획에 의존하지는 마라. 언제까지 일해야 할지 항상 생각하라.

저자 멀케이는 긱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지속적인 두 가지 트렌드로 '정규직의 소멸'과 '기업의 정규직 채용 기피'를 들었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신생기업들 성장률이 1970년대 16%에서 2011년 8%대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디지털 플랫폼과 '온디맨드(on-demand)' 수요를 공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서 긱 경제는 확대되고 있다.

2016년 맥킨지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유럽 경제활동인구의 약 20~30%인 1억2500만명이 특정 기업에 속하지 않은 전문직업을 갖고 있으며 이들 중 15% 정도는 직업을 찾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한다고 파악됐다.

원래 '긱(Gig)'은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필요할 때 연주자를 일회성 계약으로 섭외해 공연한 데서 유래한 개념이다. 맥킨지는 '긱(Gig)'을 '새로운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정의했다. 또한 오는 2025년까지 긱 경제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인 2조7000억달러에 달하고, 약 5억4000만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긱 경제는 필요한 만큼 일하고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장점과 반대로 직업 안정성과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단점을 모두 갖고 있다. 긱 경제는 급격한 기술 발전과 세계화로 불확실성이 전 세계로 파급되는 21세기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의 모습일까.

최근 EY Americas의 Growth Markets Leader인 데이비드 졸리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긱 경제의 환상 바로잡기'를 주제로 쓴 기고문에서 긱 경제에 관한 네 가지 환상을 지적했다. 졸리는 긱 경제가 미국인 수백만 명을 도급업자로 변모시켰을 뿐 아니라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스타트업이 필요에 따라 인재를 확보하고, 민첩하게(lean) 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전제로 받아들인다.

◆환상① : 밀레니얼 세대는 '긱'을 좋아한다.

그에 따르면 기성 세대는 어떻게든 밀레니얼 세대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걸 선호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EY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60%를 차지하는 1981~1996년 출생자들은 긱 경제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밀레니얼 세대 중 24%만 긱 경제에 참여해 소득을 올렸다고 조사됐다. 실제로 '정규직(풀타임)'으로 일하는 밀레니얼 세대 비율은 2016년 45%에서 2018년 66%로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도 부모와 똑같이 건강보험, 유급휴가, 경력상 혜택을 제공하는 정규직을 원한다는 걸 보여준다.

◆환상② : 사람들은 모두 '긱 경제인'이 될 것이다.

긱 경제의 규모와 성장 속도는 때론 지나치게 상상력을 뛰어넘은 것처럼 보인다. 2013년 당시 언론에서 보도된 설문조사는 2020년까지 노동력의 무려 40%가 계약직, 임시직, 자영업자를 포함한 '긱 경제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코넬대 노동관계 연구소와 아스펜 연구소의 합작 프로젝트 '긱 경제 데이터 허브(The Gig Economy Data Hub)'에 따르면 가장 좋은 추정치는 30%대에 불과하다. 분명 긱 경제는 규모가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던 기존의 세계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약 10%의 노동자만 정규직으로 가기 위해 '긱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승차공유 기업 '리프트(Lyft)'나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 앱 'Task Rabbit' 같은 곳에서 '긱 노동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더 적은 비중에 불과하다. 실제로 미국의 1% 미만 근로자들이 지난 10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했다. 대부분 근로자들은 여전히 구식으로 추가 수당을 벌거나 임시직에 지원하려고 한다. 이는 디지털 방식으로 불러낸 인력은 아닐 것이다.

◆환상③ : '긱 경제'가 더 우수하다.

중개 시장 기업 리더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례 글로벌 설문조사인 2018년 EY 성장 바로미터에 따르면 시간제 근무와 긱 고용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발견됐다. 대부분 회사는 여전히 충성심, 업무 노하우 유지, 경쟁사로부터 인재 훔쳐오기 등 이점을 위해 정규직 고용에 전념하고 있다.

졸리는 그가 알고 있는 많은 기업가들이 가능한 영역에서는 긱 경제를 수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인재를 채용하는 데 깊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긱 경제 위주의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의미의 '기업 문화'를 전달할 수 없다. D 퀸 밀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경영학 교수는 인터뷰에서 "(긱 경제에서는) 감독이 없이 일하는 개인들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밀스 교수는 긱 경제가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고 확장성이 있지만 모든 비즈니스를 위한 건 아니라고 전한다.

◆환상④ : '긱 일자리'로는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소득이 낮고 직업 안정성도 떨어지는 '긱 일자리'가 막장 직업이라는 오해가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8 EY 성장 바로미터에 따르면 숙련 노동력 부족은 타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에 더 큰 골칫거리다. 해당 조사에서 미국 기업 응답자 중 25%는 숙련 노동력 부족이 기업 성장에 장애물이라고 대답했고, 이는 다른 국가의 같은 항목에 대한 기업 응답자 비중 10%와 대비된다. 미국 실업률이 역사상 40년 만에 최저 수준에 이르면서 인재풀에 채용할 만한 적합한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인재 이직 전문 컨설턴트 리사 허퍼드는 지난 수년간 긱 인재들을 여러 회사에 보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긱 경제가 모든 문제에서 정답은 아니지만, 신생 기업이 낮은 비용으로 인재를 만족시키고 성숙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목격했다. X세대인 허퍼드는 인터뷰에서 "우린 많은 선택지가 없는 시기에 함께 자랐지만, 이젠 선택 폭이 넓어졌다"며 "기업이 원하는 많은 역량을 지닌 긱 인재들이 변화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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