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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혁신 스타트업 지도가 바뀐다

  • 안갑성
  • 입력 : 2018.12.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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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18] '혁신'과 '스타트업'을 듣는 사람들은 대개 미국 실리콘밸리나 시애틀, 뉴욕 같은 곳을 떠올린다. 비옥한 미국 창업 생태계에서 주로 설립되고 클러스터화된 첨단 혁신 기술 회사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 첨단 기술 스타트업과 혁신은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화됐다.

지난 10년간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인도 뭄바이와 벵갈루루, 런던, 베를린, 스톡홀름, 토론토, 텔아비브 등 전 세계 창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했다. 아직 샌프란시스코만 일대(Bay Area), 뉴욕 등을 비롯한 미국 도시들이 전 세계 창업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토론토대 교수이자 아틀랜틱 시티랩(The Atlantic's CityLab) 공동창업자·편집인인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와 미국기업가정신센터(Center for American Entrepreneurship) 연구 책임자 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이언 해서웨이(Ian Hathaway)가 함께 하버즈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기고하며 최근 전 세계 스타트업 지형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조망하며 4가지 혁신적인 변화 트렌드를 소개했다.

올해 10월 미국기업가정신센터가 펴낸 '글로벌 스타트업 도시의 부상(Rise of the Global Startup City)'은 2005~2017년 동안 60개국 300개 이상 대도시 지역에서 10만건이 넘는 벤처 거래를 분석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벌어진 4가지 중대한 변화를 찾아냈다. 이 4가지는 △대확장 △세계화 △도시화 △승자독식 현상으로 정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①대확장(The Great Expansion)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며 급증한 벤처캐피털에서 드러나다시피 첫 번째 변화는 대확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벤처캐피털 거래 건수는 2010년 8500건에서 지난해 1만4800건으로 7년 만에 73% 늘어났다. 자본 투자 규모도 2010년 520억달러에서 지난해 1710억달러로 2.3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닷컴 붐'이 정점을 찍었던 2000년을 제외하면 기록적인 수치다. 모든 유형에서 이 수치는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②세계화(Globalization)

두 번째 변화는 가속화하고 있는 벤처 거래의 세계화다. 수십 년간 미국은 벤처캐피털을 거의 독점해왔고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은 전 세계 벤처 투자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그 비중은 그때 이후로 지난 20년간 점진적으로 감소해 2012년 무렵 75%로 내려갔고 최근 5년 사이 급락해 지난해 50%를 약간 상회한 수준이다.

③도시화(Urbanization)

세 번째 변화는 전 세계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창업 활동과 벤처캐피털 활동의 도시화다. 수십 년간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활동은 실리콘밸리, 보스턴 외곽 128번 국도, 시애틀, 오스틴,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 트라이앵글' 같은 부도심 사무실 지역이나 교외 지역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 활동과 벤처캐피털 투자는 이제 세계 최대 규모의 일부 메가시티들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계 벤처 투자를 선도하는 세계 10대 도시는 2015~2017년 사이 연평균 벤처 투자에 1000억달러 이상을 썼고 총 벤처 투자금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벤처투자 상위 10대 도시 가운데 3곳은 2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 다른 3개 도시 인구는 1000만~1500만명이다. 또 다른 3개 도시 인구는 400만~1000만명으로 200만명 미만인 곳은 실리콘밸리의 심장부 도시인 새너제이가 유일했다. 미국 대도시 벤처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별도 연구에 따르면 인구 규모와 인구밀도가 핵심이었다. 이 보다도 약간 더 중요했던 유일한 요인은 기업가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장기에 걸쳐 세우려고 하는 하이테크 산업의 집적도였다.

