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한 영화축제 21회 BIFAN 쉽게 읽기

  • 홍성윤
  • 입력 : 2017.07.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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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서브컬처-51] 스물 하고도 한 살, 21회째를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Bucheon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는 넘치는 상상력과 독특한 매력으로 무장한 장르 영화의 성찬식이다. 1회부터 개근하지는 못했지만 매년 출근 도장을 찍고 있는 필자와 함께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국내 유일 판타스틱 영화제 BIFAN에 대해 알아보자.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부천시청에서
▲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부천시청에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식'이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판타스틱 영화?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환상적인 영화(fantastic film)'겠지만, 너무나 구글 번역스러운 관계로(실제 번역 결과도 저렇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한 판타스틱 영화제의 웹사이트에서는 판타스틱 영화에 대해 프랑스의 영화 용어 '시네마 판타스티크(Cinema Fantastique)'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운을 떼며 "상상력으로 현실의 경계에 도전하는 장르 영화"라고 정의했다. 영화는 현실 세계를 사실적으로 재구성하는 것과 동시에 관객에게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영역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형식주의 영화의 시초로 보는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은 판타스틱 영화의 기원이기도 하다.

환상 영화라는 명칭으로 번역할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으로는 판타스틱 영화로 칭한다. 판타스틱 영화는 호러, 판타지, 공상과학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말 그대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때론 마니악하게 때론 대중적으로 상상의 지평을 넓혀준 영화를 의미한다. 판타스틱 영화는 현실(정상적 세계)을 흔드는 비현실적인 요소를 통해 불안과 공포, 갈등을 그리고 대중의 억눌린 욕망을 드러낸다.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의 2017년 공식 포스터. 왼쪽부터 시체스 영화제, 브뤼셀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판타스포르토 국제 영화제.
▲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의 2017년 공식 포스터. 왼쪽부터 시체스 영화제, 브뤼셀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판타스포르토 국제 영화제.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

판타스틱 영화제란 호러, 공상과학, 판타지 등 다양한 매력의 장르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영화제를 뜻한다. 영문판 위키피디아에는 BIFAN을 포함해 총 47개의 판타스틱 영화제가 하위 항목으로 기재돼 있다.

'○○○ 4대 천왕' '세계 7대 ○○○' 등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 때문인지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가 존재한다. 우선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 바닷가 마을 시체스(Sitges)에서 열리는 시체스 영화제가 있다(이름부터가 장르적이다). 카탈루냐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라고도 한다. 올해로 50회째를 맞은 전통의 강호다. 지난해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최고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에 이어 '베테랑'으로 아시아 영화 중 최고상인 포커스아시아 최우수작품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류 감독은 "장르 영화의 성지인 시체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1983년에 창설된 벨기에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BIFFF)도 유서 깊은 영화제다.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판타지, 호러, 스릴러, SF 장르만 출품이 가능하다. 김기덕 감독의 '섬',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 봉준호 감독의 '괴물',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등 한국 감독들이 대상인 황금까마귀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마지막은 포르투갈 최대의 영화제인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다. 오포르토 국제영화제라고도 하는 이 영화제는 포르투갈 북부의 항구 도시이자 제2의 도시인 포르투(포르토)에서 198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실험적인 영화부터 상업영화까지 폭넓은 작품을 소개해 매년 11만명에 달하는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고 있으며, 영화 전문 주간잡지인 버라이어티지(誌)는 세계 25대 축제(10대도 아니고 25대 좀 애매하다) 중 하나로 평가했다. 1999년 판타지아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김지운 감독은 2004년 '장화, 홍련'으로 메인 경쟁부문인 '판타지 시네마'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BIFAN, 첫걸음을 떼다

BIFAN은 1997년 8월 국내 최초의 판타스틱 영화축제로 시작했다. '저예산 영화의 대부' 감독 겸 제작자인 로저 코먼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제1회 영화제의 개막작은 판타스틱 영화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이었다.

