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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디어 원한다면 직장에 '멍때리기'를 허하라

  • 김제림
  • 입력 : 2014.11.1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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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회 멍때리기 대회"에서 프로젝트 듀오 "전기호"가 행사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멍때리다"라는 말은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은어다. 본 대회는 프로젝트 듀오 "전기호"가 주최하고 황원준 신경정신과가 후원했다.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회 멍때리기 대회"에서 프로젝트 듀오 "전기호"가 행사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멍때리다"라는 말은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은어다. 본 대회는 프로젝트 듀오 "전기호"가 주최하고 황원준 신경정신과가 후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선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말 그대로 누가 머리를 비우고 ‘멍 때린’ 상태를 잘 표현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경기였다. 대회의 성과라면 ‘멍 때리기’의 가치를 재발견한 것. 두뇌는‘멍 때리고’ 있을 때 역설적으로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일반인들도 알게 됐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순간은 ‘멍 때리는’ 시간에서 나왔다. 뉴턴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 법칙을 떠올린 때는 머리를 비우던 휴식 시간이었다. 아르키메데스 역시 목욕탕에서 쉬고 있을 때 흘러내리는 물을 보고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다. 이른바 ‘유레카(eureka)’의 순간이다.

이처럼 ‘멍 때리는 순간’에 창의성이 점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은 생각의 ‘배양(incubation)’이 그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과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노벨상 수상자 라이너스 폴링 등 뛰어난 창조자 91명의 사고를 분석했다. 그 결과 뛰어난 아이디어의 탄생은 ‘준비-배양-인사이트-평가-정교화(preparation-incubation-insight-evaluation-elaboration)’ 단계를 밟는 것으로 나왔다.

생각의 배양이라고 할 수 있는 인큐베이션은 머리를 쥐어짜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일에서 한 발짝 물러서고 몸과 머리가 휴식을 취할 때 작동된다. 한마디로 ‘멍 때릴’ 때다. 다른 과제에 매달릴 때도 아이디어 배양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하며 창의적인 작품을 쏟아냈던 천재로는 토머스 에디슨,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 반 고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있다.

시드니대학의 마인드센터에서도 연구한 결과 본업과 상관없는 일을 할 때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것으로 나왔다. 그 다음이 휴식을 2분마다 취하며 상관있는 일을 할 때였고, 휴식 없이 일에만 몰두할 때 제일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것으로 나왔다.

관련없는 일을 하고 아예 머리를 비울 때 역설적으로 가장 신선한 생각이 나오는 이유는 ‘선택적 망각(selective forgetting)’ 때문이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짜낼수록 과거의 해결책만 떠올리기 쉽다. 이렇게 지친 두뇌에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그러나 다른 일을 하거나 머리를 비울 때는 고정관념과 낡은 생각이 잠시 자리를 비켜준다. 과거의 사고방식을 잠시 잊어버린 두뇌는 무의식적으로도 문제해결을 계속 시도한다. 바로 이때 새로운 생각이 생겨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혁신을 장려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과 창조성은 몰아치기로 되는 것이 아니다. 놀라운 창조물을 내놓은 천재들이 증명하듯 머리를 비우고 몸에 힘을 뺀 채로 다른 일을 할 때 창의성은 발화된다. 직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며 휴가를 가는 것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김제림 기업경영팀 기자 jael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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