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열리는 뮤지컬 향연 'DIMF'가 맡아줘야 할 역할

  • 원종원
  • 입력 : 2017.06.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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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뮤지컬 읽기-82] 축제의 계절이 왔다. 뮤지컬로만 이뤄진 세계 유일의 축제인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DIMF)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서울에서는 물론 한 곳에서는 동시에 볼 수 없는 세계 각국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매력이 넘치는 축제다.

올해로 벌써 11회째다. 이번에도 여전히 흥미로운 작품들이 관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올해 개막작은 영국 프로덕션인 '스팸어랏'이다. 영국 건국에 얽힌 전설의 왕인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흥미로운 것은 진지한 시대극이 아닌 코미디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원작이 따로 있다. 영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그룹 몬티 파이튼이 만든 엽기 컬트 코믹 사극 영화 '몬티 파이튼과 성배'다. 뮤지컬은 그 말도 안 되는 엽기 코미디 영화를 무대용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말을 타고 달리는 아서왕이 무대에 등장할 때면 진짜 말 대신 코코넛 껍데기로 달리는 말굽 소리를 대신하는 하인이 뒤를 따른다. 엑스칼리버를 전해주는 호수의 요정은 한참 만에 무대에 등장해서 "도대체 내 배역 왜 이래?"라고 노래하는가 하면, 랜슬로트는 동성애자였다는 코믹한 설정도 나온다. 낄낄거리며 웃고 즐기자는 작품이다. 우리말 공연이 서울에서 막을 올린 적도 있지만, 현지 배우들에 의해 꾸며지는 '오리지널' 무대는 웬만한 마니아라도 접하기 힘들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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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산 뮤지컬도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인도 특유의 발리우드 영화 스타일로 재구성한 '십이야'다. 할리우드에서 이름을 따와 봄베이(지금은 뭄바이로 불리는)만의 특이한 영화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발리우드의 매력을 무대에서 만끽할 수 있는 정말 귀하고 흥미로운 기회다. 영국 런던에서는 '봄베이 드림스'라는 발리우드 스타일의 뮤지컬이 소개돼 큰 인기를 끈 적도 있는데, 이번 딤프에서의 만남도 어떤 잔상을 남겨줄지 기대가 남다르다.

러시아 뮤지컬 '게임', 대만 뮤지컬 '뉴요...커' 등과 함께 폐막작으로는 폴란드 작품 '폴리타'가 막을 올린다. 특이하게도 안경을 쓰고 봐야 하는 3D 영상과의 접목이 시도된 무대로 영상과 무대의 융합이라는 보기 드문 실험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형 무대다.

대구가 만든 우리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도 일찌감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미 중국 둥관, 상하이, 닝보, 하얼빈 등에서 막을 올려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문화상품으로도 각광받은 바 있는 이 작품은 올해 축제에서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페라가 원작인 무대라 공주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설정은 같지만, 뮤지컬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장소영 작곡 및 음악감독의 선율들이 특히 매력을 뽐내며 뮤지컬의 완성도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이전 무대에서 투란도트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박소연과 함께 뮤지컬계의 디바 신영숙이 더블 캐스트로 나오고, 이건명과 정동하가 칼라프 왕자로 등장한다. 초연 당시 비련의 여인 류로 등장했던 임혜영이 합류한 가운데 요즘 크고 작은 무대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송상은이 새롭게 가세해 무대를 꾸민다. 캐스트로만 보자면 웬만한 대형 흥행 뮤지컬 작품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화려한 스타급 배우들의 참여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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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작품을 만나는 것도 딤프의 큰 매력이다. 창작지원작들이 꾸미는 트라이 아웃 공연들이다. 이미 지난 1월에 대본과 악보로 심사를 거쳐 선정된 창작 뮤지컬 작품들이 페스티벌 기간에 초연 무대를 꾸미는 경쟁 프로그램을 꾸민다. 올해는 '라흐마니노프' '파리넬리' 등을 선보였던 HJ컬쳐의 트라이아웃 무대인 미스터리 뮤지컬 '더 픽션', 방황하는 두 천재 피아니스트의 꿈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 '피아노 포르테', 기억을 지우는 신약에 얽힌 사연을 담은 '기억을 걷다' 그리고 장진홍과 이육사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시대극 '아름다운 슬픈 날'이 각축을 벌인다.

대학생들이 꾸미는 축제 속의 축제인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도 뜨겁다. 올해는 예선을 거쳐 선발된 9개 대학이 경쟁을 벌이는데, 동서대학교의 '맨 오브 라 만차', 단국대학교의 '코러스 라인', 명지전문대의 '스프링 어웨이크닝', 백석대학교의 '올슉업', 서울예술대의 '레 미제라블', 계명문화대의 '페임' 등 유명 외국 뮤지컬들과 학생들이 직접 창작한 작품인 계명대학교의 '작은 시인', 중앙대학교의 '스완 어포 에이븐' 그리고 필리핀 아테네오 드 마닐라 대학교의 '리얼 라이프 페어리테일'이 참가한다. 미래 인재들을 미리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축제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거리에서 펼쳐지는 딤프린지(DIMFringe) 행사, 뮤지컬 유명 스타를 만날 수 있는 스타 데이트, 미래의 뮤지컬 스타를 뽑는 딤프 뮤지컬 스타 프로그램 등 정말 공연 좋아하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치기 아쉬운 매력적인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행사의 마지막을 꾸미는 딤프 어워즈는 TV 프로그램으로 제작돼 방송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사실 세계 각국에는 공연으로 꾸미는 지역 축제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나 프랑스의 아비뇽 축제 등이다. 뮤지컬의 도시인 뉴욕 맨해튼에도 비슷한 행사가 열린다.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NYMF)이라 명명된 여름 축제다. 축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완성된 것이 아닌 개발 단계 혹은 초기 아이디어를 반영한 무대들이다. 영상물과 달리 공연예술인 뮤지컬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개발해 무대로 형상화하는 일련의 과정이 중요하다. 질 좋은 쇠붙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인내심으로 담금질을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정식 공연을 오픈하기 전에 다양한 기회를 통해 완성도를 점검하고 공연을 다듬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연 축제가 좋은 작품을 개발하는 시공간 역할을 하는 이유다.

딤프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역이 단순히 유명 뮤지컬 공연의 '착한' 소비자나 '봉' 노릇만 하지 말고, 초기 콘텐츠 개발 단계에서 테스트 마켓으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종의 창작뮤지컬 검증을 위한 수문장(Gatekeeper) 역할이다. 서울 메이저 시장 입장에서도 이런 존재는 좋은 파트너가 된다. 지역은 초기 단계의 개발 육성을 통해 관련 사업을 지원 육성하고, 서울은 그 과정을 통해 담금질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올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강국을 꿈꾸는 예술가들의 노력도 지역 페스티벌을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물론 지역 경제에까지 도움이 된다면, '꿩 먹고 알도 먹는' 문화산업 부가가치 극대화라는 바람직한 성과도 달성할 수 있다. 딤프의 도약이 꿈꾸게 만들어주는 문화산업의 미래 풍경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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