영화제에 대한 아이디어는 1990년대 부천시가 시(市)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 구상한 문화 전략사업에서 출발했다. 1996년 설립돼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자리 잡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차별화를 고민하던 중, 판타스틱 영화제로 윤곽을 잡고 3월 영화제 조직위원회를 출범한 것이 BIFAN의 시작이다.

◆PiFan에서 BIFAN으로

부천의 영어 표기가 2000년 로마자 표기법 개정으로 인해 Puchon(푸촌?)에서 Buchon으로 바뀌는 바람에 PiFan에서 BIFAN으로 강제 개명을 당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미 PiFan이 브랜드로 자리 잡은 터라, 바로 변경하지는 않고 2015년이 돼서야 늑장 변경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같은 이유로 2011년 PIFF에서 BIFF로 이름을 바꿨다.

21회 BIFAN에서 특별전을 치르는 배우 전도연과 1회 BIFAN 레이디였던 배우 강수연(오른쪽)이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부천시청에서 열린
▲ 21회 BIFAN에서 특별전을 치르는 배우 전도연과 1회 BIFAN 레이디였던 배우 강수연(오른쪽)이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부천시청에서 열린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강수연에서 오연서까지…BIFAN 레이디

BIFAN 레이디는 영화제 홍보대사다. 1997년 제1회 BiFna 레이디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배우 강수연이었고(2015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후 추상미(2회) 진희경(3회) 배두나(4회) 고(故) 장진영(5회) 하지원(6회) 박한별(7회) 장신영(제9회) 첫 BIFAN 가이였던 박중훈·이준기(10회) 송창의·이완 (11회) 유진(12회) 이영진(13회) 황정음(14회) 박보영(15회) 박하선(16회) 후지이 미나·김현우(17회) 심은경(18회) 오연서·권율(19회) 등 다양한 배우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해부터는 별도의 홍보대사 없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왜 BIFAN 레이디를 선정하지 않느냐'는 시의회의 지적에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배우 전도연 특별전을 치르는 것으로 홍보대사를 대신하는 의미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보대사는 없지만 개막식 사회는 배우 장나라와 정경호가 맡았다.

◆정치권력 개입과 영화제 파행의 흑역사

2004년 말 당시 홍건표 부천시장 겸 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영화제가 마니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지역경제 발전 기여도가 낮고 부천시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이유로 BIFAN을 이끌어온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해촉하는 등 집행부 물갈이를 감행했다. 홍 시장이 내놓은 집행위원장 해촉 사유 중에 '김 위원장이 지난 8회 개막식 때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같은 황당한 내용도 있었다.

이에 반발해 김영덕·김도혜 등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이듬해 해외 영화제에서 BIFAN 보이콧 운동을 펼쳤고, 영화인회의를 비롯한 영화계의 비판도 이어졌다. 올리비에 뮐러 유럽판타스틱영화제연합 의장도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천시장의 결정에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잠시 화해 무드가 조성되나 싶었으나 결렬됐고 김홍준 위원장을 비롯한 전 집행부 인원들이 모여 9회 BIFAN과 같은 날 시작하는 리얼판타스틱 영화제(이하 리얼판타)를 개최했다. 영화인들과 관객의 선택은 리얼판타였고, BIFAN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부산시가 이용관 위원장을 해촉하는 등 BIFAN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져 파행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부터 BIFAN은 지자체장이 조직위원장을 겸하는 한국 영화제들의 관행에서 탈피했다. 영화제가 출범한 이래 부천시장이 맡아온 조직위원장직(2대·3대 제외)에 정지영 감독이 추대된 것. 정 위원장은 취임 직후 인터뷰에서 "정치권력의 힘 앞에 한국 영화계 전체가 좀 주눅 들어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일련의 영화제 파행 사태 등을 거치며 "영화인들이 결의하고 각성하며 조금씩 용기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피바다의 중심에서 감성을 외치다

