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인=신세계와인' 고정관념을 깨라 - 맥라렌 베일(하)

  • 나보영
  • 입력 : 2017.10.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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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베일의 와인 생산자들 /사진제공 = 맥라렌 베일
▲ 맥라렌 베일의 와인 생산자들 /사진제공 = 맥라렌 베일
[세계의 와인기행-39] 전 세계 와인 생산지 중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유럽을 구세계라고 하고 미국이나 호주 등의 지역은 신세계라고 한다. 그러나 호주 생산자들은 가끔은 이런 고정관념을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호주에서는 1788년 시드니에서 포도 재배가 시작됐고, 헌터밸리에서 1825년, 서호주 지역에서는 1829년, 빅토리아에서는 1834년, 남호주에서는 1837년부터 포도 재배가 시작됐다. 구세계는 포도재배 역사가 로마시대까지 이르는 곳들이니 객관적으로 호주가 신세계에 속하는 것이 사실이겠으나 '젊고 가벼운 시라즈 와인을 만드는 국가'라는 틀에서 한 번쯤 벗어나 볼 필요는 있겠다. 초창기에 포도나무가 재배된 지역에서는 지금도 긴 수령의 나무들에서 근사한 올드 바인(Old Vine) 와인들이 나오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니 말이다.

맥라렌 베일 지역 해변 풍경 /사진제공 = 맥라렌 베일
▲ 맥라렌 베일 지역 해변 풍경 /사진제공 = 맥라렌 베일
남호주의 명산지 맥라렌 베일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 지역 중 하나다. 남부지역의 선선한 기후에서는 최상의 시라즈와 그르나슈가 자라는데, 오래된 포도나무의 수령은 호주 와인 산업의 태동기인 18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직접 방문해 여러 생산자들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도 수입되는 양가라 에스테이츠(Yangarra Estates)와 위라 위라(Wirra Wirra) 와이너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캘리포니아의 유명 생산자인 잭슨 패밀리(Jackson Family)가 세계적인 명성의 프랑스 론(Rhone) 지역에 버금가는 테루아(Terroir)를 찾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1946년 조성된 양가라 포도밭이었습니다. 그들은 2000년도부터 꾸준히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농법으로 포도를 키우고 있습니다. 호주 원주민 언어로 '흙으로부터' 라는 뜻의 '양가라'라는 이름처럼 토양을 중시하는 방법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는 거죠."

와이너리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며 '양가라 에스테이츠 올드바인 그르나슈(Yangarra Estates Old Vine Grenache)'를 마셨다. 발효할 때 천연 효모를 사용하고 양조 과정 중 청징(fining)을 생략하는 등 본연의 풍미를 잘 살린 와인이다.

현지에서 시음한 맥라렌 베일의 쉬라즈와 다양한 요리 /사진제공 = 멕라렌 베일
▲ 현지에서 시음한 맥라렌 베일의 쉬라즈와 다양한 요리 /사진제공 = 멕라렌 베일
1894년 설립된 '위라 위라'는 호주 원주민 언어로 '유칼립투스 나무 사이로'란 뜻을 지닌 와이너리다. 세일즈 매니저 샘 테미(Sam Temme)는 전부터 안면이 있어서 현지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위라 위라의 와인들은 한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어서 '우드헨지 시라즈 2006(Woodhenge Shiraz 2006)'이 '코리아 와인 챌린지(Korea Wine Challenge)'에서 '베스트 호주 레드 와인' 트로피를 받았으며, '알에스더블유 시라즈 2011(RSW Shiraz 2011)'과 '처치 블록 2012(Church Block 2012)'도 2014년 코리아 와인 챌린지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처치 블록은 호주에서 최초로 시라즈에 보르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블렌딩한 와인이라는 역사적인 특징 덕분에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글을 쓰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맥라렌 베일의 시라즈 와인을 한 병 땄다. 마침 추석 연휴인데.

시라즈는 후추 향, 파프리카 향, 검은 과실 향 등이 나서 한국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숙성한 것이라면 전이나 잡채에, 오크통에서 묵직하게 숙성시킨 것이라면 양념한 고기에 매칭해보자. 여력이 된다면 수령이 긴 포도나무로 만든 와인도 꼭 맛보길. '호주 와인 = 가볍고 어린 와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려 주는 우아한 농축미에 반하게 될 것이다.

[나보영 여행작가]

나보영 여행작가
▲ 나보영 여행작가
※2005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주류저널(Liquor Journal)' 수석기자로 여행과 와인을 담당하며 5년 동안 일했다. 퇴사 후 전 세계 와이너리를 여행하며 다양한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는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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