④승자독식 현상(Winner-Take-All Geography)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은 점차 지리학적인 승자독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벤처 투자는 지리적으로 편중돼 있다. 상위 5개 도시가 전 세계 총 투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글로벌 벤처 투자의 75% 이상을 상위 25개 도시가 차지했다.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지어 한 도시 안에서도 벤처 활동은 특정 주소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 벤처캐피털의 지리적 집중은 지난 10년간 심화됐다. 상위 10대 도시들은 지난 3년간 전 세계 벤처 활동의 61%를 차지했고, 10년 전만 해도 56%에 불과했다. 매년 물밑에서 진행되는 많은 활동을 감안하면 작은 백분율 변화도 유의미한 변화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배경설명

이 같은 변화를 야기하는 3가지 주요 요인을 손꼽으면, 첫째는 기술적인 부분이다. 고속인터넷, 모바일 기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은 일부 비용과 디지털만으로도 가능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확장하는 걸 가능케 했다. 이 기술은 비용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더 많은 도시에서 고성장·첨단 기술 비즈니스를 보다 더 창출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두 번째 요인은 경제다. 전 세계는 이제서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빈곤 감소와 세계 중산층의 확장을 경험했다. 다국적 대기업은 특히 신흥시장을 비롯해 더 많은 국가에서 출현하게 됐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시장에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 기술력 있는 기업가가 더 많고 수요가 탄탄한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 요인은 정치다. 많은 국가들이 전례 없이 교육 시스템과 대학을 개선하고, 연구개발(R&D)에 더 많이 투자하고,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와 회사 창업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최근 이런 전선에서 뒤로 후퇴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 기업가들을 위한 장기적인 독점과 오랜 주도권에 만족해 왔다.

◆리더가 해야 할 일

이 추세는 기업가와 투자자, 관리자와 직원뿐 아니라 세계 국가 정책결정자들에게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기업가에게는 단순하다. 샌프라인시스코만 일대는 벤처활동의 허브이자 첨단 기술기업 성장을 위한 가장 견고한 창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발견되는 주요 기업 자원은 점차 다른 곳에서도 많이 쓸 수 있게 된다. 특히 미국 시민이 아닌 창업자가 비자를 얻을 수 없거나 다른 이유로 재택근무를 선택하는 경우 회사 설립은 더 쉬워질 뿐이다.

투자자와 기업에 있어서 중요한 건 바로 이 사실이다. 당신은 더 이상 당신의 홈그라운드만 쳐다보며 스타트업, 혁신, 인재를 찾으면 안 된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한때 근거지 위주로 살펴봤지만, 이젠 그들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전 세계적으로 보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기업 관리자, 특히 미국 기업의 관리자라면 강력한 지역 혁신 원천에 익숙하다. 그러나 그들 역시 글로벌 혁신과 스타트업을 좀 더 예의주시하고 경쟁 위협에 대처하고 새로운 혁신 원천을 확보해야 한다. 대기업은 세계 시장을 뒤흔들 팀을 구축할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기술 전문가나 기업가들은 자국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정책결정자들에게 있어서 교훈은 첨단 기술 기업가 정신과 벤처캐피털 세계화가 전체적으로 국경을 넘어 더 광범위한 경쟁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더 이상 오랫동안 구축된 혁신과 스타트업 주도권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 중국은 발뒤꿈치 뒤를 바로 따라오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도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지배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효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진 고숙련 개인 창업가들에게 이민 제한을 부과하는 비생산적인 활동을 중단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 같은 행동은 글로벌 인재 유치 분위기에 냉기류가 돌게 한다.

한 국가가 세계 무대에서 급부상하고 있다는 말은 교육, 혁신, 이민 시스템 개선을 지속하고, 더욱 확장하는 걸 의미한다. 세계 전체적으로 회사를 세우려는 기업가와 기술자를 유치한다는 건 궁극적으로 점증하는 공간적 불평등과 승자독식 패러다임으로 정의되는 오늘날 글로벌 첨단 기술 스타트업 지형도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

국가는 혁신과 경제정책 기능에 관한 책임을 지방 수준에서 이행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도시를 한 개나 단지 몇 개 정도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이나 도시 리더들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걸 뜻한다.

그러나 많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하듯이 정부 자금을 벤처캐피털에 들이부으라는 건 아니다. 대신 지역 대학에 투자하고, 혁신을 일으키고, 지역 밀도를 높이고, 지역 인재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한 민간 부문과 협력하며 단지 혁신과 스타트업에 필요한 제반 조건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빅테크'(아마존, 구글 등 인터넷 플랫폼 기반 IT대기업)에 대한 반발이 늘고 있는 전 세계 도시에서 악화되는 경제적 불평등과 주택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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