BIFAN의 주제는 '사랑, 모험, 환상'이다. 달콤하고 풋풋한 캐치프레이즈에 걸맞은 사랑스러운 영화부터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극단의 작품들까지 상영작들의 스펙트럼이 무척이나 넓다. 특히 지난해부터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을 '쎈 영화' 애호가들을 위한 레드(액션, 호러, 스릴러)와 말랑말랑한 환상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블루(SF, 판타지, 코미디, 드라마)로 나눴다. 물론 취존(취향존중)의 상한선을 경신시켜줄 영화를 모아둔 '금지구역' 섹션도 여전하다(올해 상영작 중에는 무려 '항문남녀'가 있다!).

솟구치는 아드레날린과 흘러 넘치는 헤모글로빈 사이에서 관객을 힐링시켜주는 작품도 있다. 날선 상상력과 통통 튀는 감성 없이도 BIFAN을 빛냈던 개인적인 추천작을 소개한다.

2013년 17회 BIFAN을 통해 소개된 '행복한 사전'은 조용한 작품이다. 내성적인 출판사 직원(마쓰다 류헤이)이 사전 편집부로 옮겨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이 작품은 긴 호흡, 담담한 시선으로 일상을 그려낸다.

같은 해 상영됐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도 빼놓을 수 없다. '빛의 마에스트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서정이 짙게 배어나는 작품이다. 아는 사람만 열광하던 그가 이제는 '너의 이름은'으로 초특급 흥행감독 반열에 올라섰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20회 개막작이었던 '캡틴 판타스틱'은 제69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 수상작이다. 숲속에서 홈스쿨링을 하며 자력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교육, 가족, 인생에 대한 독특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트위터에서 #BIFAN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개막작 7호실의 주연인 도경수 사진이 주로 나온다.
▲ 트위터에서 #BIFAN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개막작 7호실의 주연인 도경수 사진이 주로 나온다.
◆'오늘 뭐 보지?' 작품을 고르는 방법

올해 BIFAN에서 상영하는 작품 수는 289편. 시간은 부족하고, 보고 싶은 영화는 많다. 주말이 아니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일 경우 더욱 그렇다. 내 입맛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공법은 BIFAN 홈페이지 내 상영시간표를 보며, 작품 설명을 일일이 클릭해 읽어보는 것이다. 시놉시스를 읽다 보면 취향의 범위에 속하는 작품인지 아닌지 감이 오기 마련이다. 회원 평점도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장르 영화의 특성상 개인 취향이 짙게 반영돼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부족한 관람객은 추천작 위주로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씨네21을 비롯한 영화 전문 매체에서는 BIFAN 시즌에 맞춰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시놉시스보다 더 자세히 영화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관람 포인트도 짚어주기 때문에 영화 선택이 수월해진다. BIFAN 홈페이지 내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웹진 항목에서는 '자막가가 추천하는 작품'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발행되는 소식지(E-Daily)에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추천작 9편' 등이 실린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BIFAN 등 해시태그 키워드 검색을 통해 생생한 감상을 찾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개막작인 '7호실' 주연인 도경수(아이돌 그룹 EXO 멤버)의 인기 덕분에 타임라인에는 오직 도 배우 사진만 보일 뿐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부천 맛집을 찾아서

'대부2'라도 굶으면서 볼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시내 곳곳에 있는 BIFAN 상영관을 바쁘게 이동하다 보면, 내가 이러려고 영화제를 왔나 싶을 정도로 허기지기 마련이다.

BIFAN은 페이스북 등 SNS 공식계정을 통해 부천 지역의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떡볶이 등 간단한 분식부터 한식, 양식, 디저트, 괴식(돈까스 냉면)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다만 고기구이 전문점 등 상영관 민폐(이 상영관의 민폐 甲은 나야!)로 등극할 수 있는 위험한 메뉴도 소개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부천 주민인 동료는 중식당 태○의 옛날짬뽕과 조○루감자탕 본점, 크○이치즈버거 등을 추천했다.

[홍성윤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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